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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평 : 『손에서 입으로(from Hand to Mouth)』(마이클 코발리스, 프린스턴대출판부 刊)
●해외서평 : 『손에서 입으로(from Hand to Mouth)』(마이클 코발리스, 프린스턴대출판부 刊)
  • 이두원 / 충주대·영어학
  • 승인 2002.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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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원 / 충주대·영어학

코발리스에 따르면 약 5백만년∼6백만년 전에 인류의 조상인 호미닌(hominin)은 직립했고 두발로 걷는 자세는 다른 원속류와 구별짓는 중요한 특징이었다. 인류가 직립함으로써 손과 팔을 더 효과적인 제스처를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의미전달의 수단인 손동작으로부터 발성기관으로의 진화는 일련의 제스처의 발전으로 간주되며, 결국 이것은 구강 제스처의 진화가 의미전달을 위해 구속됐던 손을 해방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약 5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주한 호모사피엔스는 약 4만년 전부터 도구제작에서 비롯한 기술의 발전을 도모했다. 이 기술의 발전은 자립 발성 언어의 출현으로 가능했는데, 발성 언어의 출현은 의미 전달의 기능을 담당했던 손을 자유롭게 했고 대화하면서 손으로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했다. 이것은 후에 발생한 쓰기, 수학 및 컴퓨터 기술에 버금가는 변화를 인류사에 가져왔다.

저자는 이것을 원숭이들이 사용하는 손의 움직임이 인지체계를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사 신경원(neuron) 체계로부터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경원은 좌뇌에 위치하고 있으며 언어중추를 형성하는 브로카 영역과 같은 곳에 위치한다. 그렇다면, 브로카 영역이 왜, 그리고 어떻게 손동작뿐만 아니라, 발성을 관장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초기 직립 인류가 손동작으로는 부족했던 의사표현을 얼굴표정으로 보충했으며 더욱 풍부한 의사표현을 위해 점차 발성이 나타나게 됐다. 결국 입과 혀의 모든 움직임은 청각적으로 그 의미를 전달하게 됐으며 발성이 풍부해짐에 따라 손동작은 매우 잉여적이게 됐다. 그럼에도 일부 손동작은 언어와 함께 쓰여왔고 의미전달로서의 얼굴표정은 독순(lipreading)으로 남게 됐다.

따라서 손동작에서 발성으로의 전이는 생물학적인 출현이 아니라, 문명적 변화로 간주된다. 이런 가정은 언어 그 자체가 몸동작 체계로 간주될 수 있으며 언어의 소리는 소리의 유형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움직임으로 인식돼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언어의 기원이 신체 일부의 움직임에서 비롯됐다는 코발리스의 가정은 언어가 현존하는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출현과 동시에 발생하지 않았다는 진 머리(Jean-Marie)와 크리스토프(Christophe)의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문법성을 갖춘 제스처 언어는 약 2백만년 전에 나타났다. 약 17만년 전까지는 발성기관을 통한 언어가 도래하지 않았다. 코발리스에 의하면, 언어는 손과 팔의 제스처 및 얼굴 표정에서 비롯됐는데, 언어를 위한 입, 입술 및 혀의 움직임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언어를 손과 눈 대신 발성기관과 귀를 통해 자립적으로 소통하는 것의 이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구어가 수화에 대해 갖는 이점과 같다. 어린이들의 언어 습득의 초기 단계에 대상과 행위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수화가 구어보다 배우기 쉬운 것처럼 말이다. 발성 언어가 갖는 다른 이점은 다른 일을 하면서 언어 구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의미 전달을 위한 제스처가 시각적이라면 발성언어는 청각적이다. 코발리스는 청각적 전달을 위해 입의 발성기관을 통해 발성하는 것은 구강 제스처라고 주장한다. 발성을 위한 목 후미나 닫힌 입의 제스처는 보이지 않지만, 발성기관이나 혀의 움직임을 동반한다. 의미전달을 위한 손동작으로부터 발성기관으로의 진화는 일련의 제스처의 발전으로 간주되며, 결국 이것은 구강 제스처의 진화가 의미전달을 위해 구속됐던 손을 해방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록(A. Lock)에 의하면 언어 그 자체는 사회적 관계에 의해 발생했으며 그에 적응하기 위한 생물학적 체계가 뒤따랐다.

이 주장은 언어능력이 급격하게 뇌에 부여되었다는 촘스키의 주장과 상반된다. 크라우(T. Crow)는 좌반구의 기능이 우반구의 기능보다 우수해지기 시작한 시점을 오늘날 현대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출현으로 본다. 그는 또한 이때 언어와 정신이 함께 인류에게 부여됐다고 가정한다. 이것은 리버만과 비커톤(D. Bickerton)의 견해와 일치한다. 그들은 발성기관을 통한 언어가 비교적 급격하게 출현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코발리스는 원숭이의 몸동작을 통한 의미전달로부터 오늘날 인류의 언어가 출현했다고 주장한다.

이 때는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하기 전에 직립하여 두 발로 걸음으로써 양 손을 의미 전달의 수단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던 호미닌(hominin)이 출현한 시점이었다. 약 2백만년 전에 출현했던 호모(Homo, 호미닌과 호모사피엔스의 사이에 존재했던 영장류)는 몸동작(특히, 손동작, 이후로 제스처와 혼용)을 통한 의미전달의 통사체계(syntax)를 가지고 있었으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발성은 억제돼 있었다. 코발리스는 제스처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방법의 언어 표출을 좌뇌가 담당하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이 시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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