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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생활비지원, ‘꿈’ 보전해줘 … 신실력주의사회 출발점”
“기본생활비지원, ‘꿈’ 보전해줘 … 신실력주의사회 출발점”
  • 박남기 광주교대·교육학과
  • 승인 2017.01.23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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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의 솔직한 교육 ② 열정 있지만 재능이 ‘보통’인 학생

배우·탤런트 10명 중 9명은 한 달에 60만원도 못 번다고 한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45% 이상을 독식하고 상위 10%가 전체 수입의 80%를 차지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주로 연예인이 되고 싶다거나 스포츠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 이와 관련한 내 생각을 블로그에 짧게 올렸더니 평소에 들리는 사람이 200명 이하였던 블로그에 하루 동안 4천여 명이 들려 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생각을 다시 정리해 세상과 나누고자 한다.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실력주의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는 예체능쪽으로 꿈과 끼를 살리고자 노력하는 청소년의 90 퍼센트는 사회에 나가 최저생계비도 벌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열정은 있지만 재능이 보통인 청소년이 있다면 어떻게 조언해야 할까? 이러한 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라, 네 꿈을 찾아가라, 열심히 하면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옳을까? 그리하여 상위 10 프로에 들지 못해 최저생계비도 벌지 못하며 좌절할 때 그 것은 열심히 하지 않은 네 탓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옳을까? 그렇다고 하여 “네 꿈과 끼를 살려라. 그러면 최저생계비도 못 버는 내일이 기다릴 것이다”라고 이야기해줘야 할 것인가? 

청소년 진로지도를 하는 학부모, 선생님, 기타 담당자들이 직면하는 어려움 중의 하나는 예체능쪽으로 열정은 있어보이는데 재능이 보통 수준인 청소년에 대한 것이다. 상당수 청소년은 스타들의 화려함에 끌려 그 길을 동경하고 때로는 그 길을 시도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은 두어 달 혹은 1년여 시간 동안 해보다가 포기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자기가 좋아서 지속적으로 그 길을 걷는 청소년들도 많이 있다. 그 길을 걸을 때 행복해지는 이들에게는 그 길을 걷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와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실제로 스타들만 가지고 세계 수준의 영화나 드라마 혹은 K-pop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단지 ‘좋아서’ 그 길을 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스타와 함께 쏟은 열정과 노력의 결실로 세계 수준의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음악이 만들어진다. 또한 탄탄한 실력의 저변 인력이 충분할 때 그 중에서 최고의 스타도 탄생된다. 따라서 그 길을 걸을 때 행복한 청소년들이라면 그 길을 가도록 돕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만 현실 속에서 부딪힐 수 있는 생활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피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만 어느 정도라도 인정을 받을 수 있음을 직시하면서 가도록 조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예술가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따라다니던 것임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이처럼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보다 사회와 개인 모두에게 더 바람직한 길은 없을까?

대안의 하나는 소득 양극화의 원인을 밝혀 예체능계와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스타가 아닌 수많은 출연진과 제작진도 필요하고, 그들의 역할도 중요한데 왜 스타에게는 엄청난 돈을 지불하면서 이들에게는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돈을 지급하는 것일까? 수요와 공급 차원에서 보면 조연 인력 공급 과잉이 빚어낸 결과다. 스타만이 아니라 나머지 인력도 공급이 부족하다면 인건비는 당연히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최고의 스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 분야의 속성으로 인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스타가 흥행 여부와 작품의 수익률을 거의 결정하는 현실에서 투자자는 전체 출연진이나 스탭들의 인건비를 올려주는 것보다는 스타를 끌어오는 데 예산을 쏟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스타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제작 과정에 기여한 것에 비해 훨씬 낮은 임금을 받게 된다. 

이것이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청소년들이 미래에 대한 커다란 두려움 없이 자기가 원하는 길을 걸을 수 있게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중 하나는 기본생활비 보장이다. 이 제도가 생긴다면 꿈을 찾아 떠나는 자녀의 뒷모습이 불안하게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소년들도 생계유지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떨치고 더욱 열심히 그 길을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는 근로의욕고취형 복지사회 즉, 신실력주의사회가 구현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이 제도는 이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만을 위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류의 관점에서 보면 재능 있는 사람들이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꿈을 키워가도록 도울 때 세계 수준의 작품이 만들어지게 되어 한류 열풍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재능과 운에 의한 소득, 사회에 환원하자
 
문제는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적정한 범위에서 소득을 공유할 수 있도록 국가가 개입하는 제도가 바로 고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인상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2016년 12월 우리 국회가 5억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율을 기존 38%에서 40%로 인상한 것은 바람직하다. 

북구 복지국가의 소득세율이나 비근로 소득세율에 비하면 아직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소득세 인상에 대한 저항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더 높이기 위해서는 고소득층의 공감대 유도와 세금 사용의 투명성 확보가 관건이다. 다음은 현재와 미래 고소득층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내가 만든 실력과 성공에 대한 공식이다.

이 공식에서 강조하고자 한 것은 상위 10 퍼센트에 든 사람들의 성공이 순수한 개인의 노력에 의한 것보다는 주로 재능과 부모의 지원, 다양한 운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점이다. 순수한 노력에 의한 부분은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더라도 받은 재능과 운에 의한 소득은 사회로 환원하는 데 공감하도록 이끌기 위해 이 공식을 만들었다. 

스타 연예인들 중에 큰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이 큰 돈을 번 것은 함께 한 다른 사람들의 덕이므로 이들이 외부 기부만이 아니라 제작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최저 생계비에도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은 좀 낭만적인 접근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기부 활동에 대한 특별 감세 제도를 도입한다면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할 수도 있다. 일부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는 최저임금 대비 최고 임금 비율 제한, 소득 낮은 사람을 더 배려하는 작품 성공 사례비 지급 방식 도입 등 해당 업계가 바람직한 방향을 탐색하도록 국가가 지원할 필요도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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