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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제도에 관한 한 생각
대학 입학제도에 관한 한 생각
  •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학
  • 승인 2017.01.2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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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학
▲ 최희섭 논설위원

대학의 금년도 정시모집 원서접수는 지난해 12월 마지막 날 시작해 올해 신년 초에 끝났으니 지원자는 연말과 연초를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고 지원하는 등 입시로 보낸 셈이다. 고교 졸업예정자를 비롯한 대학 지원자는 원하는 대학합격을 새해 소망으로 기원했을 것이다.

정시모집에서 합격자가 발표되면 합격자들의 대학 이동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추가합격이 이어진다. 일부 대학에서는 합격자들이 너무 많이 빠져나가서 추가모집을 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최종 결과는 2월말이나 돼야 확정된다. 일부 지원자들은 거의 두 달 가까이 초조하고 불안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금년의 경우 수시모집은 지난해 9월 초에 시작됐고, 정시모집의 최종결과는 2월말에야 확정되니 대학 입시가 반 년 동안 계속되는 실정이다. 수시모집에 일찍 합격한 고등학생들은 학교생활을 등한히 하기도 한다. 특히 수학능력시험 이후에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식이 대체로 2월에 실시되니까 학생들이 많게는 대여섯 달, 적게는 서너 달 동안 어정쩡한 상태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등학교 시절까지의 교육이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를 향한 단선적인 교육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학 입시는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외고니 과고니 하는 특목고와 일부 자율형 고교 졸업생들이 세칭 일류대에 많이 합격하므로 이들 고교로의 진학률이 높다는 중학교로, 또 그런 중학교에 진학이 보다 용이한 초등학교로 진학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초등학교에서도 보다 앞서기 위해 유치원에서부터 공부를 시키니 나온 말로 짐작된다.

고위공직자 임명 동의를 위한 국회의 청문회에서 위장전입 문제가 단골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우스갯소리가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무려 12년 이상 대학입시 준비에 몰두하다보니 대학에 합격하면 목표를 이뤘다는 성취감과 공부의 압박에서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그동안 억압받던 상황에서 해방감을 느끼는 나머지 일탈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자기계발에 사용하도록 대학 입시제도를 바꾸면 어떨까 싶다. 현재와 같이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으로 나누지 말고, 정시에만 모집하던지, 아니면 수시모집만 진행하면 좋을 듯싶다. 지금도 수시모집에 합격하면 정시모집에는 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수시모집에서 인원을 채우지 못하면 정시모집에서 그 인원을 선발하고 있으니 둘 중 어느 하나를 없앤다고 하여 크게 문제될 것도 없어 보인다.

수학능력시험 점수를 확인한 후, 대학을 지원하는 정시모집은 지원자들을 서열화하는 폐단이 있다. 정시모집만 할 경우에는 지원자가 선택한 대학에서 수학능력시험을 치르도록 하면 보다 소신껏 지원하리라 생각된다. 모집단위를 대학별, 학과별로 현행처럼 셋 또는 그 이상의 묶음으로 나눠 지원하고 시험을 치르도록 하면 지원자들은 기회를 여러 번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수학능력시험처럼 동일한 문제를 대학별로 제공하면 본고사를 부활시키지 않아도 본고사를 부활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수시모집은 고등학교 시절의 학업성취도나 생활을 바탕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할 소지가 있으나 입학사정관제 등을 통해 그러한 우려는 기우였음이 밝혀졌다. 수시모집을 지금처럼 9월에 하지 않고 1월에 한다면 고등학교 교육과정운영을 정상화하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고 여겨진다. 다만 졸업생에 대한 평가방법은 새로 개발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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