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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점이 합격점수라면?
가산점이 합격점수라면?
  • 김홍근 기자
  • 승인 2017.01.23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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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연초부터 대학들이 바빠졌다. 3천억원 규모의 대형사업인 LINC+사업을 시작으로 ACE+사업, 평생교육체제지원사업 등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들이 연이어 쏟아진 탓이다. 등록금 동결 등을 이유로 재정난을 호소하던 대학들의 지원사업 선정에 대한 의지는 최근 한파를 무색케 할 만큼 뜨겁다.
 
▲ 김홍근 기자

교육부는 올해 들어 시작하는 재정지원사업들에 ‘자율성’을 유독 강조했다. 이것은 지난해 7월 발표한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 방향’에 따른 것으로, 교육부의 Top-down식의 일방적인 사업 방식이 대학의 이념과 특성을 살리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이후 신설·개편되는 사업부터는 대학의 중장기 발전 계획과 특성화 계획을 고려한 사업계획서를 작성·제출하도록 했고, 총액배분 자율 편성 원칙(Block Grant)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ACE사업은 ‘대학자율역량강화지원사업’(ACE+사업)으로 이름을 바꿨다. 특히 ACE+사업의 경우 기존 25점을 차지하던 기본교육여건을 10점으로 대폭 낮추고, 구조개혁평가와 겹쳤던 취업률 지표 등을 모두 제외시켰다면서 ‘대학 자율성 강화’ 기조에 충실했음을 자신했다.

 

헌데, 대학가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올해 대학총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2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대학재정지원 사업’에 대한 두려움과 조바심을 여실히 드러냈다. 내년 대학구조개혁 2주기 평가에서는 반드시 우수대학에 들어야하고, 교육부 주도의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지 못할 경우 대학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총장들의 전망이다.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발표한 지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대학은 여전히 교육부 눈치 보기에 바쁘다.
 
구조개혁 평가와 재정지원 사업은 다른 방향성을 가질 수 있다. 이름 그대로 ‘자율성 강화’는 대학재정지원사업에 국한된 것일 수도 있다. 대학총장들의 두려움은 ‘지원사업’이 아닌 ‘구조개혁’만을 향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올해 발표된 ACE+사업과 LINC+사업을 면밀히 들여다보자. 두 사업 평가항목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가산점’이다. 교육부는 이것을 재정지원사업과 고등교육 정책과의 정합성을 위한 연계 가산점이라고 설명했다. 항목은 대학구성원 참여제 운영 여부, 정원 감축 이행 여부 등으로 1~3점의 가산점이 부여된다. 이러한 가산점 항목은 결국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결을 같이하는 것들이다.
 
기본 평가항목에 비해 작은 점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업 선정의 당락이 평가의 1~2점으로 결정된다면 달리 생각해볼 일이다. 대학의 두려움은 학습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그들은, A등급을 받지 못하거나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이름을 올릴 경우 얼마나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를 경험했다. 가산점이 사업 선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경우, 대학들은 이 점수를 단지 1~3점 정도로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결국 이전과 다름없이 “교육부가 원하는 것부터 일단 하고 보자”는 양상으로 대학들을 유도할 수 있다.
 
가산점의 영향력은 알 수 없다. 교육부 담당자도 가산점의 중요도나 사업 선정 당락 여부의 점수 폭에 대해 “(평가를)해봐야 안다” “평가위원들이 평가하기 때문에 지금은 알 수 없다”는 정도의 대답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평가 불확실성은 곧바로 대학교육 혼란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에서만큼은 대학자율성을 진정으로 꾀하고 있다면, 평가에 불확실성을 남기면 안 된다.
 
대학들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 교육부가 내놓은 ‘자율성 강화’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계속되는 의혹과 문제제기에 교육부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겠지만, ‘알 수 없는’ 불확실한 기준과 학습된 두려움에 대학들의 골머리는 닳아 없어질 지경인지도 모른다. 연초부터 대학가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들린다.
 
김홍근 기자 m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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