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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 자생방안 강구”…대학만의 브랜드 창출키도
“재정적 자생방안 강구”…대학만의 브랜드 창출키도
  • 김홍근 기자
  • 승인 2017.01.16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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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 1주기 ‘우수 대학’ 총장들의 신년사는?
국제화 역량강화에도 집중
“정원감축 칼이 폐부 찌를 것”
 
<교수신문>은 863호(2017년 1월 9일자)에서 대학총장들이 丁酉年 새해를 맞아 어떤 포부를 내걸고 있는지, 신년사 분석을 통해 알아봤다.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며 연구 환경개선에 대한 공약을 내걸기도 하고, 급변하는 교육환경 속 인재 양성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운 대학도 있었다.
 
또한, 지난해 대학본부의 불통이 대학 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국정농단 사태로까지 연결되는 현실을 의식한 듯 구성원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한 대학의 총장은 신년사에서 2015년 서울대 공대에서 발간했던『백서』를 소개하며, 대학의 위기를 진단하고 대학 본연의 역할과 의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대학 총장들의 신년사에는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다양한 걱정과 준비의 자세가 공존하고 있었지만, 여러 대학에서 유독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키워드는 바로 ‘대학구조개혁 2주기 평가’였다. “사실상 본 게임은 2주기다” “향후 전국대학의 40% 정도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등의 예측과 분석들이 대학가와 언론에서 현실성 있게 다뤄지기 시작하면서 상당수의 대학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내년 초로 다가온 ‘대학구조개혁 2주기 평가’. 전국 대학가에 긴장감이 감돌만큼 시행 전까지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궁금점도 많을 것이다. 지난 2015년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1주기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던 대학들은 2주기 평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각 대학 총장들의 신년사를 통해 그들의 2016년은 어떠했고, 새해를 맞아 어떤 다짐을 내걸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대학 역시 구조개혁 2주기 평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함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일부 대학은 유독 A등급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경쟁력 향상만이 대학이 살 길”이라고 단언했다. “2018년에는 2차 구조개혁 평가가 계획돼 있고, 2020년에는 3차 구조개혁 평가가 있을 예정이다”며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두 번의 구조개혁에서 모두 A를 받아야만 한다. 아니면 정원감축의 칼이 우리의 폐부를 찌를 것”이라면서 구조개혁 평가에 대한 긴장감을 드러냈다.
 
민상기 건국대 총장도 교육부가 유도하는 방향에 맞춰, 충실히 대학의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민 총장은 “앞으로 대학본부는 함께 연구하고 교육하는데 동참하는 용기 있는 교수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사회 수요와 학생들의 취·창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학사제도를 운영할 것”이라며 “교육부는 이미 이렇게 탄력적이고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또 “성과를 바탕으로 각 구성원들의 존재가치가 인정받는 대학행정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학과 평가제도를 학칙에 구체화하고, 행정단위 성과평가제도를 정착시킬 것”이라며 시장논리에 따라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의 논리와 결을 같이했다.
 
또한 이들 대학은 재정적 위기에 대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대학들의 재정적 문제에 대한 얘기는 언제나 대학구조개혁과 함께 거론됐다. 그도 그럴것이, 교육부는 구조개혁 평가와 함께 프라임사업, 코어사업 등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대학들은 재정지원사업 제한 대학에 그 이름을 올리게 되고, 정부에서 주도하는 재정지원사업에 신청할 수 없을뿐더러 입학하는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등도 제한된다. 사실상 대부분의 대학 재정이 정부의 지원 하에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선정된다는 것은 대학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구조개혁 평가 1주기가 시작된 이후 대학가에서는 이와 같은 시스템 때문에 정부가 유도하는 대로 대학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달리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 주도의 구조개혁 방향에 따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2주기평가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대학가에선 재정 운용의 자생적 방법을 강구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크라우드형 기부를 검토하고 있을 정도로 대학 동문이나 지역사회의 기부 등을 통해서 재정을 견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한태식 동국대 총장은 “지난 10여년간 등록금 인상의 억제로 누적된 긴축재정의 여파는 동국 구성원 모두에게 어려움을 안겼다. 특히 최근에는 입학금 폐지 관련 법안도 국회에 발의되면서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인한 예산부족, 이에 다른 교육서비스의 질적 수준 저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새해에도 재정 건전화 및 수입원 다양화를 통한 재정 안정성 강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몇몇 대학에서는 다가올 격변의 시기에 맞서, 자기 대학만의 특성을 통해 누구보다 먼저 앞서나가겠다는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선두권의 이공학 중심 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인문학 중심 융합대학을 구현하겠다는 포부를 내보인 한국외대는 지난해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인 코어사업을 유치하면서 그 첫발을 내딛었다.
 
한국외대만의 특성화된 교육과정, 교육모델을 확대·개편하겠다는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은 “작년부터 실시된 ‘전략지역 전문가 아너스 프로그램’과 최근 수주한 ‘코어사업’, 내년에 시행될 예정인 ‘특수 외국어교육 진흥법’이 관련된 교육프로그램들을 연결지어 최고의 글로벌 인재양성사업으로 육성시키겠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한국외대의 비교우위 역량인 어문학·지역학에 이공계 분야와 사회과학 영역을 병합하는 이른바 ‘유기·융합적 커리큘럼’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이번 동계방학 동안 ‘학사제도 개선위원회’를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 시절만 해도 하위 15% 대학에 선정돼 재정지원제한 대학 목록에 이름을 올렸던 원광대는 지난 1주기 평가에서 당당히 A등급 대학에 선정되며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였다. 재정지원제한 대학의 경험이 있었던 만큼, 변화에 더욱 민감할 수 있는 원광대는 이제는 ‘따라하는 대학’이 아닌 ‘이끌고 가는 대학’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도종 원광대 총장은 “최근 정부가 새롭게 발표한 학사제도 유연화 정책은 결국 대학의 특성화 개발 요구로 귀결된다”며 “원광대만의 ‘1학과 1기업 1특허’나 국제, 학제, 직제의 ‘3합신사’ 교육도 같은 맥락에서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 대학의 해외진출 활로가 넓어지면서, 해외 대학과 교육과정을 분담할 수 있고 우리 교육과정을 수출할 수도 있으며, 협약을 통한 새로운 대학 설치도 가능해 질 것”이라며 국제화 역량강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한편 전북대는 지역적 특성을 이용한 ‘브랜드’를 창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남호 전북대 총장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의 브랜드를 적극 활용해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를 만들고자 한다”며 “정문과 교수회관, 법학전문대학원 등을 한옥형으로 지어 랜드마크로 만들고, 캠퍼스 둘레길과 건지산 수목원을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모범생을 넘어선 모험인재를 대학 대표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능동적으로 해결하는 창의적 인재를 키우고, 레지덴셜 칼리지와 오프 캠퍼스 확대, 스마트 강의실 등 교육여건 개선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북대는 지난해 9월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스마트 강의실 12개를 개소해 선보였으며, 앞으로 100개 이상의 스마트 강의실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장은 “짧은 시간에 우리 대학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키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했을 때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을 찾아내서 적극적으로 키운다면 우리 대학의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구조개혁 2주기 평가’까지 1년여의 시간이 남았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정부 주도 하의 변화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몇몇 대학들은 아직도 “어쩔 수 없다”는 변명과 함께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변화 유도에 따라갈 것인지 아닌지를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각 대학은 시장논리에 따른 대학 수 급감의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그들만의 자생적 방법을 강구하고 특성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봐야겠다.
 
김홍근 기자 m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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