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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쟁점] 생명특허를 둘러싼 논란들
[과학쟁점] 생명특허를 둘러싼 논란들
  • 교수신문
  • 승인 2002.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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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특허청은 생쥐인간의 개념에 특허를 부여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중이라고 한다. 특정 동식물에 사람을 비롯해 異種의 유전자를 삽입한 형질전환체에도 특허를 부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뉴욕 의대의 스튜어트 뉴만 교수는 신약의 독성 실험 때 이용할 수 있도록 ‘반은 사람 반은 생쥐‘인 이종간교잡체를 생쥐인간(humouse)라고 이름 붙인 후 5년 전 특허를 출원했다. 그가 이런 개념의 특허를 출원한 배경은 생명특허의 범위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이유 때문이었다. 즉 이 개념에 특허가 부여된다면 향후 20년 동안은 독점적 지위를 가지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비윤리적 생명특허를 막을 수 있고,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 생명특허의 범위를 한정하는 법을 만들도록 의회를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뉴만은 생명특허를 최후의 엔클로우저 운동이라고 비판했던 제레미 리프킨의 영향을 받아 생명특허에 확장에 부정적인 사람이다. 특히 그는 인간-동물 교잡체나 인간배아에도 특허가 부여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례는 특허 허용 여부를 떠나 현재의 생명특허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끝난 후 유전자에 대한 상업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인간유전자나 제3세계 유전자원의 특허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다. 또한 최근엔 이종간교잡과 인간배아연구가 활기를 띠면서 생명특허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허 영역, 계속 확장되다

생명특허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때는 미생물에 대한 특허가 최초로 허용된 1980년이라고 할 수 있다. 제너랄 일렉트릭사는 석유를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는데 미국 특허청은 특허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했었다. 이 회사는 특허청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고 결국 대법원에까지 가게 됐다. 논란 끝에 대법원은 5:4라는 근소한 차이로 미생물을 인간의 ‘발명’으로 인정해 특허를 허용했다.

1987년에는 형질전환된 쥐가 특허를 받음으로써 특허범위가 포유류까지 확대됐다. 현재는 특정 요건만 갖추면 형질전환된 모든 동식물에 대한 특허가 가능하다. 비록 인간 자체는 특허를 받을 수 없을지라도 신체 일부분인 유전자, 세포주, 조직 등은 특허등록이 가능하며 배아나 태아에 대한 특허도 신청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복제양 돌리에 대한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영국 PPL사는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 전체의 체세포복제방법에 대해 특허를 국내에 출원하기도 했었다. 사람이 포함된 이런 방법특허는 이미 등록이 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이런 현실과는 달리 과연 동식물 더 나아가 인간의 유전자나 세포주가 발명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아있다.

남대서양의 작은 섬 지역 사람들의 천식 유전자에 대한 특허를 베링거일겔하임이 가져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우선 자기결정권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능할 것인데 제공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신체의 일부를 타인이 소유한다는 것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신체 일부에 대해 유용성을 발견한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상업적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게되면 물신화 경향을 조장하고 결국 인간존엄성의 가치를 훼손할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인간게놈다양성프로젝트나 단일염기다형성(SNP)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전세계 토착민에 대한 혈액샘플 채취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번 짚어 봐야할 문제이다. 일부에선 제3세계 토착민의 유전자나 유전자원을 채취해 특허를 소유하는 행위를 가리켜 생물해적질(biopiracy)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인간유전자에 대한 특허

작년 인간게놈프로젝트의 발표 후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염기서열의 정확성’과 ‘서열에 대한 접근권’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공적자금으로 운영됐던 HGP 콘소시엄측은 인류의 공동자산인 유전체의 분석 결과를 누구에게나 제한 없이 공개한다는 원칙을 세운 반면 사기업인 셀레라(celera)측은 이것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인간염기서열은 기능이 밝혀진 전장 유전자 또는 조각들에 대해 특허를 허용하고 있다. 인간 유전자에 대한 특허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프로젝트 발표 전후로 와서는 과학기술자들의 주장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인간 유전자 특허에 대한 비판 논리들을 살펴보면 우선 인간 유전체나 그것의 일부는 인류의 공동 자산이므로 분리, 확인했다고 해서 배타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과 발견의 대상이지 발명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1999년 미의료유전학협회(ACMG)는 유전자 및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특허가 허용되면 안 되는 천연물질로 보았고 따라서 질병관련 돌연변이에 대한 특허를 주려는 미 특허청의 정책에 반대했었다.

두 번째는 인간 유전자에 대한 특허 부여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이 제약될 것이라는 우려다. 유전자 검사에 기본이 되는 유전자에 특허를 허용함으로써 가격상승이 발생하고 결국에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유전자에 대한 특허 부여는 초기 연구성과를 독점하게 만들어 후발 혁신을 오히려 저해한다는 것이다. 인간게놈기구(HUGO)와 미국립보건원(NIH)의 일부 과학자들은 완전히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염기서열의 일부에 대한 특허는 유전자와 유전자의 산물에 대한 후속적인 연구를 방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자의 25%가 특허로 인해 자신이 개발한 임상시험기법을 포기했으며 48%는 아예 임상시험법을 개발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한 유전자에서 유래한 복수의 단편(EST)에 대해 각각 특허가 출원된다면 권리 분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즉 유전자 상의 각 영역들(엑손, 단일염기다형성, 돌연변이체, 전사체 등)은 상호 작용하는 필수적인 요소인데 이들 요소들과 완전한 유전자가 각기 별개의 발명으로 취급된다면 최종 산물은 여러 특허에 걸쳐 있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 동안 생명특허문제는 생명윤리법 논쟁과 달리 대중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였다. 그러나 생쥐인간이나 인간줄기세포체와 같이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특허 허용은 비윤리적 연구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김병수 과학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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