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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변화 대비 않으면 뒤쳐질 것” … 대학 본연의 역할에 질문을 던지다
“인공지능 시대, 변화 대비 않으면 뒤쳐질 것” … 대학 본연의 역할에 질문을 던지다
  • 김홍근 기자
  • 승인 2017.01.09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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丁酉年 대학총장들의 새로운 다짐은?
丁酉年은 붉은 닭의 해다. 닭의 힘찬 울음이 새벽을 깨우듯, 혼돈의 대학가도 힘찬 기지개를 켜고 있다.
 
변화와 개혁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는데 키를 쥔 대학총장들의 머릿속엔 어떤 해법이 들어있을까.  전국 대학총장들의 신년사 주요 키워드는 ‘새로운 시작’이었다. 매년 의례적으로 치르는 시무식과 신년사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민을 도탄에 빠뜨렸던 국정농단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여기에 전·현직 교수들이 대거 연루되면서 대학의 위상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는 점을 총장들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년사를 통해 총장들은 ‘대학의 역할’을 성찰하고 미래를 대비한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 대학총장 신년사에서 공통적으로 추출된 주요 관심사는 단연 ‘대학구조개혁 2주기 평가’였다. 이번 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의 존폐 여부까지 결정되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뒤쳐질 것이라는 게 총장들의 입장이다. 김창수 중앙대 총장은 “산업혁명과 정치혁명의 시계 바늘이 빨리 돌아가는 만큼 대학정책의 지형도도 급변하면서 민첩한 대학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며 “‘上有政策’에 대한 발빠른 ‘下有對策’을 통해 2주기 대학구조개혁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교협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허향진 제주대 총장도 “지금 대학들의 최대 화두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다”라며 대학가에 감도는 긴장감을 웅변했다. 그는 “우리 대학도 예외일 수 없는 만큼, 기획처에 구조개혁평가대응팀 신설, 새로운 시대의 대학 역할과 체제 정비에 대한 외부 전문집단의 컨설팅, 분야별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점검할 것”이라며 대학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을 자신했다.
 
지난 1주기 평가에서 재정지원제한대학 목록에 이름을 올렸던 강원대는 지난해 그 대상에서 해제되긴 했지만,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장기발전 계획인 ‘비전2030’을 만들어,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변화에 대비할 것”이라며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수정해 2차 구조개혁 평가 대비, 학교 특성화 추진 등 대형 국책사업과 대학 평가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대학구조개혁 2주기 평가가 내년 상반기에 예정돼 있어 대학들이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과 재정지원정책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서울권 대규모 연구중심대학들은 무엇에 중점을 두고 있을까? 그들은 다가올 교육과 연구환경의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지난해 2월 취임사를 언급하면서 “이 시대를 문명사적 변화의 시기로 규정하고 산업사회의 대학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었다”며 “이미 여러 차례 창의력은 융합에서 나오는 것임을 강조한 만큼, 학문분야 사이의 융합연구 뿐만 아니라 해외 연구기관과의 융합연구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연세 주니어 융합연구 지원 사업’을 시작했고, 창의교육의 일환으로 학부생들이 스스로 융합 연구팀을 조직하게 해 40여개의 팀에 연구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유연하고 선도적인 연구를 하도록 하는 행·재정적 연구지원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염재호 고려대 총장도 “연구의 위상을 높이고자, 봉급 인상을 포함한 후생복지 혜택을 강화하고 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기금과 연구시설의 확충을 추진할 것”이라며 “교육과 연구 환경의 개선을 위해 Science π-park, 수당 Faculty House, 외국인기숙사, 융합연구동 등의 착공이 예정돼있다”고 말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사이언스, 드론, 자율주행자동차 등이 어우러져 산업 생태계의 근간이 바뀔 것이고 교육과 연구의 변화도 예외일 수 없다”며 “신진 연구자의 혁신적 연구 증진을 위해 신설한 창의선도 신진연구자 지원을 현행 30억원 규모에서 2019년까지 200억원 수준까지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계획안을 내놨다.
 
‘대학의 역할’ 고민하기 시작한 총장들
 
‘인재 양성’에 대한 고민은 어느 대학이라 할 것 없이 공통의 관심사였다. 인재 양성의 방향이 곧 중장기 발전계획을 결정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교육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충북대는 ‘창의인재 양성’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여표 충북대 총장은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대학 교육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대학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며 “대학 역량 강화 차원에서 당면과제는 창의공동체에 기반을 둔 창의인재 양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분화된 대학 전공과 기술의 의미가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습득과 암기보다는 응용과 소통이 중요한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며 “기술혁신이 인공지능을 통해 이뤄지고 초연결 사회가 가능한 대변혁의 시기를 맞아 대학이 어떤 방향을 좌표를 설정해야 하는 지에 대한 성찰이 거듭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의 이와 같은 발언은 현재 윤 총장이 지방거점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의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향후 거점 국립대학들의 지형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반면, 한양대는 인성에 중점을 두고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영무 한양대 총장은 “올해는 ‘나눔’ 프로그램이 좀더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세계적 명문 대학이라고 하면 단순히 두뇌가 명석한 인재를 키우기보다 가슴이 따뜻한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은 ‘정성스런 교육’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이 총장은 “정성스런 교육이란 잘 가르치는 것과 학생들의 인성을 바르게 키워주는 것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변화의 시기, 올해부터 각 대학 총장들의 다짐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원활한 소통과 최고 교육기관으로서 역할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목소리였다. 이 두 다짐은 사실 지난해 대학본부의 불통으로 인해 발생한 대학가의 여러 ‘사태’와 국정농단으로 인한 촛불민심에 따른 것이라 분석된다.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대학 본관을 점거하면서까지 총장과 대학 본부에게 학생들과의 소통을 요구했고, 이화여대 사태는 그 정점을 찍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꼬리를 물어 국정농단 사태까지 연결되면서, 대학은 교육기관으로서의 사명과 역할에 대해 원점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를 의식한듯, 총장들은 신년사에 유독 ‘소통’과 ‘역할’을 강조했다. 시흥캠퍼스 논란이 있었던 서울대는 평의원회, 재경위원회, 총장추천위원회 등 학내 공식적인 의사결정 기구에 학생들과 교직원의 참여를 늘려 소통과 협치의 대학을 만들 예정이다.
 
중앙대 역시 ‘구성원이 행복한 대학’을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창수 총장은 “대학사회에 남아있는 불신의 벽을 낮추는 대신 신뢰의 상아탑을 쌓아가겠다”며 불신의 벽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SMART 행정시스템’을 통해 예측 가능한 대학 행정이 펼쳐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대학의 역할을 강조한 대학들은 하나 같이 “나라가 어려울 때, 대학이 바로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용복 전남대 총장직무대리는 2015년 서울대 공대에서 발간한 『백서』를 소개하며 “참회록 성격의 이 백서는 추종자에 머무르고 있는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대학은 곧 침몰하고 말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며 “2017년을 맞는 대학인들 모두가 가슴에 새겨야 할 충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전남대는 역사의 고비마다 저항과 참여, 희생으로서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웠다. 민주·인권·평화라는 인류보편의 가치를 후세에 계승하는 것이야말로 전남대 구성원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책무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 역시 “최근 대학이 입시와 취업을 위한 기관처럼 인식돼 안타깝다”며 “대학은 기업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배출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변화와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근 기자 m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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