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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출한 인터페이스의 등장
걸출한 인터페이스의 등장
  • 김정규 한국방송통신대 출판문화원
  • 승인 2017.01.0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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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정유년, ‘닭의 해’가 우울하게 ‘시작됐다’라고 쓴다. 하필이면 AI(avian influenza)라는 전염병으로 인

해 닭을 2,천만 마리나 살처분한 끝이니 ‘희망 찬 새해가 밝았다’라고 쓸 수가 없다. 거기다가 또 하나의 AI가 우리를 더 걱정하게 만들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말이다.

인공지능은 일종의 인터페이스라 할 수 있다. 인터페이스란 개체와 개체 사이의 경계면을 뜻하기도 하고, 그것을 제거해 서로 연결해 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날로그적 인터페이스의 성공 사례로는 ‘컨테이너’를 들 수 있다. 육지 입장에서 보면 바다는 교통의 장애물이다. 거꾸로 바다 입장에서 보면 육지가 교통의 장애물이다. 그래서 육지를 달리는 트럭과 바다를 달리는 선박은 전혀 별개의 것으로 취급됐다. 결국 운송비용이 늘어 싼 물건이라도 수출지에 도착하면 가격이 올라가 무역이 제대로 발달할 수 없었다. 하지만 1930년 말콤 맥린이라는 트럭 운전사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하나가 모든 상황을 바꿔놓았다. 그는 육상과 해상 수송의 인터페이스를 바꿔주었던 것이다.

키보드는 인간과 컴퓨터를 잇는 인터페이스 중 하나다. 자율주행차는 인간과 자동차 사이에 인공지능이 인터페이스 기능을 하는 형태다. 인간이 직접 운전하지 않고 인공지능에게 지시하기만 하면 된다. 사물인터넷(IoT) 개념도 인공지능과 인터넷을 통해 인간 행위자와 비인간 행위자(동식물, 사물), 비인간 행위자 상호간을 연결하는 것이다.

다보스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그의 저서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새로운 현재, 2016)에서 제4차 산업혁명은 무엇인가,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공익을 위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는 “제4차 산업혁명이 주는 기회가 강렬한 만큼 그것이 초래할 문제점 역시 벅차고 무겁다. 그러므로 모두가 함께 제4차 산업혁명의 영향력과 효과에 적절히 대비하여, 도전을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상은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초연결사회가 되어 더욱 복잡해지고 분열되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우리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절호의 기회다.”라고 주장한다.

새로운 시대 변화의 징후 가운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체감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노동력의 위기와, 빅데이터 및 분석기능을 활용한 새로운 기업 모델의 등장, 클라우드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 채널을 통한 초연결성 강화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파괴적 혁신 기술의 영향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슈밥은 염려하고 있다. 또한 개인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 차원에 있어서도 이 급격한 변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뿐 아니라 제도적 체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지와 보편적인 담론조차도 형성되지 않은 채, 새 시대를 맞이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번영’이 아닌 ‘쇄락’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행동양식뿐 아니라 정체성도 변화시킨다. 제4차 산업혁명이 개인에게 미칠 영향은 다양하다. 정체성뿐 아니라 프라이버시와 오너십에 대한 개념, 소비패턴, 일과 여가에 할애하는 시간, 자기계발 방식 등 정체성과 관련된 여러 측면에도 영향을 끼친다. 또한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쌓는 방법과 사회적 계급, 그리고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증강인간(human augmentation)을 실현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슈밥은 내다봤다.

한편, AI시대의 암울한 그림자는 백악관이 지난달 발표한 「인공지능, 자동화 그리고 경제」라는 보고서에 나타나 있다. 이 보고서는 AI시대의 부작용에 대비하여 사회복지·교육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고, 특히?AI가 노동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으며, 임금 수준과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일자리를 잃을 확률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조사에 의하면, 인공지능 대체율 상위 5개 직업은 전화상담원(대체율 99%), 스포츠 심판과 은행창구직원(98%), 부동산 중개인, 택배기사 순이고, 대체율 하위 5개 직업은 상담치료사(0.31%), 사회복지사(0.35%), 외과의사, 초등학교 교사, 성직자 순이라고 한다.

이렇듯,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를 연결하는 AI라는 걸출한 인터페이스의 등장은 제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인류문명사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다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 이미 시작됐다는 주장과, 5세대 이동통신의 표준이 설정되는 2020년이라는 주장 등이 혼재한다. 흔히 사회적 문제는 인간-인간 사이의 갈등에서만 비롯된다고 생각해왔지만, 비인간 행위자와 인간 사이의 갈등 또는 부적합에서 오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폭증하게 될 비인간 행위자들로 인한 사회적 문제 중의 하나인 노동시장 재편에 대해, 고등교육 분야에서는 과연 어떤 대안들을 내놔야 할지 또 하나의 걱정이 앞서는 1월이다.

김정규 한국방송통신대 출판문화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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