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위안부’ 주제가 압도적 … 문화에선 1인 전성시대 반영한 혼밥·혼술
역사는 ‘위안부’ 주제가 압도적 … 문화에선 1인 전성시대 반영한 혼밥·혼술
  • 강성민 리뷰아카이브 리뷰위원
  • 승인 2017.01.0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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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실태로 본 2016의 논문 트렌드_② 인문·예술 분야

2016년 한 해의 논문 이용추이를 살펴보는 ‘논문 트렌드’ 기사를 3회에 걸쳐 싣는다. 글 싣는 순서는 1)사회과학 2)인문·예술 3)자연과학·공학 분야다. 강성민 리뷰아카이브 리뷰위원의 정리로 역사, 철학, 사회문화 등의 논문 추이를 짚은 두 번째 ‘인문·예술 분야’를 소개한다. 

■ 역사: 정치적 쟁점이 된 ‘역사’ ·… 국정화 관련 이슈 장악

올 한해 역사 분야 논문을 관통한 키워드는 ‘위안부’와 ‘식민지근대화-내재적 발전론’이다. 특히 ‘위안부’ 관련 논문은 목록에서 징검다리처럼 한 논문 건너 한 편씩 나올 정도로 빈도가 높았다. 언제 이 많은 논문이 쓰였나 싶을 정도였으며, 2016년 상위 3만 편 가운데 51편이나 되었다. 이유는 쉽게 짐작이 간다.

우선 박유하 교수의 책 『제국의 위안부』(2013) 문제로 지난해 내내 시끄러웠던 게 첫 번째 이유다. 이 책이 의도적으로 ‘매춘’ 등의 단어를 써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를 ‘의도적’으로 훼손시켰다며 논란이 불거졌던 것이다. 책은 34곳이 삭제돼 2015년에 개정판이 나왔고, 저자는 명예훼손 소송을 당해 바로 며칠 전인 2016년 12월 검찰은 3년형을 구형했다.

이 와중에 지난해 12월에는 정부가 일본 정부로부터 10억 엔을 받고 위안부 문제를 다시 재론하지 않기로 한 ‘불가역적’ 졸속 합의로 엄청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국정교과서에서 위안부 서술 문제가 있으니 그에 따른 수요도 엄청났을 것으로 판단된다.

51편의 위안부 논문 중 위안부의 구체적 실상을 살핀 실증적 연구보다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한일관계」(해당 키워드 중 1위, 853회), 「일본 사회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담론의 고찰」(2위, 754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현황과 국제인권법적 재조명」(3위, 672회) 등 이 문제를 한일관계 속에서 살피거나, 일본인들의 인식, 국제적 시각 등에 집중한 논문이 주축이 됐다.

이런 흐름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도 그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근대사 해석의 뜨거운 감자인 ‘식민지근대화론’이 재차 주목을 받았다. 대부분 1990년대 후반에 쓰인 논문 10여 편이 제법 많이 읽혔지만, 올해 새롭게 발표된 논문은 한 편도 없었다. 올 한 해 가장 많이 이용된 논문이 2015년에 등록된 「식민지근대화론의 주요 주장의 실증적 검토」(582회)라는 점을 볼 때 가장 최근에 발표된 잘 정리된 논문이 학습 자료로 이용됐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고대사 분야에서도 재야 사학계 일부를 ‘사이비 역사학’으로 규정하면서 격론이 일었다. 「사이비 역사학과 역사 파시즘」(고대사 키워드 중 1위, 544회), 「오늘날의 낙랑군 연구」(2위, 503회), 「’한사군 한반도설’은 식민사학의 산물인가」(3위, 498회)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는데, 고조선 강역 획정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주제들이다. 재야사학계라는 말 대신 ‘사이비 역사학’이라는 용어의 공식 사용은, 작금의 일부 역사 해석이 추상적이며 국수적인 방향에서 전개된다는 경계와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철학: 동성애·존엄사 등 ‘주체의 경계’ 확장

상위 3만 편 가운데 철학 연구는 유의미한 트렌드가 살펴지지 않았다. 굳이 논하자면 철학 전공자들에 의한 ‘동성애’,  ‘안락사’,  ‘트랜스휴먼’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었다. 트랜스휴먼이란 인공지능 시대의 ‘휴먼’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를 포괄하는 연구들을 말한다.

동성애가 57편, 안락사(존엄사)가 39편 검색됐는데 이 주제는 법학, 사회학, 영화학, 종교학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있는 터라 딱히 철학으로 보기 어렵다. 철학적 접근으로는 「동성애자들의 자율성과 도덕적 책임」(918위)이 가장 순위가 높았는데 이는 선입견에서 출발한 접근이라 철학적 태도로서 논란의 여지는 있다. ‘동성애자’와 관련된 논문이 대거 이용된 데는 퀴어 축제 등 일련의 사회적 퍼포먼스와 이에 대한 기존 문법적 차원의 대응에 따른 관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 볼 대목은 ‘존엄사’에 관한 관심의 급부상이다. 최근 “사망에 임박한 환자의 극심한 고통 제거에 초점을 둔” 안락사라는 단어보다는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생명연장조치를 중단할 권리”를 의미하는 ‘존엄사(death with dignity)’라는 용어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여준 논문도 「죽음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존엄사」(65위, 1천167회)다. 이 논문의 핵심 전언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죽음의 단계에 들어선 환자는 개인적으로 삶의 마지막 과정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인간 생명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인간의 마지막 단계에서도 지켜져야 할 가장 중요한 헌법적 가치다. 따라서 인간 생명의 ‘신성함’만을 강조해서도 안 되며, 또한 생명의 ‘질적 평가’만을 강조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의 원칙이 최선의 합치점을 찾는 데에서 비로소 인간의 생명의 존엄성은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알파고 이후 촉발된 인공지능 논의는 결국 인문영역에서 포스트휴먼 논의 확대로 이어진 한 해였다. 여기서 부각되는 주제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수 있는가’, ‘인공지능을 두려워해야 하는가’,  ‘인공지능의 시대에 노동하지 않아도 행복할까?’ 등 끝도 없다. 조희연 교육감은 최근 <인물과사상>에 실은 글에서 인공지능 관련 논의가 ‘기술주의적 편향’과 ‘인문주의적 편향’으로 양극화돼 있다며 보다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가지 음미할 만한 부분은 이들이 전통적인 인간 주체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점이다. 동성애는 인간 성역할의 경계를 허물고 있고, 존엄사는 죽음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주제에서 능동적으로 관리해야 할 주제로 승격시켰다. 인간의 지능이 인간의 뇌 밖에 존재하는 ‘머신 사피엔스’ 시대를 논하는 포스트휴먼 논의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 외에 철학 분야에서는 푸코 관련 논문이 23편이나 순위에 올라 미셸 푸코에 대한 여전한 인기를 실감케 했다.

문학 분야에서도 유의미한 트렌드가 좀처럼 읽히지 않았다. 김소월, 윤동주, 이상, 한강, 김영하 등 개별 작가론이 간혹 순위에 들었고 대체적으로 활력이 없고 파편화돼 있다는 느낌이었다. 문학의 동시대적 주제가 사라진 시대 「퇴행의 시대와 ‘K문학/비평’의 종말」이라는 올해 발표된 글이 상당히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는 것이 상징적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문단을 뒤흔들었던 ‘표절’ 논란도 잦아들어서 관련 글들이 거의 살펴지지 않았다. ‘문단권력’, ‘표절’과 같은 뜨거운 주제들이 주춤한 자리에, 문학의 변화를 조망하고 문학적인 것을 발견하려는 새로운 문학적 화두가 어필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 사회문화: 1인 전성시대 … 그리고 ‘정동’의 波高

통계청에 따르면, 1980년에 전체 가구 중 4.8%에 불과했던 1인가구가 1990년엔 9.0%, 2000년엔 15.5%, 2010년에는 23.9%로 급증했다. 10년 뒤엔 30%까지를 내다본다고 한다. 또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2015년 기준 1인가구 비중이 27.0%에 이르며, 2인가구까지 합한 미니 가구의 비중은 51.7%로 과반수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 1인이나 혼자, 독거 등의 키워드로 대략 150편에 가까운 논문이 검색됐다.

올해 논문 이용 트렌드로 볼 때 1인가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방송관계자들이었다. 3만 편의 논문 중 5위를 차지한 「1인 가구와 방송 트렌드 변화」(3천436회)가 가장 순위가 높았고, 「1인 가구의 증가와 미디어 소비 행태 분석」(160위, 844회)이 그 다음이다. 젊은 연예인들이나 셰프테이너들이 나와 펼치는 먹방과 쿡방은 전형적인 1인가구의 취향을 고려한 방송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1인가구의 사회·경제적 특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바로 뒤따랐다. 「1인 가구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변화」(207위, 767회)에 따르면 단독가구는 여성, 청년층 및 노년층, 저학력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장년층 비중이 증가한다는 특징이 있다. 청년층 단독가구의 경우 고학력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결혼관의 변화 등에 따른 만혼화 현상과 학업이나 취업 등을 위해 결혼을 미루는 세태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소득 수준은 낮아 적자가구가 많았고, 2010년 기준 44% 정도가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1인가구 증가의 중심에는 여성이 있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여성에 대해 큰 기회비용을 요구하고 결혼에 실패했을 경우 치러야 하는 대가도 남성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비혼 1인가구의 사회적 관계」, 「비혼 여성 1인가구의 사회적 배제에 관한 연구」 등과 같이 비혼 여성의 다양한 실태와 심리상태에 대한 접근도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외에도 ‘독거’를 키워드로 한 논문도 36편에 달했는데, ‘독거노인’ 문제를 주로 다뤘다.

‘이데올로기’로 분석되지 않는 현실 ‘정동’으로 분석한다

본격적 의미의 학문적 유행이라고 할 만한 것은 바로 ‘情動(affect)’이다. 문학과 문화연구에서 지난 1~2년 사이에 심심찮게 나타난 용어인데 우리에게 익숙한 감정, 정서라는 단어와는 달리, 행동적 측면을 강화한 단어다. 세월호 사건,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등과 연관된 ‘구조화된 집단정서’에 대한 문학·예술적 관심이랄 수 있는데, 이는 앞서 사회과학 분야에서 넘쳐났던 ‘여혐’과 궤를 같이 한다.

정동을 다룬 논문은 10여 편이었는데 가장 많이 이용된 논문은 「혐오의 시대: 2015년, 혐오는 어떻게 문제적 정동이 되었는가」(43위, 1천302회)다. ‘혐오’라는 감정을 단순한 감정으로 대할 게 아니라 예전의 이데올로기 대하듯 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울러 ‘정동’에 비판적 스탠스를 취한 논문들도 제법 살펴졌는데 「정동과 이데올로기」, 「정동 이론 비판」 등의 논문은 계급적·젠더적 모순 등과 같이 선명한 사회문제를 정동이라는 문제틀이 흐려놓는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정동’의 옆자리에 ‘헬조선’이 놓인다. 헬조선은 “한 사회가 작동하기 위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유지하는 정의와 윤리의 감정이 붕괴되고 있음을 청년 세대의 입을 통해 경고한 사회 체제 위기의 담론이다.”(이동연) “헬조선론은 한국사회의 수많은 ‘미개한’ 군상에 대한 박물지이며, 그 ‘미개한’ 행태에 관한 보고가 모여 거대한 자국혐오 정서로 발전한 담론”(박권일)이다.

경청할만한 분석은 박권일 씨가 쓴 「‘헬조선’, 체제를 유지하는 파국론」이다. 그는 여기서 마사 너스바움의 논의를 빌려 헬조선론이 왜 파국일 수밖에 없는지 논하고 있다. 너스바움에 따르면 ‘혐오’와 ‘분노’는 서로 다르다. 분노는 부당함에 대한 분개로서 대상에 다가가게 만드는 감정인데 비해, 혐오는 자신이 오염될 것이라는 불안과 그에 대한 거부를 바탕에 깔고 있다. 따라서 대상으로부터 멀어지려는 감정이다.

‘미개한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함축한 이러한 혐오의 감정은 ‘주체와 대상의 분리’에 기반해 오염을 거부하고, 순수함과 완전함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며 결국은 타인뿐 아니라 자기에 대한 혐오까지 일으킨다. 그런 의미에서 파국론이다. “같이 죽고말자”라는 인식이 팽배한 이 담론지대는 “현실을 비난하면서도 현실을 바꾸려는 집단행동(과 선동)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1인칭 문화, 헬조선 담론이 ‘고립감’, ‘낭떠러지’ 같은 인식의 기반 위에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촛불’이 있었다. 올 11월과 12월 전국 방방곡곡을 가득 메운 촛불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 ‘혐오’가 아닌 ‘분노’가 살아 있음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촛불이란 단어가 들어간 논문들은 「인터넷 항의와 정치참여, 그리고 민주적 함의: 2008년 촛불시위 사례」 등에서 보듯 새로운 정치참여 문화의 등장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본 글들이 많았다.

강성민 리뷰아카이브 리뷰위원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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