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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호 새로나온 책
861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12.2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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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차별성은 보수주의를 일상의 철학으로, 하나의 역사로 폭넓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합리적 보수주의자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물질적·정신적 유산을 잘 지켜 후대에 물려주려는 신념을 갖는다. 약자를 보호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연대의식을 잊지 않는다. 스스로 세운 원칙을 절대 어기지 않는다. ‘자기밥그릇 챙기는 데 급급하다’는 이미지가 오래 박혀버린 한국의 보수주의와 다르다. 누구도 납득시키지 못하고 아무도 동조하지 않는 병든 보수. 정치 선진국 영국이 200년 넘게 보수와 진보 양당 체제로 긴장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양측이 납득할 만하다는 데 있다.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보수의 가치』, 로저 스크러튼 지음, 박수철 옮김, 더 퀘스트, 320쪽, 16,000원
 
 
노자와 에로스, 에로스와 생명정치-도덕경 주석, 신철하 지음, 삶창, 244쪽, 15,000원
국내에 출간된『도덕경』에 대한 번역본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리고 그 번역본의 대부분은 왕필의 주석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동안의 『도덕경』 해석을 멀리 벗어나 있다. 거의 파격에 가깝다. 저자는 『도덕경』 각 장의 제목을 거의 정치적인 언어로 새로 달았다. 예를 들자면, ‘무위의 정치적 거버넌스’, ‘자본 사회와 분열증’, ‘정치의 최종 심급은 시적 언어를 향한다’등 저자가 『도덕경』을 새로이 해석하는 핵심 키워드는, 생명, 에로스(사랑), 시, 꼬뮌이다. 저자의 주장인즉『도덕경』의 언어들은, 생명과 사랑이 갖기 마련인 언어화되기 어려운‘현묘함’을 표현한 시적 언어라는 것이며, 그 시적 언어는 정치를 향한 리비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해석하는 에로스는 매우 구체적이다. 그것은 ‘문학과 예술의 핵심’이 인간에 대한 사랑에 있다는 저자의 문학에 대한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동동네 안의 시민경제, 서울대생들이 참여 관찰한 지자체의 사회적경제사례, 김의영 지음, 푸른길, 480쪽, 22,000원
이 책은 서울시 5개 자치구(강동구, 금천구, 마포구, 성북구, 은평구)와 전국 5개 지자체(광주 광산구, 인천 남구, 전북 완주, 전북 전주, 충북 옥천)의 사회적경제 사례를 다루고 있다. 다양한 행위자들이 경제적 가치 창출을 넘어 지역사회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등 사회경제적 주체로서 거듭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경제적 목적뿐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추구한다. 이 책에 나오는 각종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지역공동체건설, 민주적 시민참여, 자율과 협력, 연대와 호혜 등 다양한 사회적·정치적 가치를 지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시장주의와 국가 주도형 통치 방식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배경으로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참여를 강조하고 국가, 시장, 시민사회 행위자들 간 협력적 실천을 중시한다. 이러한 점에서 사회적경제는 본질적으로 국가(정부)와 비국가(비정부) 행위자 간 협력과 협업을 강조하는 거버넌스 개념과 궤를 같이한다.
 
 
법률, 플라톤지음, 천병희옮김, 도서출판숲, 632쪽, 38,000원
『법률』은 법적 제도의 측면에서 국가 구성의 모든 요소들을 체계화하는 점에서 (법률 기술이나 정치기술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국가 철학적이다. 따라서 『법률』의 내용은 개인의 미덕에서 국가운영에 관한 실천원리들을 총괄한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전개되는 이 대화는 크레테인 클레이니아스와 라케다이몬인 메길로스를 상대로 아테나이의 방문객이 법률을 통한 새로운 국가 건설을 제안하고, 이를 위해서 각 주제와 난제들을 차례대로 제기하고 풀어나가면서 법률제도의 원리와 실용적 의미를 설득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런 실천철학은 정의로운 국가에 관한 아름답고 선하고 이상적인 구상을 밝힌다. 이것이 ‘아름다운’것은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에 바탕을 둔 국가를 건설하기 때문이고, ‘선한’것은 인간의 미덕에 바탕을 둔 탁월하고 훌륭한 윤리적 공동체를 추구하기 때문이고, ‘이상적’인 것은 구체적인 법과 제도의 문제를 고심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기교적 실무에 매몰되지 않고 공동체의 보편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정치철학적 탐구의 이념을 제안하기 때문이다.
 
 
저항은 예술이다, 문화, 전기, 그리고 사회운동의 창조성, 제임스 재스퍼 지음, 박형신·이혜경 옮김, 한울엠플러스, 806쪽, 56,000원
그간 저항 연구에서 도외시돼온 문화와 개인의 전기를 사회운동에서의 중요한 차원으로 부각시킨 이 책은 사회운동에 관한, 특히 감정과 사회운동의 관계에 관한 수많은 연구들을 촉발시켰다. 기존에 저항 패러다임으로 인정돼온 자원과 전략이라는 요소에 문화와 전기라는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저항운동을 다차원적으로 분석했으며, 이를 통해 저항동학의 모습을 매우 풍부하게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저항자를 예술가에 비유하면서, 예술이 기존 전통을 새로운 창조물로 변형시키는 것처럼 저항자들도 새로운 도덕적 가능성을 창조한다고 주장한다. 멀게는 19세기의 보이콧부터 최근의 반핵운동, 동물권리운동, 환경운동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저항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한 이 책은, 문헌자료는 물론 인터뷰, 참여관찰, 설문조사 등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자료를 수집했으며, 이 자료들을 하나의 일관된 틀 내에서 묶어내고 있다.
 
 
창세기, 인문의 기원, 펑샹 지음, 박민호·박은혜 옮김, 글항아리, 690쪽, 32,000원
베이징대와 하버드대, 예일대에서 고대·중세문학과 법학을 전공한 펑샹 칭화대 로스쿨 교수는 「창세기」라는 복잡한 텍스트를 ‘人文의 기원’에 관한 이상적이고도 아름다운 전설로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성서의 수많은 조각과 그 조각의 교직은 동양적 맥락에서 해체돼, 종교적 교리에 그치지 않는 윤리적·존재론적 고찰로 확장된다. 기독교 성서의 신구약 및 외경에 입각한 상세한 해설 외에, 저자는 고대 종교의 다양한 경전과 율법서를 넘나들며「창세기」의 스무 가지 에피소드에 폭넓은 주석을 붙였다. 독일어와 그리스어, 라틴어, 영어, 프랑스어, 히브리어 현대 성서를 비롯해 위경과 탈무드, 미드라시, 중세 밀교의 문헌까지 두루 아우른 저자의 역주를 통해 이 책은「창세기」읽기를 처음 시도하는 이에게는 매혹적인 안내를, 이미 성서에 익숙한 이에게는 다양한 층위에서 유희할 만한 새로운 질문들을 선사한다.
 
 
한국인의 발견, 한국 현대사를 움직인 힘의 정체를 찾아서, 최정운 지음, 미지북스, 688쪽, 25,000원
이 책은 우리 한국인이 해방 이후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시대정신을 소개하며, 나아가 한국인들이 20세기를 통해 형성한 ‘힘’, 즉 ‘사상’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역사를 이야기한다. 한국인들의 사상과 정체성에 접근하기 위해 정치외교학부 교수인 저자가 찾아낸 중요한 경로는 한국 현대 소설이었다. 현대 소설에 담긴‘픽션’은 소설가들이 당대 현실과 조응하며 기록한 가장 온전한‘사상’의 모습이고, ‘픽션’의 밑바닥에는 늘 시대적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은 이를 통해‘한국 현대사’를 새롭게 일주하며 그 과정에서 발견된 우리 역사는 ‘예술 작품’의 연속이다. 이리하여 저자는 전작 『한국인의 탄생』과 이 책 『한국인의 발견』을 통해 20세기 한국인들이 걸어온 근대로의 여정을 하나의 대서사로 완성했고, 이로써 한국 근현대 사상사의 발굴과 정립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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