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2:55 (목)
유권자에서 주권자로!
유권자에서 주권자로!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 승인 2016.12.26 1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딸깍발이]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지난 11월부터 이어진 촛불 항쟁은 분명 국민적 항쟁이라는 점에서 1987년 6월 항쟁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그 의미는 다르다. 왜냐하면 단지 항쟁의 발발 원인이 아니라, 여기서 표출된 국민적 자기의식과 이에 따른 국민적 요구가 이전과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흔히 1987년이 민주화 원년으로 기록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이때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국민들은 대통령 직선제가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첩경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은 개헌에 반대하는 독재정권에 맞서 6월 항쟁으로 이어졌고, 결국 대통령 직선제를 관철시켰다.

그런데 당시 국민들은 국가와의 관계에서 자신을 어떤 존재로 의식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법적이고 제도적 차원에서 어떤 존재로 인정받길 원했을까. 아마도 국민들이 갖고 있던 자기의식은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 의식이 아니었을까? 왜냐하면 1987년 6월 항쟁을 추동했던 가장 큰 국민적 공감대는 ‘대통령은 내 손으로’라는 구호에 집약돼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국민들이 대통령을 직접 뽑는 유권자가 되면서 대한민국은 민주화의 길로 들어섰다. 누구든 정권 획득을 위해서는 무력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비록 기초의회 의원부터 자치단체장, 국회의원, 그리고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위정자를 직접 선출하지만, 이들이 민의를 대변하고 받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위정자들이 민의를 거스르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일들이 빈번히 벌어진다.

더구나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근본적 가치가 자유와 평등에 있다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들에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권리가 평등하게 보장되어 있을까? 1대 99% 사회라고 할만한 경제적 불평등과 금수저-흙수저로 말해지는 새로운 신분사회는 소수의 자유와 대다수의 부자유 말고 과연 무엇을 보여준다고 말해야 할까.

촛불 항쟁에서 나타난 국민적 자기의식은 위정자를 내 손으로 뽑겠다는 유권자 의식이 아니다. 촛불 항쟁에서 전 국민이 한 목소리로 외친 것은 ‘박근혜 퇴진’이며, 이렇게 외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국민 자신이 주권자라는 자기의식이기 때문이다. 즉 국민은 이제 선거 때 한 표 행사하는 것으로 그 권리가 끝나는 유권자가 아니라, 대통령이든 누구든 위정자를 선출할 수도, 물러나게 할 수도 있는 최고 권력자라는 것이다.

이렇게 1987년 6월 항쟁과 최근 촛불 항쟁에서 표출된 국민적 자기의식이 무엇인지 분명해 진다면, 이제 변화된 국민적 자기의식에 상응하여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도 분명해진다.

즉 1987년 직선제 개헌을 통해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는 선거 중심의 민주주의가 시작됐다면, 이제는 국민이 주권자로서 최고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민의에 반하는 정치를 극복하고, 자유와 평등이라는 민주주의 가치가 실현되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소환제와 같이 국민의 주권적 정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헌법적 제도, 그리고 경제민주화와 같이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통해 사회적 양극화를 극복하려는 진보적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할 것이다.

문성훈 편집기획위원/ 서울여대·현대철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