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과 교육의 전당으로 거듭나야
학문과 교육의 전당으로 거듭나야
  • 이덕환 논설위원/서강대·화학
  • 승인 2016.12.2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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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이덕환 논설위원/서강대·화학
▲ 이덕환 논설위원

丙申年이 대통령 탄핵으로 우울하게 막을 내리고 있다. 순리를 거부하고 오만·독선·불통으로 온 나라를 암흑천지로 만들어버린 昏君에 대한 국민들의 때늦은 원망이 하늘을 찌르는 형국이다. 경제가 흔들리고, 문화는 쇠퇴하고, 교육도 무너지고 있다. 외교와 국방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엎친 데 덮친다고 겨울 철새들이 옮겨온 사상 최악의 AI(조류독감)까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고질적인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의 迷妄에서 벗어나 ‘곶 됴코 여름 하나니’를 노래하자던 교수들의 간절한 새해 소망은 결국 허무한 未忘으로 남겨지게 됐다.

대학의 현실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학위 장사를 노렸던 불통 총장의 독선과 국정을 농단한 비선 실세의 魔手에 초토화 돼버린 이화여대만 그런 것이 아니다. 비선 실세의 불똥이 옮겨 붙고 있는 연세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서울대와 고려대에서도 학생들을 외면하고 독주하는 총장과 그런 총장에 반발하는 학생들이 격한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재단과의 충돌로 총장이 중도 사퇴해버린 대학도 있고, 교육부의 몽니로 총장 선임에 어려움을 겪은 대학들도 있다. 특히 상위권 대학들이 고약한 독감에 걸려 몰락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대부분 총장의 리더십 결핍이다.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알량한 지원금을 앞세운 교육부의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구조조정 요구에 시달리는 총장들의 입장에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민주적 절차에 신경을 쓰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학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고, 구성원들이 저마다 쇠고집을 부리는 대학에서 원만하게 의견을 수렴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학위를 팔아서라도 대학을 살려놓고 보자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대학이 몰락의 길로 들어선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압축 성장과 민주화?세계화의 거센 파도에 휩쓸린 대학들이 ‘융합’과 ‘창조’의 뜨거운 열기에 들떠 버렸기 때문이다. 엄청난 강도로 덮쳐오는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를 핑계로 해괴망측한 전공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싸구려 길거리 인문학과 흥미와 재미만을 강조하는 어설픈 과학이 넘쳐난다. 겉만 번지르르한 ‘맞춤형’ 융합 교육으로 취업 절벽에 갇혀 버린 학생들을 유혹하는 것이 대학의 살 길이라는 황당한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대학의 본질인 차분한 학문과 교육은 완전히 실종돼 버렸다.

대학의 주역인 교수들의 현실도 안타깝다. 비선 실세와 관료들의 앞잡이 노릇을 즐기는 교수들이 너무 많다. 실제로 체육계의 ‘황제’로 위세를 뽐내던 교수 출신 차관이 사실은 비선 실세의 ‘수행비서’에 불과했다는 황당한 사실도 밝혀졌다. 부끄러운 논문 표절 논란에도 개의치 않고 총리 자리를 탐내다가 어처구니없이 낙마해버린 교수도 있다.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해서 시종일관 모르쇠만 연발하는 염치없는 교수들의 모습은 절망적이었다.
 
대학을 되살리기 위해 교수직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대학은 법조계의 전관예우와 퇴직 고위 관료들의 경력 세탁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대학도 퇴직 법조인과 관료들을 활용해서 명성을 높이고, 지원금을 확보하겠다는 비겁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대학의 교직은 학문 연구와 교육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전문 연구자와 교육자들로 채워져야만 한다.

대학이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단순한 기능인 훈련소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학문과 교육의 전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식인의 經世와 訓民을 핑계로 시류만 쫓는 亂場이 돼서도 안 된다.


이덕환 논설위원/서강대·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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