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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방학을 맞이하면서
다시 방학을 맞이하면서
  • 박순진 편집기획위원/대구대·경찰행정학과
  • 승인 2016.12.19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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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박순진 편집기획위원/대구대·경찰행정학과
▲ 박순진 편집기획위원

세상의 모든 소용돌이에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어느새 한해가 또 저물어간다. 해마다 이맘때면 지난해를 돌아보면서 새해가 시작될 때 다졌던 당찬 목표와 굳은 각오를 새삼 떠올려보곤 한다. 사람마다 느끼는 소회야 각양각색이겠지만 나름의 성취에 대해 기뻐하고 못다 이룬 목표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학에서 한해가 끝나는 이맘때는 학기를 마무리하고 방학을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학인들은 학기 단위로 매듭이 지어지는 캠퍼스의 시간이 한층 빠르게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올해는 유난히 격변의 한해였다. 교육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재정지원 사업을 둘러싸고 대학사회는 한해 내내 인위적인 구조조정의 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국가적으로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고 변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으로 여소야대 국회가 탄생했다. 국제적으로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불평등이 확산되면서 신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균열을 보이는 징후가 확연해지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잘 드러났듯이 여러 국가에서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파가 집권하는 등 우경화의 흐름이 우려할 만한 지경에 이르렀다.

교육부가 주도한 평생교육단과대학사업에 대한 이화여대 구성원의 반발과 연이어 드러난 입시비리가 대학 사회를 온통 들끓게 만들었다. 늦가을이 되면서는 그 동안의 어이없던 국정 난맥이 최순실 일당의 농단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 자신의 태만과 무능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적 분노가 꺼지지 않는 촛불 민심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온 국민이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지만 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과거에는 어려운 시절이라도 연말연시만큼은 일시적으로 여유 있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위기와 불안이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치에서 비롯된 난맥상이 경제와 사회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더하고 있다. 국가와 미래에 대한 국민의 근심이 증폭되고 있다. 한해가 저물기 전에 산적한 여러 난제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만 한다. 깨어 있는 국민의 힘으로 국가적 혼란의 출발점이 된 정치적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처럼 어수선한 시절에 대학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무엇보다 안타까운 일은 우리 젊은이들의 힘겨운 현실이다. 오직 대학입학을 목표로 한 눈 팔지 않고 내달려도 좀처럼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어려운 것이 청소년의 현실이고, 대학 입학 이후에는 대학생활의 낭만이나 빛나는 청춘 시절을 만끽할 틈도 없이 스펙 경쟁과 취업 준비에 내몰리는 것이 대학생의 현실이다. 학과 통폐합을 비롯한 구조조정이 대학생을 학업에 전념하기 어렵게 한다. 이 와중에 어이없는 입시비리와 학사부정이 밝혀져서 젊은이들이 분노하고 있다.

학기가 끝나고 학사 일정이 일단락 돼도 대학사회는 여전히 여러 힘겨운 과제와 씨름해야 한다. 가을학기 중에 발표된 2주기 대학구조개혁 방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치열하다. 방학이 코앞이지만 대학은 좀처럼 여유를 갖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려 있다. 이미 오래돼 외면하고 싶고 익숙하고 식상하여 무감각해지기 쉬운 주제이지만 대학사회의 위기감은 유래 없이 커진 것이 현실이다. 대학과 학과의 생존을 위해 힘겨운 노력을 거듭하고 있으며 교육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고민도 전에 없이 커지고 있다.

대학과 사회가 모두 힘든 시기에 다시 방학을 맞이하면서 소박한 소망을 가져본다. 우리 학생들이 이번 방학 동안 온전히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발전을 도모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젊은이다운 도전을 하고 때로는 실패도 맛보면서 호연지기를 키우기 바란다. 지난 몇 년 동안 각종 평가와 사업 준비에 시간을 뺏기고 학사구조 개편에 내몰려온 교수들도 방학 동안은 잡무에서 벗어나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학기 중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상의 작은 기쁨을 맛보면서 학문적 성취를 배가하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박순진 편집기획위원/대구대·경찰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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