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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을 새롭게 키워야 할 때
상상력을 새롭게 키워야 할 때
  •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 교수 과실연 명예대표
  • 승인 2016.12.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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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 교수 과실연 명예대표
▲ 민경찬 논설위원

오늘 우리는 탄핵, 국정조사, 특검 등으로 일상이 편치 않다. 경제, 외교, 국방 등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위기의 상황에 누군가 책임지고 이끌어갈 주체가 잘 안 보인다는 것이 우리를 답답하게 한다. 2017년은 더욱 마음이 번잡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그래도 우리는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속담이 있다. 어려울 때 일수록 미래를 더 적극 준비해야 한다. 지난 50년 그렇게 살아왔다. 보릿고개를 넘어, 88올림픽, 금모으기 운동, 2002 월드컵 등을 거치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꿈과 비전을 이야기 했다.

위기가 클수록, 더 큰 혁신을 이뤄갈 수 있다. 오늘 유래 없는 위기를 맞게 된 우리, ‘국가 개조(reset)’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기회를 살리는 일이다! 그러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관전평만을 해오던 위치에서 한발 물러서서, 나 스스로를 느끼고 자신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가치관, 존재 의미를 확인해야 한다. 시대를 이끌어 가야하는 대학이 먼저 바로 서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빨리 빨리’로 양적 성과로는 많은 성취를 이뤄왔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성취로는 더 이상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글로벌 기준에서 ‘일류’가 되지 못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경쟁력에 따라 ‘축복’ 또는 ‘재앙’으로 양극화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면 어디에서 출발할 것인가. 새로운 혁신을 상징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엄청난 컴퓨터 연산능력, 빅 데이터, 과학기술을 활용해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프레임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핵심은 콘텐츠이며, 이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기존의 지식과 자원들을 창의적으로 잘 엮어 디자인하며, 새로운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상상력이다.

사실 과거에도 창조는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아인슈타인은 “창조적인 일에는 상상력이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 샤를 니콜 역시 “새로운 사실의 발견, 전진과 도약, 무지의 정복은 이성이 아니라 상상력과 직관이 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창작의 전제는 상상이다’라는 말이 있다. 대학에서의 핵심역량들도 대개 감각적, 정서적, 경험적 느낌과 연계돼 있다.

그러므로 상상력은 교육과 연구에도 핵심 요소로 더욱 강조돼야 한다. ‘상상력’은 선입관과 고정관념으로 제한된 사고의 틀을 넘어 다양한 갈래로 사고의 반경을 확장시킬 수 있는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그런데 이 상상력을 누가, 어떻게 이끌 것인가. 상상력은 어려서부터 형성된다. 자녀마다 자유롭게 재능이 있는 분야에서 꿈을 키우며 꽃을 피워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대학입학전형이 담아줘야 하며, 대학의 몫이다. 유아기부터 시험, 숙제, 학원 등의 획일화된 틀에 갇혀 꿈을 생각할 시간조차 없는데, 상상력, 창의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대학에서도 상상력을 키우려면 학습의 토양을 바꿔야 한다. 입학에서 다양한 특성을 가진 학생들로 구성하고, 학습현장에서 다양한 생각들을 모아야한다. 동서고금의 고전을 많이 읽고, 질문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감탄의 능력을 키우는 토론문화가 활기차야 한다. 지도교수와 학생 사이에 서로가 주저함이 없이 도전적으로 질문할 수 있고 논쟁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

위기의 시대, 대학은 미래를 향해 차분하게 내공을 쌓아가야 한다.  이는 방향을 찾으며 기초를 다시 세우고 본질을 다지는 일이어야 한다. 여러 차원에서 ‘순진한’ 마음으로 상상력을 키워야 할 때다. 새해를 기대하자.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 교수 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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