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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도 아니고 외국인 노동자도 아닌 '이방인' … 그들은 왜 '분리'돼야 할까
한국인도 아니고 외국인 노동자도 아닌 '이방인' … 그들은 왜 '분리'돼야 할까
  • 우연희 건국대 아시아·디아스포라연구소 전임연구원
  • 승인 2016.12.12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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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공동기획 '통일연구의 현재와 미래'_ 11. 한국사회 속 재중동포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코리언 디아스포라 중에서도 재중동포는 약 200만 명으로 그 수가 가장 많다. 재중동포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조선족’이라 불러왔기 때문이다. 재중동포, 조선족은 중국의 동북 3성을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는 한민족 혈통을 가진 중국 국적의 사람들을 말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중국에서 56개 소수민족의 하나로 인정한 고유명사로서의 조선족 또는 조선 말기와 일제강점기에 만주로 이주한 한인들의 후손으로 한국과 같은 역사를 가진 중국에 거주하는 한민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재중동포의 뿌리는 조선 말기 자연재해와 전란으로 인한 경제적 궁핍을 극복하기 위해 만주로의 이주에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일제 강점기가 되자 많은 조선인이 새로운 생활의 근거지를 찾아 만주로 향하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서 이주했다.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으로 냉전시기에 단절됐던 중국과 한국과의 교류가 이루어지자 재중동포는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재중동포의 한국 유입은 1992년 한·중 국교 수립 이후 본격화 됐다. 재중동포가 처음부터 법률적으로 동포의 자격을 얻었던 것은 아니다. 1999년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에서는 재중동포와 고려인 등 정부 수립 이전에 해외로 이주한 동포들이 재외동포의 범위에서 제외됐다. 2004년 재외동포법이 개정되면서 비로소 재중동포는 고려인과 함께 법적으로 재외동포로 인정받았다. 이로써 합법적인 신분으로 한국에 입국할 수 있게 됐고 재중동포는 외국인 노동자와 다른 집단이 됐다.

2007년에는 “그 동안 미국, 일본 등 거주 동포에 비해 국내 출입국과 체류활동 범위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소외받아 온 중국, 구 소련 지역 등에 거주하는 동포”에게 방문취업제가 실시되면서 재중동포의 한국 입국 기회가 확대됐다.

2016년 10월 현재 한국에는 약 202만 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국내 거주 재중동포는 65만2천730명으로 전체 외국인 중에서 32%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 입국한 재중동포의 약 7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단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서울의 구로구 가리봉동과 구로동, 금천구, 영등포구 대림동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집단 거주지 형성은 주류사회로부터의 이질적 구성원에 대한 차별에 의해 익숙하고 편리한 네트워크를 활용하게 되면서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집단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생활영역을 형성은 한국 사회와 이들과의 사회적 거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조선족’인가, ‘재중동포’인가

조선족인가, 재중동포 혹은 중국동포인가. 문제의식 없이 말해 왔던 ‘조선족’에 한국에 돈을 벌기 위해 온 사람,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이미지 등 부정적 의미가 담겨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지난 2010년 국립국어원에서는 조선족을 ‘재중동포’ 또는 ‘중국동포’로 정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이런 말에 그런 뜻이? -차별과 편견을 낳는 말들』에서 살색·살구색, 벙어리·장애인 등과 함께 조선족도 차별을 낳는 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쓰이는 ‘조선족’이라는 말에는 차별적인 의미가 들어 있다. 일본에 거주하는 이들에게는 ‘재일동포’ ‘재일교포’라고 한다. 미국에 사는 이들을 지칭할 때는 ‘재미동포’ ‘재미교포’라고 한다. ‘조선족’이란 표현에서 그들은 자신들을 얕보고 차별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2014년 당시 한기호 의원도 “조선족은 중국이 국내 56개 민족 중 우리 민족을 구분할 때 쓰는 말인데도 우리 한국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중국동포 또는 재중동포를 조선족이라 명명해왔다. 2014년에 노영돈 인천대 교수와 최영춘 연구원이 발표한 「중국의 민족식별작업에 관한 고찰」에서 조선족 명칭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다민족국가인 중화인민공화국이 효과적인 소수민족 통치를 위해 시행했던 민족식별작업에 의해 ‘조선족’이라는 명칭이 정해졌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조선족이 “중국에 의해 붙여진 명칭이라는 사실, 역사적 관계와 의도, 중국 공산당이 민족식별작업의 결과라는 점을 알아야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이들을 ‘조선족’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재중동포’ 또는 ‘재중한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조선족이냐 재중동포냐 논의하는 것은 의미 없는 것이라는 견해도 등장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정신철 연구원은 “중국에서 조선족은 자기특징을 갖은 하나의 민족공동체로 ‘조선족’이란 명칭은 이미 특유의 고정된 개념으로 됐다”면서 고유명사로서의 조선족 명칭을 강조했다. 따라서 “한국적 시각에서 일반인들이 조선족을 ‘재중동포’라고 부르는 것은 무방하겠지만 정계, 학계에서까지 ‘조선족’이냐, ‘재중동포’냐 하면서 ‘조선족’ 명칭을 무시하는 것은 중국조선족의 객관성을 무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 조선족이냐 재중동포냐 하는 명칭의 논의 이전에 조선족을 둘러싼 지지와 비판이 먼저 있어 왔다. 그러나 한국사회 내에서의 조선족을 향한 구별짓기와 차별, 다른 지역의 재외동포와의 평등성을 이해하고 있다면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와 ‘그들’을 구별 짓고 차별과 동정의 의미가 포함돼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조선족과 재중동포라는 명칭의 문제는 언어가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에, 또 소수자인 그들을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도 생각해 볼 문제다. 중국에서 건너 온 한민족의 혈통을 가진 그들을 부정적인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동반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반도 통일, 재중동포의 역할

한국에서의 차별을 경험한 재중동포들은 그들만의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가지고 집단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고향을 찾아 부푼 꿈을 안고 한국으로 왔지만 한국인과 다르다며 차별받는 분위기 속에서 재중동포가 모여 사는 집단 거주지는 당연한 결과물이었을 것이다. 연구논문 뿐만 아니라 매스컴에서 한국인도 아니면서 외국인 노동자도 아닌 층위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재중동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재중동포는 중국 국적이면서 한국인과 같은 뿌리라는 이중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재중동포는 한민족의 문화와 중국문화, 사회주의 경험과 사회주의 시장경제 경험 및 자본주의 경험을 모두 한 집단이다. 따라서 재중동포는 중국과 한반도 관계에서 독특한 역할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재중동포는 한국과 중국 문화 모두 지니고 있고,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차례로 또는 동시에 경험했다. 이러한 재중동포의 체화된 경험은 앞으로 도래할 한반도 통일에서 매개체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재중동포는 중국어와 한국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으므로 한국과 중국의 관계뿐만 아니라 남한과 북한의 관계에서도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분단 60년이 넘는 남북한의 문화 이질성 극복에 시사점을 제시해 주는 등 남북한의 다름과 갈등에서 초래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경험 및 자본주의의 경험에서 북한의 개방을 유도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로의 역할을 기대한다.

 

우연희 건국대 아시아·디아스포라연구소 전임연구원
건국대에서 일본문화·언어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일본근대문학과 일본의 ‘전후’ 문제를 비롯한 일본현대사상을 연구하고 있으며, 코리언 디아스포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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