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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私有化
국가의 私有化
  • 정용길 논설위원/충남대·경영학
  • 승인 2016.12.0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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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정용길 논설위원/충남대·경영학
▲ 정용길 논설위원

세월호 참사를 접하면서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 “국가란 무엇인가?”하는 것이었다. 300여명의 젊은 학생들이 바다에 수장되고 있는 동안 정부는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고, 이런 국가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저항이 하늘을 찌르고 있고, 역사와 시대의 흐름을 바꾸어 놓고 있다. 터져 나온 수많은 구호 중에 나를 강하게 질타한 것이 “이게 나라냐?”하는 조롱과 비판이었다.

다시 국가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것은 합리적 추론이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에 비해 제한된 자원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 삶의 과정에서 개인과 개인 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개인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외부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생명과 자산을 지켜줄 절대적 힘이 필요했고 이것이 국가라는 제도의 형태를 띠게 됐다. 즉 개인은 국가에 절대 권력을 위임하는 대신에 국가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주기로 약속하는 사회적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 근대적 국가성립에 관한 기본논리였다.

이런 사회적 약속 내지 계약이 헌법이라는 최고규범으로 자리 잡게 되고, 국가와 국민은 헌법을 준수하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 경우 국가의 권력은 개인의 사적 이익이 아닌 공적 가치와 공공선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이고, 공화정부가 추구하는 가치다. 만일 이러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국민은 현재의 정부를 다른 정부로 교체하거나 뒤집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 루소(Rousseau)를 비롯한 근대 자유주의 철학자들의 思考였다. 이미 2300년 전에 荀子도 “임금은 배이며,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엎어버리기도 한다”며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설파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은 ‘국가 권력의 사유화’다. 공적 가치와 공공선을 위해 사용돼야 할 국가권력이 최순실을 비롯한 일부 사람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됐고, 박 대통령은 이를 방조하고 경우에 따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사설정부를 만들어 주었고, 이 사설정부가 정부의 공적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국정을 좌지우지한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이는 국가의 존재이유를 부정한 것이고,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유린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국가 지도자로서의 권위와 신뢰가 상실됐고, 국민으로부터 파면을 당했다.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성토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의 열기가 뜨겁다. 지난 5차 촛불집회에는 150만개라는 사상 최대의 촛불이 광화문 광장과 주변 지역을 가득 채웠고, 전국적으로 200만 가까운 촛불이 타올랐다.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 집회는 평화적으로 마무리돼 엄청난 규모와 함께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어 외국 언론들도 감탄을 금지 못하고 있다. 어리석은 대통령으로 인한 국격의 손상을 지혜로운 국민들의 시민혁명을 통해 만회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고, 계약을 파기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고, 국민과의 신뢰를 저버리고 배신과 배반의 정치를 한 것이다. 이제 국민은 대통령에게 맡겼던 권력을 회수하고 현 정부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박 대통령이 이제 국가를 위해 할 일이 하나 남았다. 본인 스스로 빠른 시간 내에 대통령직에서 하야하는 것이다.

정용길 논설위원/충남대·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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