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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여전히 인기 … 인공지능·4차 산업혁명도 상위에 올라
페미니즘, 여전히 인기 … 인공지능·4차 산업혁명도 상위에 올라
  • 강성민 리뷰아카이브 리뷰위원
  • 승인 2016.11.30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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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pia 10월 논문 이용통계 분석해보니


학술논문 서비스 플랫폼 DBpia는 매달 한 달간의 논문이용통계를 상위 이용 1만 편으로 일람해 내놓는다. 해당 논문은 국내 학술지에 발표돼 DBpia에서 서비스되는 전자저널 논문에 한하며, ‘이용’은 다운로드 수와 PDF viewer 등의 원문이용수로 산출된다.
DBpia는 국내 학술지에 발표된 220만여 편(전체의 40%)의 학술논문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서비스되는 학술지 중 KCI 등재학술지는 725종, 등재후보지는 92종이다.

DBpia를 구독하는 기관은 국내 대학도서관 294곳을 포함 총 1천100여 곳이며, 주로 국내 대학도서관과 연구기관 등이 이에 속한다. 국내의 거의 모든 대학과 연구기관이 DBpia를 통해 전자저널을 이용하고 있는 현실을 조망해보면, DBpia의 논문이용통계 데이터를 통해 제한적이나마 한국의 학술동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0월 한 달간의 학술논문 이용 동향을 개괄하고 인문학 분야에서 많이 이용되는 학술논문의 경향을 짚었다.

10월에는 어떤 논문이 가장 인기 있었나
올해 가장 두드러진 흐름이었던 페미니즘(여혐) 관련 논문은 여전히 최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2015년 10월 발표된 김수아 교수(서울대)의 「온라인상의 여성 혐오 표현」이 2위이며, 20위권 안에 든 페미니즘과 여성혐오 관련 논문은 모두 5편이다. 이용 논문수를 상위 1만 편으로 넓혀보면,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더 잘 파악된다. 페미니즘(25편), 성역할(18편), 여혐(22편), 젠더(45편) 등 관련어로 논문들이 끊임없이 검색되며, ‘여성’이란 단어로 키워드검색을 해도 262편의 논문이 검색된다. 반면 ‘남성’이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는 단 28편의 논문만 검색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드 배치(핵실험), 브렉시트 등의 국제정세 이슈, 인공지능, 3D프린터, 드론, 사물인터넷 등 인기 과학주제도 여전히 인기가 있었다. 특히 과학주제를 살펴보자면, 인공지능, 로봇, 딥러닝을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96편을 검색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사물인터넷(72편), 드론(25편), 3D프린터/프린팅(23편), 4차 산업혁명(19편) 등도 꽤 많은 논문이 나타났다.
특히, 안상희·이민화 공저의 「제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은 유독 눈에 띈다. 9월 20일 이후에 등록됐음에도 9월 통계에 곧바로 4천위권을 차지하더니 10월에는 33위로 순위가 껑충 뛰었다. ‘4차 산업혁명’은 다가오고 있는데 제대로 된 긴 호흡의 정책과 그에 따른 예산 책정과 실효성 있는 R&D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우리 사회의 불안증도 겹쳐 읽을 수 있었다.

지금, 현재, 여기에 대한 인문학의 맹렬한 관심
DBpia는 학술논문을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의약학, 농수해양학, 예술체육, 복합학’의 8개 대분류로 나눈다. 이번에는 대분류 중 첫 항목인 ‘인문학’에 초점을 맞춰 분석하고, 인문학의 하위항목 중 ‘인문학일반’, ‘역사학’, ‘철학’의 이용상위 20위 학술논문들의 흐름을 살폈다.
인문학 분야 상위 이용논문 통계를 살펴보며 떠올렸던 생각은 ‘오늘날 학자들은 무엇에 추동돼 연구하는 것일까?’라는 물음이다. 학자들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앎에 대한 욕구’, ‘지적 호기심’, ‘분과별 논쟁적 주제 해결’, ‘잘못된 것에 대한 문제제기’ 등 다양하겠지만, 요즘 한국사회의 학자들은 주로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를 많이 받는 것 같다. 즉, 현실에서의 다양한 사건, 현상, 제도의 변화 등이 연구를 추동하고 있다. 학문의 존재 이유가 명확해진 것 같아서 좋긴 한데, 기초가 부실해지는 건 아닐까 우려가 들 정도로 깊이 있는 개념적·역사적·철학적 탐구와 그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어 아쉽다.


‘인문학 일반’에서 1위를 차지한 논문은 「왜 한국 남성은 한국 여성들에게 분노하는가」다. 이 논문은 전체에서 5위 안에 들 정도로 ‘핫’한 논문이다. 논문의 저자도 한윤형이라는 2030세대의 대표적 논객이다. 그리고 「’먹방’의 욕망에서 ‘쿡방’의 욕망으로」(3위), 「헬조선의 N포 세대와 노력의 정의론」(7위)도 순위가 높다. 「우리는 어떻게 일베가 됐는가」(11위)도 보이는가 하면, 「박근혜 화법, 헛소리에 담긴 모순적 징후들」(14위) 「한국의 청년실업과 대학교육 과정의 파행」(20위) 등으로 이어진다. 모두 현실의 어두운 면과 그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 모색의 논문이다. 그리고 현재진행형 이슈들이다.
‘역사학’ 분류에서도 이런 현상은 이어진다.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메갈리아 논쟁까지」(1위), 「젠트리피케이션 효과」(4위), 「한국사회의 인종차별」(5위), 「1940년대의 남자 동성애 연구」(6위), 「중등 ‘역사’·고등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론」(7위), 「전염병, 안전, 국가」(9위),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 그 이후?」(12위), 「1970년대 이후 뉴욕의 젠트리피케이션」(12위), 「강남의 역류성 젠트리피케이션」(16위) 등 거의 절반이 현실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철학’ 분류는 더욱 심하다. 「GMO의 윤리적 문제」(1위), 「전복적 반사경으로서의 메갈리안 논쟁」(2위), 「체세포복제배아 줄기세포의 최근 연구 동향과 관련 윤리지침」(3위), 「동물실험과 심의」(4위), 「뇌사판정과 장기이식의 윤리적 문제」(5위), 「대학생의 연애, 결혼에 대한 의식과 문화 연구」(7위), 「‘김영란법’의 시행에 즈음하여」(8위),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9위), 「다문화 가정 현황 및 한국어 교육 지원 방안」(11위), 「배아복제 기술의 윤리적 문제와 줄기세포 연구의 한계」(12위) 등 절반 이상이 현실의 첨예한 이슈들이다. 하이데거라든지, 아리스토텔레스라든지, 주희나 공자는 그림자도 찾을 수 없다.

도덕과잉의 시대, 도덕붕괴의 거울인가?
또 하나의 흐름은 ‘윤리’, ‘도덕’, ‘합당’과 같은 단어로 포괄할 수 있다. ‘그것은 올바른가?’, ‘그렇게 하는 것이 정당한가?’와 같은 질문이 논문 목록에서 압도적으로 나타난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주제의 유행도 사실 ‘새로운 시도도 좋지만 기존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게 합당한가?’라는 질문으로 압축이 가능하며, ‘여혐’ 관련 논문도 ‘남성들의 여성 혐오는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판단을 전제로 쓰인 것들이 많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국가가 올바르다고 판단하는 ‘역사’를 정본으로 삼아 주입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는 것이다. 안락사, 동물실험, 유전자조작식품, 동성애, 종교다원주의, 비속어, 원전사고, 언어폭력 등 ‘과연 이게 올바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논문들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철학연구는 이런 현실적 문제들을 좀더 정교하게 사유하고, 판단하고, 정리해나갈 수 있도록 ‘윤리학적 차원’에 치우쳐 있다. 오흥명 교수(경기대)의 「열등감에 관하여」라는 논문이 대표적이다. 가치에 얽매어 열등해진 존재를 열등감에서 해방시켜주기 위해선 그것은 열등하지 않다는 논리와 그 논리의 체계로서의 윤리학이 필요한 것이니까.


오늘날 SNS에서는 매일매일 도덕적 규탄대회가 열리고 있다. 성폭력·성추행과 관련된 폭로와 사과, 이를 둘러싼 대중참여만 해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도덕에 민감해졌는지 여실히 드러내준다. 논문은 그것의 반영이다. 그리고 도덕 과잉은 도덕 붕괴의 거울이 아닐까.

강성민 리뷰아카이브 리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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