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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의 길을 가려는 여성 후배들에게
공학자의 길을 가려는 여성 후배들에게
  • 안지영 부산대 연구교수·에너지융합기술연구소
  • 승인 2016.11.2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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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안지영 부산대 연구교수·에너지융합기술연구소

나는 석사학위를 받은 후 박사학위를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좀 많이 걸렸다. 이런 이유로 여자로서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됐다. 물론 공부를 하고 학위를 취득하는데 정해진 나이는 없다. 하지만 학위를 하고 사회로 나가기엔 늦은 나이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석사 후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대학원에 들어가 학위 과정을 하는 동안은 나이에 대한 것도 내가 여자란 것도 잊을 수 있었다. 물론 수업을 듣는 것과 연구를 병행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연구를 진행하고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왔을 때, 그리고 연구결과가 논문으로 출판됐을 때의 기쁨은 힘든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대학원에 들어와서 처음 진행한 연구의 결과가 논문으로 출판됐을 때의 기쁨과 설렘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

내가 생활한 연구실은 신생 연구실로 분명히 부족한 면이 있었다. 연구과정에 대해, 연구결과에 대해 문의하고 의논할 상대가 지도교수님 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히 어려운 점이었다. 이후 후배들이 연구실에 들어오고 연구 도중 문제점이나 결과에 대한 의논을 해 올 때면 후배들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내 힘으로 해낸 것이 많다는 성취감 또한 큰 것은 분명하다.

대학원 생활이 끝나갈 무렵부터는 학위과정 이후의 상황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나는 내 연구 성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불현듯 이는 자만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를 덮쳐왔다.

‘신생 박사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같은 성과를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남자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정말 내가 한 것들을 인정받을 수 있는가?’ 그리고 ‘남들은 비록 나와 같은 위치에 있지만 내가 한 것보다 더 좋은, 더 많은 성과들을 거둔 것은 아닐까?’ 등 여러 생각들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지도교수님께서 졸업 후 사회에 나갔을 때 남들보다 부족한 결과가 아니라고 격려도 해주셨지만 더 좋은 미래를 위해서는 더 좋은 성과, 더 많은 성과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실 때면 또다시 불안해지곤 했다. 이러한 불안감을 그나마 불식시킬 수 있었던 것은 졸업 후 부산대에서 박사후연구원 프로그램에 선정되고 지원을 받으면서였다. 하지만 이 역시 경쟁률이 높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내가 학위를 받은 대학이었기에 나의 불안감을 완전히 불식시키기에는 부족했다.

부산대에서 박사후연구원 프로그램 지원을 받은 다음해 교수님의 권유로 한국연구재단의 국내 박사후 연구원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됐고, 선정돼 과제를 수행했다. 한국연구재단의 박사후연구원 지원 프로그램의 선정은 나의 생각의 전환점이 됐다. 이는 내가 한 연구결과가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음을 의미했으며, 또한 성별도 나이도 상관없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물론 과제의 선정은 나의 책임 역시 증가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연구재단의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학생이 아닌 연구책임자로서의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금의 나는 연구교수로서 한국연구재단의 리서치 펠로우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과제를 준비하면서 박사후연구원을 준비하던 때와는 또 다른 경험이었다.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여성 후배들이 공학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후배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연구를 즐기면서 했으면 한다. 연구에 고비가 없을 수는 없다. 그 고비는 지도교수님과 연구실의 동료들과의 의견 교환으로 충분히 넘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한 결과에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그 누구도 노력에 의한 결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안지영 부산대 연구교수·에너지융합기술연구소
나노고에너지물질 연구로 부산대에서 박사를 했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 나노고에너지물질에 관한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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