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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과학계 “합리적 논증·지식 공유” 필요
美 과학계 “합리적 논증·지식 공유” 필요
  •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 승인 2016.11.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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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66. 트럼프 정부의 과학기술
▲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 과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그럼에도 과학계에선 계몽, 합리적 논증, 실증적 사고, 지식 공유 등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출처= <네이처>

도널드 트럼프가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과학기술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네이처>는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 과학자들이 주목하고, 두려워 해야 하는 것들’을 9명의 과학 및 인문학 전문가들을 통해 살펴봤다.
일본 고베의 리켄(이화학연구소) 발달생물학센터의 더글라스 슬립 소장은 “약품 기준을 낮추려는 계획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품이 팔리기 전에 그 효험이 입증돼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어 왔다. 그런데 공화당의 상-하원의원 대다수는 미국 식품 의약국(FDA)의 권한을 과감하게 줄이는 법안을 지지해왔다. FDA는 약품이 시장에서 팔리기 전에 안전하고 효과적이어야 함이 입증되도록, 새로운 의학적 상품의 테스트를 요구하는 권한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공화당에서 연방정부 차원의 법적 노력을 강제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그 법은 기업들과 의사들이 아주 기초적인 안전 테스트만 거친 약품을 말기환자들에게 판매하도록 허용한다. 비슷한 법은 이미 32개 주에 제정돼 있다. 물론 연방 차원의 규정에 의해 제재돼 그 여파가 직지만 말이다. 트럼프 정부에선 안전성 검사를 위한 임상 시험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이는 미국 국내에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캐나다 의회의 모든 의원들은 그러한 법들을 지지해달라고 요청 받는다.

실제로 ‘US REGRROW법’은 줄기세포 치료를 위한 세포치료제의 시험 기준을 낮추려 했으나 올 봄부터 상원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국제줄기세포학회와 국제세포치료학회, 재생의학연합 등 주요 과학단체들이 ‘US REGRROW법’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제 공화당 중심의 미 정부는 치료제 시판을 위해 필요한, 승인의 마지막 걸림돌이 되는 조항을 FDA가 요구하지 못하도록 법안을 수정했다. 이로써 FDA 승인 없이 전세계적인 약품들이 팔릴 수 있을 것이다.

안전성 검증 없는 약품들 시판되나
UC버클리대 재생과 적정 에너지 연구소장 대니얼 카멘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청정에너지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트럼프가 기업인이라면 청정에너지에 현명한 돈이 몰리는 것을 알아채야 한다. 청정에너지 분야는 석탄이나 천연가스 분야보다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한다. 태양이나 풍력 프로젝트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비용은 킬로와트당 2.5에서 4센트 사이다. 전 세계의 가난 문제에 에너지 접근이 가능한 가장 빠른 방법이 바로 청정에너지이고 경기 부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청정에너지의 경제적 효과는 전기 자동차의 내수 제조업과 결합하면 더욱 좋아진다. 물론 새로운 하이테크 기술이 필요한 지점이다. 몇몇 경우에서 석탄보다 천연가스 에너지가 경제적 문제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 된다.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은 청정에너지 전환을 수용하고 있다. 요르단, 케냐, 모로코, 니카라과 등 여러 나라들에선 기업과 환경을 융화시켜 11월 4일 공식 발효된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 대응하고 넘어서고자 한다. 이 나라들은 기가바이트 규모의 청정에너지 공장을 짓고 혁신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의 경우 미국은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최근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2)에선 파리 협약 이후 세부지침 마련을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미국이 같이 하든 안 하든, 청정에너지 특히 기후변화에 우호적인 목표를 향해 전 세계가 협력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지 못하고 이익을 얻지 못한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MIT 물리학 및 과학사 교수인 데이비드 카이저는 “과학의 기쁨을 공유하자”라고 강조한다. 그는 앞으로 연방정부 차원의 연구지원금 삭감이 과학계에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특히 현재 유행하고 있는 단기적 연구 프로젝트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그동안 다음 연구로 이어지는데 연구비 지원 사이클의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앞으로 중장기 프로젝트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예를 들어, 중력파 관측시설 LIGO(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를 생각해보자. 협업 연구는 지난해 중력파 검출의 성공을 이끌었다. 이는 미국과학재단을 통한 연방정부의 수십년간 지속된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프로젝트 리더들은 책임감을 갖고 다음 연구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젊은 과학기술자를 채용할 수 있었다. 이제 정말 LIGO가 필요했던 작은 시간 정도조차 요구되는 거대하고 복잡한 프로젝트는 상상하기 힘들다. 이번 대선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과학자들 혹은 학자들은 끊임없이 연구지원의 가치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 중 일부는 기술이전을 통한 상업화 한 제품 형태 혹은 헬스 관련 개발이다. 하지만 당장은 그 결과가 보이지 안더라도 간과해선 안 되는 주요한 연구분야가 분명 있다. LIGO의 발견 같은 경우 큰 그림을 보여줬고, 창의적인 결과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물론 이러한 발견이 바로 제품이나 시약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비슷한 발견은 2012년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보손 발견(표준모형을 구성하는 입자로서 물질이 질량을 갖도록 함)이 있다.

존스홉킨스대 의학사 학과 교수인 나데니어 콤포트는 “계몽적 가치들을 복귀시키자”고 말한다. 그는 트럼프의 성공은 계몽적 사상이 점진적으로 평가 절하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성 그 자체가 위기인 것이다. 전문 지식에 대한 불신이야말로 과학과 인문사회과학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과학은 지식을 만들어왔다. 역사는 정보에 기반 한 심사숙고가 무지보다 더 낫다는 원칙하에 세워진다. 증거를 평가절하하고 의심을 키우는 전략으로 기후변화 반대자들이나 담배 제조기업들은 이득을 얻어왔다. 그 결과 건강과 환경은 위협을 받고 있다. 그래서 콤포트 교수는 전문 지식으로 진실을 회복하고, 권력에 대항해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 바꾸기 위한 교육 필요
인디아내대 정보-계산과학 스쿨 캐시디 수기모토 교수는 “불평등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전 세계적 시야를 갖자”고 말했다. 수기모토 교수는 누가 지식을 만들고, 공유하고, 권위를 얻는지 연구한다. 어떻게 성별과 다른 편견들이 신뢰와 권위를 구성하는가. 그는 학계에서 어떻게 사회적 불평등이 재생산되고 정당화되는지 연구한다. 불평등은 어떤 목소리는 억압하고, 다른 목소리는 불균형적으로 키워준다.
이번 선거 결과는 불평등의 실체를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 특히 과학계에는 즉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추구하는 미국의 고립주의 플랫폼은 전 세계적 지식경제에 온전히 개입하는 걸 위협한다.
미국 내 과학의 저력은 전 세계의 다양한 인재들을 채용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미국의 노벨상 수상과 과학적 발견들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학자에게서 기인한다. 파급력 있는 연구는 국제적 유동성과 협업을 요구한다. 종교, 성별, 성적 취향, 능력 혹은 종교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 가치 있고 지식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즉 비판적 사고와 시민 담론의 중요성을 일깨워야 한다.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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