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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에 눈과 귀 닫은 대학생 … ‘굳이 대학 올 필요 있었나’ 회의감 휩싸여
취업난에 눈과 귀 닫은 대학생 … ‘굳이 대학 올 필요 있었나’ 회의감 휩싸여
  • 김홍근 기자
  • 승인 2016.11.2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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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본 요즘 대학생들의 속마음
통계청은 지난 15일 ‘2016 사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5가지 분야(가족, 교육, 보건, 안전, 환경)에 대해 조사했고, 교육 분야 중 고등교육 관련 항목도 여럿 있어 눈길을 끈다. 다수의 학생과 부모들은 모두 4년제 이상의 대학을 기대 교육 수준으로 꼽았고, 본인의 교육 기회에 대해 과반 이상이 충족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에 반해 전공과 직업의 일치도가 낮고, 상당수의 부모가 자녀의 유학을 원했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도권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K씨(26세, 남)도 최근 졸업을 두 학기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인문학부로 입학했지만 취업이 잘 된다는 회계학과로 전과했다. 전과 경쟁률이 높은 회계학과로의 전공을 바꾼 후 승승장구 할 줄 알던 그는, 주변 선배들이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는 것을 보고 다시 고민에 빠진 것이다. 재수를 하는 바람에 남들보다 1년 늦은 것을 감안하면 휴학은 사치라고 생각했었지만, 결국 호주로 ‘워킹’(Workingholiday)을 떠났다.
 
“재수로 1년 늦게 대학을 온 바람에 워킹을 갈지 고민이 많았어요. 부모님도 더 뒤처지는 것이 아니냐며 부정적으로 생각하셨죠. 하지만 대학을 1년 반 정도 남기고 있는 시점에서 취업을 할 수 있을까 막막했어요. 요즘 누가 전공수업만 들어서 취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겠어요. 전공수업은 그냥 학점용이죠. 견문도 넓히고 다양한 경험도 해보고 싶어서 워킹을 가기로 했죠. 취업에 도움이 될 거란 이유도 있었고요.”
 
K씨가 워킹을 떠난 이유는 또 있었다. 바로 자취방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금전적인 모든 비용을 부모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유학이 아닌 워킹을 떠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외에 나가서까지 학원을 다니면 목돈 마련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워킹을 택했다.
 
K씨는 호주에 가보니 한국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컸다고 말했다. 호주에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대학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어느 정도 스스로 충당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한국은 ‘불가능’의 수준에 가깝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오니 다시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대학을 다닐 수 있는 현실은 그를 다시 회의감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K씨의 고민은 워킹을 다녀와서 더욱 커졌다. 회계학과에 전과해 관련 자격증도 취득해가며 취업에 힘썼지만, 최근 4차 산업혁명이니 알파고니 첨단산업 탓에 회계 직종에 비전이 없다는 말들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오기 때문이다.
 
“전과 당시에는 회계가 취업률 1위 직종이라 해서 선택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사라질 직종이라고들 하니 당황스러워요. 대학에서는 회계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며, 소프트웨어와 회계를 접목해서 공부해야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믿을 수 없어요. 그 말 듣고 따라갔다가 나중에 또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이렇다보니 기술이나 배울걸 굳이 대학에 올 필요가 있었나 생각도 듭니다.”
 
취업이 잘된다는 학과로 전과한 후 호주 워킹홀리데이, 여러 자격증 취득까지 한 K씨지만 여전히 취업은 막막하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다고 회계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회계 외에는 아는 것이 전무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회계를 계속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에도 여러 매체에서는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상당수의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K씨는 이미 눈과 귀를 닫고 산 지 오래다.
 
대학을 다니는 이유 ‘취업’ 51.1%
 
이는 비단 K씨만의 고민이 아니다. 대다수의 청년들이 대학에 진학 후 등록금, 생활비, 전공, 취업, 유학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학에 와서 대학에 온 목적을 잃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로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 사회조사 결과’에도 이러한 고민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자료제공= 통계청
학생과 부모 모두가 기대하는 교육 수준을 묻는 질문에 ‘4년제 이상 대학교’가 각각 64.7%, 72.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최근 5년 이상 대학 진학률이 70% 내외를 기록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대학 교육이 필요하지 않는 직업군을 고려한다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들이 대학에 가고자 하는 이유는 ‘취업’이었다. 대학 이상의 교육수준을 기대하는 이유로 학생(51.1%), 학부모(46.7%) 모두 상당수가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반면 학문적 성취를 위한 ‘능력과 소질 개발’이라고 답한 학생과 학부모는 40%를 넘기지 못했다. 대학을 ‘학문·교육기관’보단 ‘취업 징검다리’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자신이 전공한 학과와 연관된 직업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착각이다. 전공과 직업의 일치도를 묻는 질문에 ‘일치한다’는 응답자는 36.3%에 불과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군을 따로 집계하더라도 42.3%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또, 2014년에 조사한 결과와 비교하면 전공, 직업 간의 일치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상당수의 학생과 학부모가 믿고 있는 ‘대학 진학=취업’이라는 상관관계는 앞으로 더욱 희미해질 전망이다.
 
등록금 고민도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대학생의 절반 이상(58%)은 부모님이나 가족의 도움으로 등록금을 마련하고 있었고, 대학생 자녀를 두고 있을 50대와 60세 이상 응답군은 각각 48.8%, 57.7%가 교육비 부담 요인으로 ‘학교 납입금’을 꼽았다. 스스로 학자금이나 생활비를 마련하기 힘든 대학생들은 부모에게 의존해 대학을 다니고 있지만, 정작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비가 부담된다는 속마음을 알 수 있다.
 
또, 학부모의 57.4%는 자녀의 해외 유학을 원하고 있었다. 그 이유로는 ‘국제적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한편 ‘한국 학교 교육제도가 싫어서’라고 답한 비율도 2014년 15.7%에서 3.5% 상승한 19.2%를 차지했다.
 
최근 정부와 대학은 다양한 대학개혁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K씨의 고민은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김홍근 기자 m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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