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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학은 어디에 서야 하나?
지금 대학은 어디에 서야 하나?
  •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 승인 2016.11.1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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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 민경찬 논설위원

우리는 지금 갑작스런 역사의 큰 회오리바람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지각을 흔드는 최순실 게이트,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트럼프의 등장은 우리 모두를 매우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국가의 근본이 흔들리며, 경제의 성장 동력에 힘이 빠지고, 북한을 비롯한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나라들과의 관계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의 촉발 과정에 대학도 연계돼 있다. 대학 중의 하나는 이번 사태와 연루돼 대입 전형, 학사운영,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선정 과정 등에 관한 특별감사를 받고 있다. 특기생으로 입학해 재학 중인 한 여대생, 이들 모녀의 말과 행태가 국민적 분노를 쌓아가게 했고, 한 방송사의 태블릿 PC 공개로 우리 사회가 폭발하게 된 것이다.

한편 모든 것이 연결되고 지능화되는 제4차 산업혁명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이 큰 흐름은 컴퓨터의 엄청난 계산력과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바꿔 갈 것이다. 이는 상상력, 디자인 싱킹으로 창의적 스토리를 만들며,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지구촌 누구와도 협업을 이루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일이다.?제4차 산업혁명을 선언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이 변화를 받아들이느냐, 거부하느냐에 따라 큰 축복이 될 수도 있고,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제4차 산업혁명의 대열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속도는 빠른데 준비가 부족하며, 그동안의 생각하고 일하던 방식을 통째로 바꿔야 하는데, 어려울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해외발표에 의하면 한국의 제4차 산업혁명 준비 지수는 139개국 중 25위다.

이러한 큰 혼란과 변화 가운데 대학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나? 대학의 사명은 기본적으로 연구, 교육, 사회적 영향력이다. 그런데 대학들은 그동안 ‘사회적 영향력’에는 관심이 미약했으며, 연구는 양적 성과를 위해, 그리고 유행을 ‘따라 하기’만 한다, 교육은 사회적 요구와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학은 이제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실 대학은 국가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제공하는 주공급원이다. 우수인재 배출과 지식창출, 더 나아가 바람직한 정신, 가치를 세우는 곳이다. 칼 야스퍼스는 “대학은 그 사회와 국가가 필요로 하는 그 시대의 가장 바람직한 의식을 형성한다”라고 했다. 대학은 냉정하게 스스로 성찰하며, 근본적으로 변해야 할 과제를 반드시 찾아내고 풀어가야 한다. 특히 정직하고 투명한 모습으로 국민으로 부터의 신뢰와 기대를 높이며, 정부와 사회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 이제는 대학이 정부의 행·재정지원을 기다리기보다는, 교육과 연구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대학 사이에 보다 생산적인 관계를 만드는 일에 함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세계경제포럼은 “인재야말로 21세기 혁신, 경쟁력, 성장을 이끄는 핵심요소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제는 정부나 대학이 교육과 연구에 있어 단기적·계량적·획일적 성과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 남는 것이 많지 않다. 각 대학은 국가 차원에서 독자적 인재상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해, 이들에게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미래를 위한 핵심역량을 제대로 담아줘야 한다. 도전적인 토론문화로 창의성과 협업적 역량을 키우며, 민주 시민으로 서로 타협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큰 위기가 닥칠 때 새로운 혁신이 더욱 크게 성공했다. 대학도 사명감과 강한 의지로 오늘의 기회를 최대로 잘 살려야 한다. 혼란스러운 시기일수록 긴 안목으로 인내를 가지고 내공을 쌓아가야 한다. 대학 구성원은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개방적이고도 유연한 자세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는 미래를 위한 생존 전략이다. 대의를 흔들림 없이 지켜내는 선비정신이 필요한 때다.?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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