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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질은 모조리 어머니의 것이렸다!
세포질은 모조리 어머니의 것이렸다!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6.11.07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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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66. 미토콘드리아 ②
▲ 미토콘드리아.사진출처= 다음블로그(http://blog.daum.net/heathcliff6800)

지난회 본란에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란 세포 속의 소기관으로 먼 옛날 호기성세균이 어떤 숙주세포에 들어와 변한 것이고, 우리가 먹은 모든 양분과 숨 쉬어 얻은 산소가 산화하여 에너지(ATP)와 열, 이산화탄소를 내기에 ‘세포의 발전소’, ‘세포의 난로’라 부르며, 보통 것은 강낭콩이나 소시지를 닮았지만 精子의 것은 돌돌 꼬인 나선형이라 했다.

미토콘드리아는 호기성세균이, 엽록체는 시안세균이 변했다는 ‘세포내 공생설’도 간단히 설명한바 있다. 여러 실험을 통해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세균들이 변했다는(닮았다는) 증거를 찾았다.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세균의 것처럼 한 개의 고리모양을 하고 있고, 그들의 DNA를 따로 분리해 시험관에 넣어두면 오랫동안 단백질을 합성하고,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같은 세균에 치명적인 항생제를 처리하면 미토콘드리아/엽록체도 해를 입으며, 세균과 똑같이 세포질이 밖에서 안으로 잘려 들어가면서 나눠지는 이분법분열을 한다는 것 등등이다.

미토콘드리아에서 모든 영양소가 산화(분해)된다고 했다. 엉뚱한 예를 들어본다. 花香十里 酒香百里 人香千里라 했던가. 술(酒)이란 복잡한 구조를 한 녹말(starch)이 자잘한 분자로 잘려진 음식이다. 다시 말해서 복잡한 쌀이나 밀가루녹말(C6H10O5)n을 효모 등의 알코올발효로 포도당(C6H12O6)보다 더 간단한 에탄올(C2H5OH)로 만든 것이 술이다. 즉, 미토콘드리아에서 세포산화가 아주 쉽게 일어나기에 한 잔 하자마자 곧장 힘이 솟고 열이 난다.

술보다 더 빨리 미토콘드리아의 Krebs 회로에서 에너지를 내는 것이 식초이고, 그보다 더 신속히 산화되는 것이 과일에 든 구연산(citric acid) 등의 유기산들이다. 음료수들치고 구연산이 안 들어간 것이 없는 까닭을 알겠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는 母系遺傳(maternal inheritance)을 한다. 흔히 말하는 遺傳이란 핵DNA(유전자)의 대물림인 核遺傳(nuclear inheritance)을 말하고, 이들 내림물질(유전자)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반반씩 닮게 한다. 그러나 세포질(미토콘드리아)은 모계만을 닮는 세포질유전(細胞質遺傳, cytoplasmic inheritance)을 한다.

미토콘드리아의 세포질유전(모계유전)을 보자. 지름 0.15mm의 卵子는 卵核과 세포막, 세포질(세포소기관)을 죄다 가지고 있다. 하지만 0.06mm 밖에 안 되는 정자는 精核(머리)과 몇 안 되는 미토콘드리아, 꼬리만 있는 괴이한 세포이다. 물론 정자가 될 精母細胞는 세포질을 가진 정상세포였으나 감수분열로 정자가 만들어지면서 세포질이 사라졌고, 정자의 미토콘드리아는 정자꼬리(鞭毛)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있어야 했다.

어쨌거나 난자는 30여 만 개의 미토콘드리아를, 정자는 머리와 꼬리 사이에 고작 150여 개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난자와 정자가 수정하면서 난자의 거부반응으로 정자의 미토콘드리아를 송두리째 부숴버린다. 결국 생명체가 될 受精卵에는 아버지(정자)의 미토콘드리아는 하나 없고 고스란히 어머니(난자)의 것만 들었다! 이것이 바로 미토콘드리아의 모계유전(세포질유전)이다. 단연코 너와 나의 모든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는 어머니의 것이렷다!

그렇다면 어머니는 누구에게서 그것을 넘겨받았는가. 맞다! 외할머니에서 받았다. 결국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죄다 외조모의 것이 어머니에게로 전해지고, 어머니의 것이 내(우리에)게로 내려온 것이로다! ‘외가(모계)’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대목이다.

다시 말하지만 핵의 유전자는 부모에서 반반씩 받지만 미토콘드리아를 포함하는 세포질은 어머니에게서만 받는다. 그래서 외삼촌과 이모, 이종들의 미토콘드리아(세포질)와 내 것은 같다! “엄마 보고 싶으면 이모 찾아간다”고 하는 까닭이 바로 미토콘드리아의 引力에 있었다니….

우리는 안다. 범인을 잡는 데 ‘핵산지문’인 미토콘드리아DNA(mitochondrial DNA, mtDNA)가 한몫 하는 것을. 모계성인 mtDNA뿐만 아니라 부계성인 성염색체 Y염색체 속에 든 DNA도 범인 것과 비교한다는 것을. 아무튼 미토콘드리아가 외조모->어머니->자식으로 이어진다면 Y염색체는 할아버지에->아버지->아들->손자로 내려가는 父系遺傳을 한다. 나처럼 할아버지들이 손자보기를 고대하는 것도 바로 Y염색체(DNA)를 물려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로다.

그렇다. 모계유전을 하는 mtDNA를 추적하면 인류의 조상을 찾을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초기인류의 미토콘드리아인 ‘미토콘드리아 이브(Mitochondrial Eve)’를 찾는 것이다. 아득히 먼 옛날로 mtDNA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미토콘드리아이브가 오늘날 살아가는 모든 인류의 미토콘드리아와 같음을 발견한다. 그리하여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 살았던 그들이 우리의 조상(뿌리)일 것으로 추정, 확신한다. 어쨌거나 진화의 유물이요 흔적인 mtDNA가 잇달아 우리에게 전해왔음이 확실하다. 검은 할머니의 그것이!

부언하지만 미토콘드리아에서 한없이 사무치는 母情을 찾는다. 포실하게 품에 보듬어 주시던 어머니를 어른거리게 하는 미토콘드리아가 내 몸(세포)에 온전히 있으니 말이다. 당신은 가셨지만 당신의 미토콘드리아(세포질)는 내 몸에 오롯이 남아 있나이다. 내가 죽어야 마침내 어머니 당신도 함께 가시게 되나이다. 새삼 風樹之嘆에 젖는구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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