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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호 새로나온 책
853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11.0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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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사회주의의 실험도 신자유주의의 연옥도 아니다. 그것은 제3의 길이다. 일을 했든 하지 않았든, 성과를 이루었든 이루지 못했든 누구에게나 똑같은 금액의 소득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은 사회주의보다 더욱 사회주의적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시장경제체제 안에 내재된 혁신과 합리성의 힘, 시장경제적인 가치 창조도 포기하지 않는다. 또한 모두가 소비자금으로 무장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생존의 안전이라는 기반 위에서 실질적인 자유로운 경쟁이 비로소 펼쳐질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은 자본주의보다 더욱 자본주의적이다.”
 -다니엘 헤니·필립 코브체, 『기본소득, 자유와 정의가 만나다: 스위스 기본소득운동의 논리와 실천』(원성철 옮김, 오롯, 2016.10) 중에서  

 

■ 기억의 역전: 전환기 조선사상사의 새로운 이해, 노관범 지음, 소명출판, 435쪽, 30,000원
전환기 조선사상사의 물줄기를 근대주의의 편향된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새롭게 이해하고자 했던 저자의 문제의식은 조선의 체제적·사상적·언어적 두께를 전환기 조선사상의 핵심적 조건으로 더욱 진지하게 취급하자는 것이다. 전통과 근대라는 어휘를 사용한다면 저자는 조선후기 사상사는 ‘근대형성사’라기보다 차라리 ‘전통형성사’에 가깝고, 한국근대사상사는 ‘서양수용사’라기보다 차라리 ‘전통변용사’에 가깝다. 20세기에 횡행한 급진적인 근대주의에 의해 조장된 ‘유교 전통과 서양 근대’라는 낡은 관념은 전환기 조선사상사의 이해방식으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근대는 20세기 학술 담론의 특정한 수사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고, 따라서 20세기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이 수사법은 실질을 잃고 허문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한다. 

 

■ 문화적 냉전: CIA와 지식인들, 프랜시스 스토너 손더스 지음, 유광태·임채원 옮김, 그린비, 37,000원
심리전의 차원에서 냉전을 다룬 역사서다. 자세하게는 냉전에서 (군사적·경제적 헤게모니가 아닌) 문화적 헤게모니를 둘러싼 싸움에 지식인들이 어떻게 동원되고 활용됐는지, 지식인 당사자들은 그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면밀히 밝히는 일종의 역사 다큐멘터리다. 영국 출신의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쓴 이 책은 1999년 출간과 동시에 서구 각국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터키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 출간돼 세계의 독자들을 만났다. 풍부한 사료와 인터뷰를 통해 발굴해 낸 적나라한 이야깃거리가 저널리스트의 유려한 필치와 결합해 “탐사보도 기법을 활용한 역사 연구 분야의 대표작”(에드워드 사이드의 평가) 반열에 올랐다고 할 만하다.

 

■ 성호 이익의 심경질서, 이익 지음, 재단법인 실시학사 엮음, 실시학사 경학연구회 옮김, 사람의무늬, 304쪽, 23,000원
실시학사 실학번역총서 10권. 조선 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이 명나라 황돈 정민정의 『心經附註』에 대해 주해한 『心經疾書』를 현대어로 옮긴 것이다. 『심경』은 남송 말기 관료이자 학자였던 진덕수가 여러 경전과 도학자들의 저술에서 심성 수양에 관한 격언을 모아 펴낸 책으로, 명대에 정민정은 여기에 주석을 달아 『심경부주』를 편찬하게 된다. 일찍이 퇴계 이황과 그 제자들이 이 책을 중시해 널리 읽었으며, 그 가운데 어려운 구절에 주석을 붙여 『심경부주석의』 등을 짓기도 했다. 그런데 역시 퇴계의 학통을 잇는 성호는 정민정이 붙인 주는 여러 서적에서 골라 모은 것에 불과해 일관된 견해가 없다고 비판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심경부주』를 읽으면서 터득한 것을 기록해, 이 책 『심경질서』를 완성한 것이다. 『심경질서』는, 주석의 권위에서 벗어나 합리적 고증과 해석을 통해 원의를 명확히 드러내 시비를 밝히려는 실사구시의 학문방식으로 전환해가는 17세기 조선 유학의 주요한 사례로서 재평가될 수 있다.

 

■ 세계 경제의 미래와 한국 경제,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엮음, 유종일·김형기 외 지음, 한울엠플러스, 264쪽, 24,000원
이 책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과 장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7인의 경제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 동아시아 경제를 비롯한 세계 경제의 흐름과 변화를 분석한 책이다. 이러한 종합 진단을 토대로 세계 경제의 미래를 예측했다. 한국 경제는 어디로 가는가?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되기 어렵다면 어떠한 경제체제로 변화해갈 것인가? 경기침체와 불평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가 필요할지를 살펴봄으로써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고, 향후 한국 경제의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제1부에서는 자본주의 및 세계 경제의 미래를 다루고 있고, 제2부에서는 중국 경제가 당면한 경제 불안을 극복할 수 있을지, 동아시아의 발전 모델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개성 공단 폐쇄 이후 남북 경제협력의 교착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를 살폈다. 제3부에서는 한국 경제의 대응 방향을 소득 불평등 해소에 주목해 다뤘다.

 

■ 일본의 국가전략과 동아시아 안보, 정구종 지음, 논형, 592쪽, 30,000원
2011년 3월의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은 ‘국가 개조’, ‘전후의 대개혁’을 주장하는 여론을 바탕으로 정치·사회의 변혁을 모색해 왔다. 전후를 총결산해 새로운 국가진로를 설정해야 한다는 보수 우파의 소리가 높아졌고, 그 같은 열망에 부응하듯 보수 우파를 대표하는 아베가 재집권해 제3차 내각을 발족시키면서 ‘대전환의 시간표’를 만들어 순서대로 실행해 나가고 있다. 세계적인 변화와 개혁의 물결에 먼저 올라 탄 일본은 전후 70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70년을 향해 앞을 헤쳐 나아가듯이 이미 출발선을 떠났다. 저자는 “변화의 핵심은 안보정책의 대전환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안보정책과 국가전략을 새삼 분석, 연구해 향후의 방향을 직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면서 이 책을 썼다. 전후 일본의 안보정책과 국가전략을 총체적으로 살펴보고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펼칠 미래의 진로를 예측하는 책이다.

 

■ 학력의 경제학, 니시카와 준 지음, 박현석 옮김, 사과나무, 232쪽, 14,000원
저자는 “앞으로 몇십년 동안은 대변혁의 시대가 될 것이다. 현재 가치가 높다고 인정받았던 많은 것들의 가치가 폭락하고, 학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학력은 더 이상 고수입을 보장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 “절반의 대학생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지만 졸업하자마자 500만 엔의 빚쟁이가 돼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며 대출금 상환으로 고통받는 연체자가 33만 명에 이른다고 지적한다. “대졸자의 실질적인 취업률은 60~70%이지만 비정규직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그 비중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며, 어렵게 정규직이 됐다 해도 종신고용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묻지 마’식 대학 진학을 경계한다. 저자는 오랜 교육현장 경험을 토대로 급격한 산업의 변화를 분석하며 대학 진학의 상식이 바뀌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대졸자의 실업률 등 우리가 겪고 있는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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