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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 … 대학가에 퍼진 시국선언 물결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 … 대학가에 퍼진 시국선언 물결
  • 김홍근 기자
  • 승인 2016.10.27 16: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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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국정개입 논란, 대통령 규탄하고 나선 대학들

성균관대 교수들, “거국 중립 내각 구성해야”
이화여대 등 전국 13개 대학 시국선언 발표

국정개입 논란의 중심인 ‘최순실’ 한 사람에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의 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국민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오후를 기점으로 몇몇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서는 ‘탄핵’이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 26일부터 대학가에서도 최순실 사건을 두고 ‘전 국민을 우롱한 행태’라며 대통령을 규탄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박 대통령이 졸업한 서강대를 비롯해, 이화여대와 각 대학 총학생회에서도 시국선언을 잇달아 내는 등 대학가에 시국선언의 물결이 퍼지고 있다.

27일 오전 9시 성균관대 교수들은 교수회관 1층 교수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서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방송을 봤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김정탁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태의 심각성을 대통령이 모르는 것 같다”며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정현백 사학과 교수는 “국민들의 심리적 공황상태를 빨리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시국선언을 어제 급하게 결정했다”며 “박근혜 대통령 못지않게 그들을 도운 조력자들도 엄격하고 엄중한 조사를 받아 처벌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이번 사안이 청와대 전반의 문제일 수 있음을 꼬집었다.

▲ ‘나랏일을 걱정하는 성균관대학교 교수들’은 27일 교수회관에서 ‘거국 중립 내각 구성’을 주장하는 시국선언서를 발표했다.

‘나랏일을 걱정하는 성균관대학교 교수들’이라는 이름으로 시국선언서를 발표한 교수들은 “현재의 대통령은 국가를 이끌 수 있는 능력과 양심을 갖추고 있지 못하므로 탄핵이 마땅하겠지만, 임기가 일 년여밖에 남지 않았고, 주요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탄핵 논쟁만이 바람직한 선택은 아닐 것”이라며 그 대안으로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을 전부 사퇴시키고 ‘거국 중립 내각 구성’할 것을 주장했다.

정 교수는 “중립내각을 구성해서 남은 기간 동안에 국정이 차질 없이 수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박승희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가 여기 나온 이유대로 마땅히 물러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 교수들 역시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일부 대학 총학생회에서도 박 대통령의 사퇴와 ‘최순실 국정개입’ 관련 특검을 요구하며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목소리는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입시 특혜 의혹 관련 시위를 가졌던 이화여대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것을 비꼬며 ‘대한민국,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입니까’라는 시국선언문을 공개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비선실세 최순실의 자녀가 이화여대에 부정입학하고, 온갖 비상식적인 학사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며 “최순실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의 실체가 이제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국기문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한 나라의 대통령이 중요한 국정 문서들을 외부 사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과 사전에 공유하고, 심지어는 검토까지 받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자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이기도 한 서강대의 학생들도 지난 26일 서강대 정문에서 ‘선배님, 서강의 표어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마십시오!’라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며 국민적 불신을 자초할 것이 아니라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진상규명의 전말이 밝혀져 국민이 대통령으로 납득할 수 없다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선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뒤를 이어 성균관대의 학생들도 나섰다.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문 발표에 앞서 학생들의 시국선언 동참 서명을 받기도 했다. 서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이뤄졌으며, 이날 서명운동에 참여하기 위한 학생들이 줄을 지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비천당 앞에서 ‘우리는 미소로 답할 수 없다’는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見義不爲 無勇也. 의를 알면서도 행하지 못함은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는 우리가 배운 논어의 구절”이라며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고 시대정신을 이끌었던 민족 명문사학 성균관대학의 학생들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대학들의 시국선언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 대학 외에도 현재 전국적으로 시국선언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재(27일 기준) 시국선언을 했거나 준비 중인 대학은 총 13개교로 △부산대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제주대 등이다. 최 씨의 국정개입 관련 언론의 추가 보도가 발표되면, 더 많은 대학의 교수와 학생의 시국선언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근 기자 m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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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구 2016-10-27 21:55:50
인문사회캠퍼스에 이어서 빠른 시일내에 자연과학캠퍼스에서도 시국선언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성균관대학교 교수님들 자랑스럽습니다. 민족성균관대학교의 자랑스러운 구성원으로써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