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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경인여대 이상권 학장직무대행외 교수 3명 구속 사태
[초점] 경인여대 이상권 학장직무대행외 교수 3명 구속 사태
  • 김미선 기자
  • 승인 2001.01.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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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16 18:00:40

비리족벌재단의 퇴진 등 전문대 교육민주화 운동의 모범적인 성과를 보여줬던 경인여대가 교육민주화에 앞장섰던 교수들이 최근 인천지검의 갑작스런 구속 수사로 또 다시 분규에 휘말리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7월 구 재단의 백창기 전 이사장과 김길자 전 학장이 이상권 학장직무대행을 비롯한 몇 명의 교수들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검찰 조사에 응하기 위해 지난 달 28일 인천지검에 자진 출두한 이상권 학장직무대행과 임재욱 학생처장, 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인 최성근 교수와 정학성 교수가 '폭력행사 및 업무방해죄’로 긴급 체포된 것.

의혹이 끊이지 않는 검찰 수사

인천지검이 발부한 영장청구서에 따르면 “학내 분규로 재단경영진을 퇴진시킨바 있는 상지대를 모델로, 처음부터 재단과 대학의 경영진을 몰아내고 학교운영권을 장악하려는 불순한 의도 하에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 허위사실로 학생들을 선동해 분규에 조직적으로 동원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경인여대와 관련된 고소고발 건을 담당하는 강영권 인천지검의 공안부장은 구 재단의 비리에 대한 수사 결과, "27억원을 등록금에서 불법으로 유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이 사적인 용도로 유용한 사실이 없으며, 학교 법인에 입금시켰기 때문에 횡령이라 볼 수 없다. 단지 경미한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감쌌다. 그러나 지난 해 교육부가 경인여대를 감사하고 임시 이사를 파견하는 등의 조치에 대해 "교육부가 시위에 밀려 처리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번 인천지검의 구속 수사가 부당한 이유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지적이 일고 있다. 첫번째는 정상적으로 학사운영을 진행하고 있는 교수들을 ‘증거인멸’과 ‘도주위험’을 이유로 현행범처럼 긴급 체포했다는 점이다. 이병수 경인여대 교수협의회 공동의장(산업환경공학부)은 “교권에 명백하고 심각한 침해이자, 구 재단의 논리에 근거해 수사를 진행함으로써 학내 민주화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난했다.

두번째는 구 재단의 논리를 바탕으로 편파적인 수사를 했다는 흔적이 역력하다는 점이다. 강영권 인천지검 공안부장이 "등록금이 대학에 있는 것과 법인에 있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고 한 발언은 구 재단의 이해를 대변함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4일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경인여대 구속교수 석방 및 부패재단 척결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이하 공동투쟁위원회)의 상임대표를 맡은 김태정 사립대학교교수협의회연합회장(한국외국어대 일어일문학과)도 “검찰은 공정한 수사를 펼쳤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구 재단의 횡령과 비리에 대해서는 진척된 수사 결과가 없고, 오히려 검찰의 전례 없는 교수 구속 수사는 분명히 비호세력의 압력이나 개입이 있었다는 증거가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특히 인천지검의 교수 구속 수사는 경인여대 정상화를 지연시킨다는 지적은 물론 대학의 민주화를 위해 애쓰고자 하는 진보적인 세력의 힘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덕성여대 신상전 교수협의회장(독어독문학과)은 “경인여대의 사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사학 법인은 이 같은 사례를 이용할 것이다. 앞으로 사학재단의 비리 척결과 교육 민주화운동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규대학 교육민주화운동 약화 계기

경인여대의 교수들이 구속 수사됨에 따라 교수단체를 비롯한 전국 50여개의 교육시민단체들은 지난 4일 ‘경인여대 구속교수 석방 및 부패재단 척결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이하 공동투쟁위원회)를 구성했으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공동투쟁위원회는 이 날 교육부와 청와대, 인천지검 등 관계기관을 항의 방문하는 등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다.

또 '경인여대 정상화 및 교육민주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2일 구 재단의 백창기 전 이사장과 김종택 감사를 업무상 횡령 및 사기, 국고보조금 횡령, 사립학교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또 지난 8일에는 96년에 작성된 42억원의 공금횡령 리스트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리스트에는 93년부터 95년까지 3년에 걸쳐 전 이사장이 조직적으로 학생등록금을 허위증빙에 의해 인출한 사실을 증명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전한다.

현재 경인여대는 학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교수가 구속됨에 따라 신입생 모집과 교수초빙 등 학사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 상황.

한편 교육부 결정을 정면으로 뒤집은 인천지검의 수사진행에 대해 교육부 양창현 전문대지원과장은 “임시 이사를 파견하는 등 부당 사항에 대한 조치는 이미 한 상태”이며 “행정처분 이외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경인여대는 지난해 5월 23일부터 교수와 학생, 교직원 등 대학의 3주체는 족벌비리재단의 퇴진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경인여대 감사를 실시한 교육부는 백창기 이사장과 김길자 학장의 취임승인을 취소했다. 그리고 초희선 인천교대 총장을 이사장으로 파견하는 등 여러 가지 조치를 실시했다. 이후 지금까지 이상권 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이 학장직무대행을 맡는 등 대학의 구성원은 학교정상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김미선 기자 whwoori@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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