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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록을 엮으면 자서전이 되고, 역사의 거울이 된다"
"삶의 기록을 엮으면 자서전이 되고, 역사의 거울이 된다"
  • 김홍근 기자
  • 승인 2016.10.24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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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집『청강의 은빛 물비늘』(개미, 2016.9) 출간한 김치경 충북대 교수
▲ 김치경 명예교수
생명과학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던 한 교수가 정년퇴임 이후, 70대에 느낀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담아낸 생활문집을 출간했다. 미생물을 전공으로 가지면서, 인문학 책을 출간하기도 했던 그 주인공은 김치경 충북대 명예교수(미생물학·사진)다.
 
은퇴 후 일상생활에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한 생활문집 『청강의 은빛 물비늘』(개미, 2016.9)은 총 6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사진자료도 함께 수록됐다. 일상생활과 고향이야기, 가족, 친구들과의 추억과 인문학 기행, 해외여행에서 느낀 새로운 경험들을 기록했다.
 
김 명예교수는 “그동안 가족들과 함께 보낸 일상의 생활들, 고향을 생각하며 그리워진 옛 추억, 친구들과 여행하며 나눈 정담, 제자들과의 관계들, 새로이 느낀 풍물과 경험들이 많다. 그 사연들은 모두 흐르는 강물과 같은 인생에서 따뜻한 오후의 햇살에 반짝이는 물비늘이라고 했다”며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치유해주고 위로해주는 동시에 지나온 인생을 정리하면서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준다. 이 책은 그 소중한 기록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신간 이외에도 『대학인의 낭만과 도전』, 『청강의 여울물소리』, 『인문학, 길 위를 걷다』 등을 출간해 왔다.
 
△생활문집을 출간했다. 무엇을 담아냈나?
“정년퇴직을 한 후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일상생활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일들을 기록한 문집이다. 사소한 일들이지만 가족들과 기억해두고 싶은 것들, 제자들이나 친구들과 즐겁게 보냈던 추억들, 국내외를 여행하면서 접했던 풍물과 역사문화 체험기다.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만났던 사람들과의 이야기들을 엮은 희수기념 문집이다.”
 
△70대 이후의 삶을 ’사유와 관조의 시간‘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대학교수로 정년퇴임을 한 후, 자유인으로 삶을 살게 되니 처음에는 재직 중에 하던 공적업무와 연관되는 일들이 마음과 머리에서 떨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70대에 들어와서는 그야말로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연금을 받으면서 몸 건강히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히 고마운 일이겠지만, 먹고 자는 세월만을 보내는, 생물학적 내지 자연인의 삶으로서는 여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경제활동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연변과기대에 가서 교육봉사 활동을 하면서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흔적을 더듬어 볼 기회를 갖게 됐다. 그러한 계기로 역사와 문화의 인문학 매력에 빠져 자연과학자로서 새로운 인생의 즐거움을 맛보게 됐다. 전국의 역사유적과 선인들의 발자취를 답사하면서 보고 느낀 글들을 모아『인문학, 길 위를 걷다』라는 책도 출판했다.”
 
△과거를 돌아보는 작업을 하면서, 특별히 느꼈던 것이 있다면?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을 땐 국제적인 일류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였고, 세계의 석학들과 국제적인 협력연구를 통해 명성도 얻었고 학술상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정년을 하고나니 평생 연구해온 생명과학의 논문들이 5년 정도가 지나면 대부분 휴지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작부터 인문적인 사고에 더 관심을 가지고 살았더라면 정년 후의 삶이 좀더 여유롭고 다양한 취미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 전남 담양의 성산별곡의 고장, 서하당과 부용정을 친구들과 방문한 김치경 교수(맨 오른쪽). 퇴직 후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방법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 얘기를 나누곤 했다고 한다.
△오래 지난 일들은 기억하기 힘들었을 텐데, 평소 기록을 자주 하는 편인지?
“나는 일상생활 속에서 간직해두고 싶은 일들은 그때그때 기록을 해왔다. 기쁘고 즐거운 일도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고 잊어버린다. 때로는 서운한 일도 기록해두면, 그 의미를 되새기면서 앞으로의 일에 좋은 경험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모아진 글들은 모두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온 삶의 모습이었고, 그것을 엮으면 개인의 자서전이 되고 때로는 국가사회의 역사 거울이 되는 것이다. 1800년대 초 미국의 서부개척 역사가 당시 이주민들의 일기와 고향에 보낸 편지로 만들어진 것처럼.”
 
△“삶을 기록하는 것은 꿈을 키워준다”고 했다. 현재의 꿈은 무엇인가?
“입으로 뱉은 말은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바뀌기도 쉽지만, 글자로 기록하고 나면 내용을 끝까지 책임지게 되는 듯하다. 행동과 말에 조심성이 생기고 책임감을 느낄뿐더러 삶에 대한 의욕과 보람을 느껴, 정성을 다해서 생활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기록하는 삶은 아름답다’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전남 담양의 성산별곡의 고장인 서하당과 부용정을 친구들과 방문해 성산사선(星山四仙)들이 조선 중기 을사사화를 겪은 후 낙향해 식영정 일원에서 시문을 쓰며 담론했던 삶의 흔적을 찾아보았다. 앞으로도 선현들의 행적을 살펴보면서 자유인으로 희수의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헤아리며 인생의 의미를 기록할 것이다.”  
 
△‘기록하는 삶’을 추천 한다던데.
“자기의 삶을 기록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거창한 자서전을 쓰라는 말이 아니라 소박한 일상의 일들에 대해 느끼는 대로 적는 것이다. 나 자신을 위한 일 외에 주변을 돌아보면 작지만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들이 많다. 매일의 일을 기록해보면 오늘의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느끼고 내일의 삶에 대한 희망과 즐거움을 갖게 될 것이다.”
 
김홍근 기자 m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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