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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결국 ‘사임’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결국 ‘사임’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6.10.19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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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교수 항의집회 1시간30분 전 결정 … 평단사업으로 촉발된 학내 사태 책임

최 총장 “체육특기자 입시·학사관리 특혜 없었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교수들의 해임요구 집회 1시간30분여를 앞두고 사임할 뜻을 밝혔다. 최 총장은 19일 오후 2시 ‘총장직을 사임하면서 이화의 구성원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화가 더 이상 분열의 길에 서지 않고 다시 화합과 신뢰로 아름다운 이화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오늘 총장직 사임을 결정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또 교수·학생·동문 등 구성원들에게 “저의 사직으로 그간의 분열을 멈추고, 힘을 모아 지금의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평생교육단과대학지원사업(평단사업) 선정에 반대해 지난 7월 28일부터 84일째 이어지고 있는 학생들의 대학본관 점거농성을 사퇴 이유로 앞세웠지만, 최근 청와대 비리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20)씨의 입학·학사관리 특혜 의혹을 돌파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를 의식한듯 최 총장은 “지난 7월 28일 평생교육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으로 야기된 학생들의 본관 점거 및 시위가 아직까지 그치지 않고, 최근의 난무한 의혹들까지 개입되면서 어지러운 사태로 번져 이화의 구성원과 이화를 아끼시는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씨의 특례입학, 교과성적 등 학사관리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체육특기자와 관련해 입시와 학사관리에 있어서 특혜가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지금까지 제기돼 왔던 여러 의혹들에 대해 학교로서는 최대한 사실에 입각해 해명해 드린 바 있다”며 “다만, 앞으로 체육특기자 등의 수업관리를 좀 더 체계적이고 철저히 하여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선 17일, 이화여대 측은 체육특기자 특혜 의혹 등을 해명하는 설명회에서 “정씨가 제출한 보고서가 증빙을 갖추지 못했고, 출석인정과 관련해서도 대체인정 서류가 부실하게 관리됐다”며 체육학부의 체육특기자 학사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 학교법인 이화학당은 대학 감사실을 통해 정씨에 대한 입시·학사운영 특혜 여부를 확인(사실관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다음은 최경희 총장의 ‘총장 사임’ 전문

총장직을 사임하면서 이화의 구성원께 드리는 글

안녕하십니까? 최경희입니다. 저는 이제 이화가 더 이상 분열의 길에 서지 않고 다시 화합과 신뢰로 아름다운 이화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오늘 총장직 사임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2년여 간의 시간은 이화를 위해 헌신할 수 있었던 제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힘들면서도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최선을 다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학교만 바라보면서 힘든 대내외적인 환경을 이겨내며 함께 해주신 교직원 선생님들과 동문 여러분 덕분이었고 자랑스러운 우리 이화의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7월 28일 평생교육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으로 야기된 학생들의 본관 점거 및 시위가 아직까지 그치지 않고, 최근의 난무한 의혹들까지 개입되면서 어지러운 사태로 번져 이화의 구성원과 이화를 아끼시는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 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우리 이화는 이러한 위기를 잘 극복하여 다시 한번 이화의 역량과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총장직을 사임하고자 합니다.

우선, ‘미래라이프대학’은 4년제 정규 단과대학으로서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 건학이념과 섬김과 나눔이라는 이화정신의 구현을 위해 추진했던 사업이었지만,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설명 드리지 못하고 소통에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이에 저는 이화 전체의 화합을 위하여 평단 사업에 반대하는 학생, 교수, 동문들의 의견을 전면 수용하여 해당 계획을 철회하게 됐습니다. 더 나아가서 저는 이제 총장직 사퇴를 표명하오니, 본관에서 아직 머물고 있는 학생과 졸업생 들은 바로 나와서 본업으로 돌아가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최근 체육특기자와 관련하여, 입시와 학사관리에 있어서 특혜가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지금까지 제기되어 왔던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 학교로서는 최대 한 사실에 입각하여 해명해 드린 바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체육특기자 등의 수업관리를 좀 더 체계적이고 철저히 하여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화의 새로운 소통 시스템과 제도 개선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 구성원들 모두는 이러한 자정 능력을 갖춘 우리 이화를 신뢰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화의 교직원 여러분! 노조 회원이든 교협 회원이든 비대위 서명 교수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 모두는 하나의 이화구성원입니다. 저의 사직으로 그간의 분열을 멈추시고 오로지 학생과 학교를 생각하시고, 이화가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생각하시며 힘을 모아 지금의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금 우리 이화가 겪고 있는 갈등과 어려움은 이화를 더 단단하게 하고 이화공동체를 더 화합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 동안 이화를 위해 함께 애써 주시고 걱정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학생, 교직원, 동문, 학부모님, 그리고 이화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서도 이화의 빠른 안정과 발전을 위해 한마음으로 도와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10월 19일   최경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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