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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를 찾아서 : 한국헌법학회
학회를 찾아서 : 한국헌법학회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2.1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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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헌법학회(회장 최용기 창원대 교수)는 군사정권의 직격탄을 맞은 학회다. 이 학회의 창립주도 멤버이자 장기간 회장을 역임한 한대현 전 서울대 법대 교수가 지난 1972년 정권의 오른손이 돼 유신헌법을 만든 일 때문이다.

당시 헌법학자들은 “장기 집권의 법 근거를 제공하는 미용사 역할에 동참할 수 없다”며 반발, 탈퇴했고 학회는 유명무실해졌다. 한국헌법학회가 정상화되기까지는 20년이 걸렸다. 지금의 모임은 1994년 배준상 한양대 명예교수, 장석근 단국대 교수 등이 주축이 돼 재결성된 것이다. 현재 회원은 2백30여명. 교수와 법조인이 ‘80 대 20’의 구성을 이루고 있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 민경식 중앙대 교수, 성낙인 서울대 교수 등이 활동을 이끌고 있다.

과거에 겪은 파행을 잊기 위해 지난 8년간 학회는 발벗고 뛰어 왔다. 기금행사를 열면서도 학회지를 연 4회나 발행하는 등 강행군을 했고, 지난해에는 근대법학 1백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한대현 교수의 공개석상 발언을 유도하기도 했다. 유신헌법은 ‘박정희 작곡, 법무부 작사’로 이뤄졌으며, 학자 참여는 ‘아트-디렉팅’에 국한됐다는 ‘유신게이트’를 일부 개봉시킨 개가였다. 학회는 최근 제9대 임원진을 뽑고 내년 활동스케치에 한창이다. 신임 기획이사를 맡은 조홍석 경북대 교수(법학)는 “헌법의 본질적인 이론을 더욱 천착하고, 현실과 연관지어 재검토해 생활 헌법이 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다.

법이론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니콜라스 루만, 로버트 알렉시 등을 초빙, 국가간 법 실정을 비교 토론해 일방적 학문 수용의 역사를 청산할 생각이다. 조 교수는 “요즘 각종 공청회, 토론회, 세미나에서 헌법학자는 불러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유인즉슨 “헌법학자들은 법리에 빠져 현실적인 답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이것이 오해며, 또 원조교제나 호주제 같은 문제는 헌법적인 차원에서 따져야 할 사안이라며 앞으로 대외적 발언권을 높여나가는 게 관건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최용기 회장은 “올해 학자들이 대거 참여해 헌법에 대한 가장 높은 수준의 학문적 연구인 헌법주석서를 저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헌법학회의 활동을 통해 헌법이 구체적 보편성을 담지한 국민법으로 부활할 지 기대해본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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