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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이라고 특별히 기쁘지는 않다”
“노벨상이라고 특별히 기쁘지는 않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10.12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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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읽는 신간_ 『천재와 괴짜들의 일본 과학사: 개국에서 노벨상까지 150년의 발자취』 고토 히데키 지음|허태성 옮김|부·키|431쪽|18,000원

1972년, 나고야 대학에서는 마스카와 도시히데와 고바야시 마코토가 대칭성 깨짐을 발견하기 위해서 분투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본 입자인 쿼크 4개를 조합해서 소립자를 정리해 봐도 대칭성 깨짐이 나오지 않았다. 마스카와가 아이디어를 내놓아도 냉정한 고바야시가 실험 결과와 대조해서 이튿날에는 그 모델의 결합을 지적했다. 마스카와는 아이디어가 바닥나서 이제 접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4개의 쿼크로는 대칭성 깨짐을 증명할 수 없었다. ‘○○로는 ○○할수 없다’고 하는 논문도 있기는 하지만 ‘○○라면 ○○할 수 있다’고 하는 논문에 비하면 가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포기하는 심정으로 목욕을 하고 있을 때였다. 마스카와의 머릿속에 뭔가가 번뜩 스쳤다. 쿼크를 6개로 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복잡한 계산을 하지 않더라도 목욕하는 동안에 머릿속으로 전부 잘 설명할 수 있었다. 난부 요이치로의 예언이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순간이었다.
이튿날 마스카와가 고바야시에게 이야기하자 고바야시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그걸로 합시다.” 마스카와가 두 달 동안 일본어 원고를 작성하고 다시 고바야시가 한 달 동안 영어로 옮겼다. 두 사람이 생각해 낸 6개의 쿼크가 얼마후 미국과 유럽의 연구소에서 연이어 발견됐다.
한편 일본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됐고, 쓰쿠바에 있는 국립고에너지연구소는 세계 유수의 거대한 가속기를 갖게 됐다. 그곳의 연구자는 마스카와 등이 발견한 이론이 일본산 이론임을 증명하고자 노력했다. 마침내 그들은 마스카와와 고바야시가 주장하는 자발적인 대칭성 깨짐의 증거를 발견했다.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이 난부, 마스카와, 고바야시에게 수여됐다.

언론에서 가장 먼저 취재를 한 사람은 마스카와였다. 수상 전에 다소 개성적인 발전을 한 것이 언론의 흥미를 끌었다. “노벨상이라고 해서 특별히 기쁘지는 않습니다!” 수상 후 회견에서 기자들이 다시 물었다. “기쁘십니까? 수상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그때 선생의 반응은 의외였다. 말을 시작하자마자 눈물을 쏟으며 답했다. “저는 오랫동안 난부 선생님을 우러러 보았습니다. 노벨상 그 자체보다도 신과 같은 난부 선생님과 함께 수상한다는 것이 꿈만 같습니다.”
수상 소감을 다룬 아침 뉴스에서 마스카와는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기자들은 마스카와의 우는 얼굴에만 관심을 쏟았다.

대학원 시절 마스카와의 제자였던 한 사람이 도코에서 이 뉴스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그는 나고야대에서 도쿄대로 옮겼다가 마지막으로 기초물리학연구소 소장을 맡은 후 퇴직한 인물이었다. 그는 마스카와 선생이 많이 당황한 걸로 보여 걱정스러웠다. 그는 곧 시나가와 역에서 신칸센에 올라탔다. 정오 무렵 교토대에 도착하자 노벨상 수상을 기념해서 학생들을 위한 마스카와의 강연회가 열리고 있었다. 학생들이 회장 밖까지 흘러넘쳤다. 마스카와가 박수 속에 연단에 올랐다. 학생들도 모두 고양돼 질문을 쏟아 냈다. 마스카와 선생은 10년 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처럼 똑같은 웃는 얼굴이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아침 뉴스를 보고는 불현듯 걱정스러웠지만 스승은 학생들 사이에서 변함없이 행복해보였다.

저자 고토 히데키는 도쿄공업대 대학원에서 원자핵 공학 과정을 마쳤다. 미국 컬리비아대 연구원과 런던대 연구원을 거쳐 요코하마 시립대 의학부와 이와테 의과대학 등에서 일했다. 신경 생리학을 전공한 의학 박사인 저자는 지금은 과학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의 노벨상 1호인 유카와 히데키를 동경해 물리학자를 꿈꿨던 저자가 연구 현장에서 직접 고 들은 이야기가 풍성하고 생동감 있게 녹아 있다. 이 책을 통해 일본이 과학 부문에서 24명(미국 국적 취득자 2인 포함)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원동력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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