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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서 사람을 읽다
낯선 땅에서 사람을 읽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10.12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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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돋보기_ 『중앙아시아 인문학 기행』 연호탁 지음|글항아리|646쪽|32,000원

2013년 말부터 2015년 말까지 55회에 걸쳐 <교수신문>에 연재된 ‘중앙아시아 인문학 기행: 몽골 초원에서 흑해까지’가 단행본으로 나왔다. 인문서 전문 출판사인 글항아리가 646쪽 분량으로 그림과 글을 잘 엮어서 새롭게 꾸며 내놨다.
저자인 연호탁 가톨릭관동대 교수(영어학)는 “중앙아시아 기행이 흥미로운 이유는 동서 문명의 교류 외에도 인간의 다채로운 습성 혹은 습속의 흔적이 도처에 남아 있고 그를 통해 인간을, 人文(사람살이의 발자취)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하면서, “인문은 인류의 문화/인물과 문물/인륜의 질서를 통섭하는 개념이다. 나는 책상머리 지식에 더해 제법 오래된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여전히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미지의 지역으로 남아 있는 중앙아시아에 대한 인문학 기행을 시작하려 한다”고 책을 소개했다.


그의 책은, 연재 때도 그랬지만 ‘문명의 오해’를 넘어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저자에게 ‘중앙아시아’라는 세계는 그런 인식 지평을 넓히는 경계이기도 하다. 그가 월지의 西遷에서 시작해, 길고 긴 중앙아시아의 나선형 시간을 돌고 돈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의 발길과 몸이 스쳐가는 곳마다 그는 자신의 언어로 낯선 땅을 어루만지고 끝내는 밤새 끌어안고 울었다. 사람들의 인생, 사랑, 좌절, 죽임과 폐허의 바람 소리가 이 책에서 들린다면, 그것은 바로 그 까닭에서 비롯된다.
영어학을 전공했지만, 중앙아시아사로 두 번째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것도 어쩌면 이 책을 가벼운 여행기쯤으로 생각할 수 있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저자는 그런 시선쯤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인도는 내가 즐겨 찾는 여행지 중 한 곳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서 “나는 중앙아시아 초원을 달리는 한 마리 야생마가 돼 중앙아시아 인문학 기행을 썼다. 때로는 창공을 나는 독수리가 되기도 했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고단한 삶이 있었다. 더러 기쁨도 있었다. 사는 일은 그런 것이다.”로 마침표를 찍는 이 책의 진짜 덕목은, 언어학적 배경을 깐 서술이나 중앙아시아사 연구자의 시선에 있지 않다. 이 책이 의미 있게 읽힌다면, 그것은 지도 속에 홀로 표기돼 있던 ‘중앙아시아’를 추상의 언덕 아래로 불러내, 거기서 사람 사는 세상의 온갖 주름을 더듬어내면서 환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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