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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덤들이 우리 안에 없다면
그 무덤들이 우리 안에 없다면
  • 교수신문
  • 승인 2016.10.0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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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詩_ 이하석

 

 

우리 안에
그 무덤들이 없다면,
저들이 지운 흔적의 압화(押花) 속에
고스란히 있다.

안팎에서
부르는 호명에 귀 막는
빈 메아리의 골에
푸른 산의 갈피에

봉분도 없이 있다.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만
버려져
있다.

행방불명으로 있다.

우리안에 있으면
푸나무처럼 솟아나
절망과 희망의 광합성으로
서로 우거질 테지.

그러나 아무 곳에도 없어
이 강산 도처에서
계속 파헤쳐지는 질문의 삽질.
빠른 대답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 뼈들.

망각의 껍질을,
꺼리는 질문과 대답으로
파들어가서
어리둥절하게 만나는
역사의 민낯이여.

사방팔방 침묵하지 못하는
초혼의 말들만
만수 넘본다.


―『천둥의 뿌리』(한티재, 2016.9) 수록


 

□ 시시인 이하석은 1948년 경북 고령에서 출생해 6세 때 대구로 이주, 쭉 대구에서 살아오고 있다. 1971년 <현대시학>지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 『투명한 속』, 『김씨의 옆얼굴』, 『우리 낯선 사람들』 등과 시선집 『유리 속의 폭풍』, 『환한 밤』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대구시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시집은 “대구라는 도시에서 벌어진 집단적 죽음의 기억을 불러내어 고통의 언어로 지어낸 집”(정지창)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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