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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아는 건 결국 인간을 깨닫는 일이다
‘지구’를 아는 건 결국 인간을 깨닫는 일이다
  •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 승인 2016.09.27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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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58. 지구 강연

 

▲ 카오스재단의 과학 대중강연이 ‘지구’를 화두로 삼고, 첫 번째 강연을 시작했다. 21일 블루스퀘어에서 첫 번째 강연이 펼쳐졌다. 사진은 2부 패널토의 모습. 사진제공= 카오스재단.

‘기원’ ‘빛’ ‘뇌’에 이어서 이번엔 ‘지구’다. 카오스재단(http://www.ikaos.org)은 지난 21일부터 11월 23일까지 「지구인도 모르는 지구」라는 주제로 10부작 강연을 준비했다. 재단은 2015년부터 봄, 가을에 특정 키워드를 중심으로 대중 과학강연을 진행해왔다. 지구는 우리가 매일 발을 딛고 서 있지만 잘 모르는 영역이다. 강연에선 △지구 내부 △공룡 △기상이변 △미세먼지 △지구 역사 △심해 △지구의 미래 △지구의 이웃 행성 등을 살펴본다.

지난 21일 블루스퀘어에선 「왜 지구인가?」라는 주제로 서울대 이강근, 이상묵 교수(지구환경과학부)의 첫 번째 강연이 펼쳐졌다. 우선 지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살펴보자. 지구의 나이는 45억6천700만 살이다. 지구는 암석과 물과 공기와 생물로 구성돼 있으며, 표면적은 약 5억1천만km²다. 지구의 무게는 5.97×10²⁴kg이며, 지구의 자손은 달이다. 지구와 달은 약 38만km 떨어져 있으며, 지구에서 태양까지 약 1억5천만km 떨어져 있다.

이강근 교수는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FEW(Food, Energy, Water) 가운데 물 문제를 강조했다. 물은 지구에 정말로 적다. ‘지구에 물은 얼마나 있을까’와 같은 단순한 물음을 보면, 대부분 사람들은 70%라고 답한다. 그러나 지구 전체에서 물의 부피는 지구의 1천 분의 1이다. 이것도 그나마 높게 잡은 것이다. 빙하나 만년설 같은 담수만 놓고 본다면 지구 전체 질량의 2% 밖에 되지 않는다.

담수 문제는 이미 전 세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지구 문제 중 하나다. 한 사람당 가용 수자원 량이 감소하고 있다. 선진국이나 습윤 지역 개발도상국, 건조지역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마찬가지다. 미국(NASA)과 독일이 합작으로 개발한 지구중력장 측정 위성인 GRACE(Gravity Recovery And Climate Experiment)가 지구에서 200km 떨어진 거리에서 찍은 사진이 있다. 2002년 이후 지구 전반에 걸친 물의 분포를 나타낸 사진인데, 인도 북부, 미국, 중국 일부 지역의 심각한 지하수 고갈 문제를 드러냈다.   

문명은 지구와 생명이 공진화한 결과
이강근 교수에 이어 이상묵 교수가 「다시 알게 된 지구」라는 소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2006년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야외 지질조사를 하던 중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있는 이 교수의 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부르곤 한다. 이 교수는 외형뿐 아니라 사고 난 지 6개월만의 연구 재개로 지구과학분야에서 저명 있는 학자로 인정받았다. 사고로 인해 이 교수는 삶과 죽음의 근원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 교수는 생명 존재의 문제를 빅뱅에서부터 시작해 오늘날 인간이 이룩한 문명에까지 연결해 설명했다. 특히 그는 지구 4권(암권, 지권, 기권, 생물권)의 공진화와 에너지 문제를 부각시켰다. 빅뱅 이후 수소와 헬륨이 만들어지고, 행성 내에서 원자들이 분해되고 융합하며 무거운 철까지 만들어지다가, 초신성 폭발로 철보다 무거운 원자들이 만들어졌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아는 사실이다. 나아가 이후에 원자들은 지구를 구성하고 석탄, 석유로 이동했다. 인간은 석탄과 석유를 이용해 산업혁명을 거쳤고 마침내 문명을 이뤘다.

고도 문명은 지구와 생명이 공진화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철이라는 금속을 만나지 못했다면? 석탄이나 석유 같은 자원을 인간이 이용하지 못했다면?
이상묵 교수는 고등문명이 이룩되기 위해서는 △의식 발달 △농업 발달 △과학혁명이라는 3요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주에서 날아온 원자가 지구를 만들었듯 인간도 지구의 구성원으로서 원자로 만들어졌다. 의식은 원자의 획기적 융합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인류는 의식이라는 원자를 움직이기 위해 태양 에너지나 지구에 축적된 에너지만을 수동적으로 이용하는 단계를 벗어났다. 농업을 발달시켜 식량이라는 에너지를 스스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제법 살만해진 인류는 문명이란 것을 이루기 위해 여러 과학혁명을 거쳤다.

미국의 천문학자이자 물리학자인 프랭크 드레이크가 외계에 존재할 수 있는 문명의 수를 ‘Drake 방정식(인간과 교신할 수 있는 지적인 외계 생명체의 수를 계산하는 방정식)’으로 계산하자 1이 나왔다고 한다. 이는 우리 지구인이 유일한 지적 생명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주에 원시 생명이 존재할 확률은 적지 않지만 오늘날 우리와 같은 거대한 문명을 이룬 또 다른 외계 문명이 존재할 확률은 매우 낮다.
이상묵 교수는 카르다셰프 척도(Kardashev scale)를 설명했다 이 척도는 러시아의 천문학자 니콜라이 카르다셰프가 1964년 문명의 기술발전을 에너지 이용 정도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Ⅰ, Ⅱ, Ⅲ단계로 구분되지만 일각에서는 Ⅳ, Ⅴ, Ⅵ단계까지 말하기도 한다.
Ⅰ단계는 행성 에너지를 이용하는 문명이다. 지구 내부에너지를 모두 활용해 날씨를 제어하거나, 태풍의 방향을 바꾸는 둥 행성 내부를 통제할 수 있다. 인류는 아직 Ⅰ단계에 도달하지도 못했다. Ⅱ단계는 행성 에너지를 다 쓰고 가까운 별(태양)의 에너지를 끌어다가 쓰는 문명이다. 다른 별의 핵융합 반응을 제어할 수 있는 문명이다. Ⅲ단계는 자신들이 속한 은하계의 에너지를 쓰는 문명이다. 문명이 속한 은하 내의 많은 별을 식민지화 하거나, 시공간을 넘어 다른 지점으로 통할 수 있다.

“지구 내부로는 12킬로미터밖에 못 갔다”
이외 Ⅳ단계는 암흑에너지인 블랙홀 에너지를 이용하는 문명, Ⅴ단계는 평행 우주 에너지를 이용해 우주 사이를 넘나들 수 있는 문명, Ⅵ는 그냥 GOD다. 문명을 가진 생명체라면 각 단계에서 방출되는 고유한 형태의 복사 에너지를 분석해 문명 종족을 알아낼 수 있다.
에너지 문제는 2부의 패널토의에서도 이어졌다. 가령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지구 문제인 경주 지진(규모 5.8, 사망자 0명)과 비슷한 시기 일어난 페루 지진(규모 6.2, 사망자 약 300명)을 비교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두 지진은 규모 0.4 차이로 근소해 보이지만 에너지로 따지면 4배 차이가 난다. 두 지진의 다른 차이는 진원의 깊이다. 경주는 15km이고 페루는 4.5km이기에 페루에서 더 큰 재해가 일어난 것이다. 지반 상태 차이도 있다. 문화유산이 산적한 경주와 마찬가지로 페루역시 오래된 건축물이 많았는데 때문에 지진에 취약했다고 한다.

러시아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1961년 4월 12일 우주로 나간 뒤 지구를 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구는 파랗다. 얼마나 멋지고 놀라운가!” 가가린이 우주에서 본 지구는 어땠을까. 우주와 경계가 있었을까. 빅뱅 이후 만들어진 지구라는 별, 그 별은 다시 생명을 탄생시켰다. 결국 지구와 우주 그리고 생명의 경계는 사라지는 게 아닐까.  
이강근 교수는 “인간은 지구 바깥으로 170억km 이상 나갔지만, 지구 내부로는 12km 밖에 가지 못했다. 달에는 지금껏 12명이 갔지만, 11km 지하를 간 사람은 3명뿐이다”고 말했다. 인간은 아직도 지구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지구인에게 지구를 알게 하는 것, 결국 그것은 우리를 아는 것이다.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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