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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싱크탱크와 머리맞댄 PBF … “대학의 새로운 역할은 ‘삶의 교육’일 것”
세계 싱크탱크와 머리맞댄 PBF … “대학의 새로운 역할은 ‘삶의 교육’일 것”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9.27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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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지구문명의 미래: 실존혁명을 향하여’ 주제로 Peace BAR Festival 2016 개최

 

시장의 무한 경쟁 논리가 대학에까지 스며든 오늘날, 과연 대학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일까. 여기 곱씹어볼만한 문제제기가 있다. ‘세계평화의 날’ 행사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경희대(총장 조인원)는 서울캠퍼스 평화의 전당에서 이 날을 기념해 제35회 Peace BAR(spiritually Beautiful, materially Affluent, humanly Rewarding) Festival 2016을 개최했다. 왜 경희대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 ‘세계평화의 날’이 1981년 경희대가 제안하고 UN이 제정하면서 정례화 됐기 때문. 경희대는 1982년부터 매년 9월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국제학술회의 ‘Peace BAR Festival(PBF)’을 개최해왔다. 올해는 세계적 싱크탱크인 로마클럽, 부다페스트클럽, 세계예술과학아카데미(WAAS)의 회장 및 회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과연 어떤 논의가 오갔을까.


제35회 Peace BAR Festival의 주제는 ‘지구문명의 미래: 실존혁명을 향하여’였다. 경희대가 밝힌 취지는 이렇다. 지금 인류는 기로에 서 있다는 것. 현대사회가 누려온 성장과 팽창의 뒤안길엔 인류를 위협해온 문명사적 난제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소비와 생산 확장에 따른 환경파괴와 자원고갈, 심화하는 인간소외와 양극화, 일상적인 테러와 폭력, 흔들리는 기성정치, 이 ‘오래된 인류의 미래’는 문제의식이 제기된 지 반세기가 넘도록 지난한 과제로 남아 있다는 것. 그렇다면 지금, 오래된 미래의 더 나은 진로를 위해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그래서 Peace BAR Festival 2016은 문명과 사회의 미래를 위해 인간 내면에 주목하고자 했다. “담론과 실천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갈 실존적 사유, 새로운 사유의 지구적 가능성에 주목하며, 현대적 삶의 다가올 미래를 천착한다”고 밝혔다. 물론 이러한 질문은 문명전환의 문제의식이 틀림없으며, 인류와 지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성찰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와 정치, 공공정책 차원의 성찰과 함께 ‘지구문명의 전환설계’를 위한 ‘실존혁명의 길’을 찾아 나서자고 제안한 경희대의 접근은 솔깃할 수밖에 없다.

문명전환기, 대학의 새로운 역할 모색
‘지구문명의 미래: 실존혁명을 향하여’를 주제로 한 PBF 2016은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 세계평화의 날 기념 원탁회의(이상 21일), 콜로키엄 Ⅰ·Ⅱ(22일), 콜로키엄 Ⅲ·Ⅳ(23일)으로 구성됐다. 특히 원탁회의는 ‘혼돈의 세계, 시민의식과 정치’를 주제로 어빈 라슬로 부다페스트클럽 회장, 로베르토 페체이 로마클럽 부회장, 아이토르 후르훌리노 드 수자 세계예술과학아카데미 회장, 조인원 경희대 총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 원탁회의가 전체적인 조감도를 제시했다면, 이어진 콜로키엄은 전체 주제를 ‘새로운 패러다임과 지구적 참여: 책임의 요청’으로 잡고 인간적 생태학·사회적 생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세부적 지혜를 모색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를 기획한 정종필 경희대 미래문명원장은 “올해로 35회째를 맞고 있는 이번 PBF는 세계평화에 대한 경희대의 지속적 노력을 사회화·지구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세계적 싱크탱크와 국내 학계가 만나 인류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의를 지닌다”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책임 있는 학술기관으로서 세계적 싱크탱크와 깊이 있는 교류협력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조발제에 해당하는 원탁회의에서는 어떤 문제의식이 제시됐을까. 조인원 경희대 총장은 새로운 문명의 모색에서 대학이 짊어져야 할 역할을 강조했다. 조 총장은 “지구적 문제가 말 그대로 지구의 문제, 나와 거리가 먼 문제, 우리의 먼 문제가 아니라 우리와 가까운 문제다, 주변의 문제고 우리 사회의 문제라는 인식이 좀 더 뿌리를 내려서 우리가 이런 문명이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재해, 인위적인 재해, 재해를 전망하고 예방하고 또 그것에 적극 대응하는 대학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지적하면서, 이 새로운 사명을 교육에 반영하고, 또 그런 연구를 더 촉진시키고, 그것의 실천적 함의를 사회로 환원하는 새로운 대학의 모습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패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어빈 라슬로 부다페스트클럽 회장은 패널들이 제기한 지적 자극에 고무된 표정이었다. 그는 “여러분들의 정신이라고 할까? 개방된 자세 또 질문해 주신 내용 너무나 격려가 됐다. 우리가 뭔가 힘을 합치면 의미 있는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제 희망은 우리 함께 힘을 모아서 뭔가 새로운 시스템적인, 체계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책임의 요청’이라는 실천 화두
이번 PBF 2016의 성과라면 콜로키엄에서 좀 더 깊은 논의로 들어갈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과 지구적 참여: 책임의 요청’이라는 주제로, 인간적 생태학·사회적 생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까지 짚었기 때문. “지구적 참여와 책임을 주제로 하는 이 콜로키엄은 인류가 마주한 냉혹한 현실을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미래의 설계자로서 고등교육의 역할을 제시하는 공론의 장을 열어갈 것”이라는 경희대측의 설명 속에 콜로키엄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다.


「인간적 생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건 세션에서는 ‘인간을 위한 ‘발전’이란?’ 주제가 눈길을 끌었다. 윈스톤 네이건 플로리다대 법학 교수(세계예술과학아카데미 이사회 회원)가 「인간 중심 발전의 개념과 토대 그리고 함축」을,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가 「온생명과 인간」을 각각 발표했다. 윈스톤 네이컨 교수는 “인간 중심 개발의 개념이 의미하는 것은 경제발전에 주어진 규범의 우선성이란 것이 직접적으로 인간 존재에 특수한 초점을 둬야만 한다는 점이다. 국가 주권의 영광, 사유재산의 신성시와 같은 추상 혹은 글로벌 자본 축적의 광대한 집합체로부터 인간의 이익을 배제하는 것에 초점을 둬서는 안 된다. 넓은 의미에서,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규범적인 글로벌한 요청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 규범적인 글로벌한 요청이란 개발에 대한 인권의 확인과 채택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장회익 교수는 전체 온생명이 진정한 나의 실체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과학적 사실과 이를 파악할 합리적 이성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콜로기엄 세션Ⅱ인 「사회적 생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인간을 위한 경제와 시장’,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융합학문의 길’이 주제로 제시됐다. 특히 후자와 관련, 게리 제이콥스 세계예술과학아카데미 CEO와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가 고민을 밀고 나갔다. 「통합 사회과학을 향하여」를 발표한 게리 제이콥스는 “사회과학은 지난 두 세기 동안 인류의 놀라운 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오늘날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다차원적 위기는 사회과학 분야의 구획화와 자연과학 분야에 존재하는 일반 통합 원칙에 상응하는 그런 원칙의 부재에 의해 부과된 한계를 넘어 빠르게 이동할 필요성을 성찰하게 한다”라고 지적하면서 ‘긴급한 글로벌 도전 과제’가 강제하는 것들을 제시했다. 「네트워크 사고에 기반한 새로운 개방과학의 가능성」을 발표한 정지훈 교수는 “학문이 더 이상 재능을 가진 자들과 이를 지원하는 스폰서가 서로의 이해관계에 의해 폐쇄적으로 돕는 방식이 아닌 개방된 네트워크와 생태계를 중심으로 지속 발전한다는 개념은 새로운 개방과학 원칙의 확산과 함께 점차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탁회의가 새로운 문명의 모색에서 거듭 강조한 것은 ‘교육(대학)’이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세션 Ⅲ 콜로키엄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고등교육의 미래: 지구적 협력관계에 기초한 대학의 새로운 역할’을 주제로 게리 제이콥스와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가 발표자로 나섰다. 게리 제이콥스는 「고등교육의 미래」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교육학의 관점에서, 능력 개발을 위해 배운 내용 이해를 강조하는 데서 미래에 관한 독립적이고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데로 옮겨가야만 한다.”


「범세계와 시대의 대학: ‘삶의 교육’ 제창」을 발표한 박영신 교수는 대학의 새로운 역할로 ‘삶의 교육’을 제안했다(아래 관련 기사 참조. 논의 일부를 발췌한 글임). 그는 “대학은 부를 창출하라는 사명을 띠고 문명의 역사에 태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국가의 정책 과제이고 산업계 본연의 임무이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그러한 데 있지 않다. 대학은 삶의 문제와 맞붙는 곳이다. 삶에 대하여 ‘왜’와 ‘어떻게’의 물음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변화하는 시대의 삶과 그 의미를 생각하고 배우고 실천하며 증언하는 터전”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범세계화 상황’을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할 것을 요청했다. 박 교수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대학은 이익 추구, 부의 창출, 이를 위한 경쟁,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들어서 있는 시장 논리가 다스리는 현존 체제의 틀을 질문하고, 이 틀 안에 감금돼 있는 삶을 유일한 목표로 생각하는 이 시대를 ‘부정’할 수 있는 삶의 의미 문제에 마주해야 한다. 이 문제를 교육과 연구와 봉사 그 한 가운데로 끌어들이고, 이 모든 것을 떠받쳐주고 이끌어갈 수 있는 중심 가치로 치켜세워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그는 ‘삶의 교육’이 피해갈 수 없는 역사의 도전이라고 강조한다.


경희대가 제35회 UN 제정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해 마련한 Peace BAR Festival 2016 ‘지구문명의 미래: 실존혁명을 향하여’는 현시점에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대학을 둘러싼 안팎의 환경 변화를 기정사실화 한다면, 이 PBF 2016이 던진 새로운 문명의 모색과 대학 교육이라는 고민은 좀 더 음미될 필요가 있다. ‘무늬만 대학’, 주식회사 대학이란 사회적 비판 앞에서 모처럼 대학이 대학다운 고민과 성찰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다양하게 제기된 이날의 논의들은 어떤 형태로든 구체적 결론으로 수렴돼 사회로 다시 환원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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