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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7호 새로나온 책
847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09.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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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고전이 무엇인지일 것이다. 고전 읽기를 교육 모범으로 제시한 퀸틸리아누스의 생각을 소개하겠다. 그에 따르면, 고전이란 다섯 기준을 충족한 책을 말한다. 첫째는 시간의 검증을 견디어낸 책이다. 당대의 취향과 유행을 넘어서는 힘을 가지고 있는 책이라는 소리다. 둘째는 유익해야 한다고 한다. 셋째는 그렇다고 반드시 옛날 책일 필요는 없다고 한다. 넷째는 탁월함이다. 최고의 시인, 연설가, 역사가, 철학자를 읽는 것이 좋다고 한다. 마지막은 표현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한다. 말이 때로는 인품을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고, 말이 때로는 능력을 발휘케 하는 수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월회·안재원, 『고전의 힘』(현암사, 2016.8) 중에서

 

 

■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 2, 김윤식 지음, 그린비, 324쪽, 23,000원
‘라이벌 의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국 근대문학사의 주요 장면을 포착하고 그 흐름을 읽어 내는 책으로, 지난 2013년 출간된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 1』 이후 3년 만의 속편이다. 이번 책에서는 일제 강점기에서 시작해 6·25전쟁을 거쳐 1980년대까지 다소 폭이 넓은 시기를 다룬다. 예컨대 구보와 이상, 이태준과 정지용, 김동리와 조연현, 이런 식으로 접근했다. 또한 지난 1권과 마찬가지로 문인들 간의 라이벌 의식은 물론, 한 작품 속 등장인물 간의 라이벌 의식과 한 작가 내부의 장르상의 라이벌 의식까지 다뤄 한국 근대문학사의 풍부하고 생생한 장면을 면밀히 포착한다. 면밀한 자료 조사와 풍부하게 곁들인 예문, 날카로운 분석으로 가득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한국 근대문학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음은 물론 농축된 한국의 지성사까지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변혁적 중도론, 정현곤 엮음, 백낙청 외 지음, 창비, 336쪽, 12,000원
‘창비담론총서’의 다섯 번째 책. 창비담론총서는 2000년대 이후 창비가 본격적으로 제기해온 ‘이중과제론’, ‘87년체제론’, ‘신자유주의 대안론’, ‘세계문학론’ 등 비판적 담론들을 단행본으로 묶어낸 시리즈로, 각계 전문가들이 실사구시의 자세로 당대 우리 실정에 맞는 이론과 주체적인 시야를 확보하고자 애써온 산물이다. 한국사회 변혁의 운동노선이자 실천전략으로서 변혁적 중도론의 개념과 현시점에서의 실천과제를 제시하는 서장, 변혁적 중도론의 이론적 기반인 분단체제론에 대한 이해와 변혁적 중도의 관계를 정리한 제1부 ‘분단체제와 변혁적 중도론의 제기’, 분단체제론을 역사성, 체제론, 남북관계, 경제권 등으로 나눠 고찰한 제2부 ‘분단체제론의 지평’, 변혁전략, 사회운동, 현실정치, 새로운 운동주체의 구상 등 변혁적 중도론의 현실적합성을 탐색한 제3부 ‘변혁적 중도주의의 실천’으로 구성했다.   

 

■ 오동나무 아래에서 역사를 기록하다(梧下記聞): 황현이 본 동학농민전쟁, 현 지음, 김종익 옮김, 672쪽, 28,000원
『오하기문』과 『매천야록』은 매천 황현의 대표적인 역사서로 꼽힌다. 두 권 모두 황현 자신의 당대 역사를 편년체 서술 방식인 연월일별로 정리하면서, 날카로운 비평을 서슴지 않고 써 내려간,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은 저작이다. 『매천야록』에 비해 『오하기문』은 1994년 역사비평사에서 펴낸 『번역 오하기문』이 유일한 한글판으로 있을 뿐이었는데, 그마저도 절판된 상황이라 헌책방에서나 어렵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번에 펴낸 책은 『번역 오하기문』과 원저가 같다. 그러나 동일한 역자가 똑같은 원저를 번역했다고 해서 1994년의 개정판이라고 부를 수 없다. 이 책은 완전히 새로운 梧下記聞이다.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펴낸 1994년판은 직역에 가깝고, 전문가가 아니라면 쉽게 읽어내지 못하는 문장이 많은 편이었다. 이번 책은 방대한 고사는 물론이고 고어나 고지명, 고문헌 등을 일일이 고증해내고, 어려운 한자어는 쉬운 우리말 문장으로 풀어 쓰면서 ‘잘 읽히는 글’로 완전히 새롭게 번역했다.

 

■ 이광수, 일본을 만나다, 하타노 세츠코지음, 최주한 옮김, 푸른역사, 332쪽, 15,000원
역사적 인간 4권. 일본어 번역서 『무정』(2005)을 비롯해 『무정을 읽는다』(2008), 『일본 유학생 작가 연구』(2012), 『이광수의 이언어 창작에 관한 연구』에 이르기까지 이광수 연구에 집중해온 니가타현립대학의 명예교수 하타노 세츠코의 연구 성과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광수 평전이다. 저자는 자료에 기초해 그간 묻히거나 망각됐던 역사적 맥락을 최대한 복원하면서 ‘일본’과의 관계 속에서 이광수의 삶과 문학이 놓인 자리를 꼼꼼하게 추적한다. 그 결과 이 책은 이광수를 평가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광수가 ‘친일 인사인가 탁월한 문학가인가’라는 역사적 평가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다. 그저 그의 문학을, 그의 삶을 펼쳐 보이면서 이광수를 있는 그대로 되살린다. 이광수는 ‘힘’에 매몰돼 있었다. ‘일본’은 그러한 ‘힘’을 현실 세계에 구현한 현실태였다. 이광수에 대한 이해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 재난 불평등: 왜 재난은 가난한 이들에게만 가혹할까, 존 C. 머터 지음, 장상미 옮김, 동녘, 330쪽, 16,800원
재난을 자연과학자의 시선으로만 보고 연구해 오던 지진학자가 재난과 전후 상황을 사회현상으로 보기 시작하며, 왜 자연과학적으로는 유사하거나 동일한 규모의 재난이 어디에서 언제 일어나느냐에 따라 다른 크기의 피해로 이어지는지, 왜 같은 수준의 피해를 입어도 어떤 사회는 재건하는 데 1년이 채 안 걸리고 어떤 사회는 재기할 수 없을 만큼 무너지는지를 비교관찰해 쓴 책이다. 잘 알려진 아이티 지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뉴올리언스 허리케인, 미얀마 사이클론 등을 1차적으로 자연과학의 관점, 2차적으로 사회과학의 관점으로 비교분석해 자연재해라는 자연현상이 어떻게 사회 문제가 되는지를 밝혀냈다. 재난은 자연이 처음 타격을 가하는 무시무시한 몇 분 또는 몇 시간 동안에만 자연적이다. 재난 이전과 이후의 상황은 순전히 사회적이다. 저자는 학문간 연대를 구축하는 데서부터 재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책의 결론을 맺는다.

 

■ 투트랙 민주주의(전2권), 조희연 지음, 서강대출판부, 1권 549쪽, 32,000원/2권 541쪽, 31,000원
서강학술총서 86권. 저자는 한국 정치사회학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정당 중심의 민주주의론을 선도적으로 전개해 온 최장집 교수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투트랙 민주주의론’을 개진하고 있다. 저자는 일종의 ‘한국 정치사회학의 누적적 발전’이라는 점에서,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와 그의 일련의 저작들을 중요한 출발점으로 삼고, 그것을 뛰어넘는 ‘한국적’ 민주주의론을 정립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좌파 반신자유주의론을 전개해 온 손호철 교수의 논의 속에서는 정치의 공간이 없다는 취지에서, ‘급진적 정치주의’ 혹은 진보적 정치주의의 입장에 서고 있다. 이렇듯 최장집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출발점으로 하면서 손호철에 대한 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저자 나름의 투트랙민주주의 프레임을 만들고 그에 따라 한국현대 민주주의의 부침을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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