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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6호 새로나온 책
846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09.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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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자유주의를 주창하게 된 롤즈는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중첩적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정치적 정의관으로 새로이 제시한다. 『정의론』과 비교해 볼 때 정치적 정의관의 지위를 갖는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내용 면에서 약간의 변화와 함께, 특히 정의의 두 원칙을 도출하는 논증의 조직 방식에서 수정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롤즈는 『정의론』에서 복지국가 자본주의와 재산 소유 민주주의의 차이를 강조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복지국가 자본주의가 아니라 재산 소유 민주주의가 정의의 두 원칙을 만족시키는 체제임을 분명히 밝힌다. 그리고 그가 정치적 자유주의 관념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던 질서 정연한 사회의 안정성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공정으로서의 정의: 재서술』, 존 롤스·에린 켈리 지음, 김주휘 옮김, 이학사, 366쪽, 22,000원

 

■ 노동시장의 유연성-안정성 균형을 위한 실험: 유럽연합의 유연안정성 모델과 비정규직 지침, 조돈문 지음, 후마니타스, 484쪽, 25,000원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노동문제의 핵심이 노동시장의 문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한쪽에서는 한국의 노동시장이 여전히 경직돼 있으므로 더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하고, 또 한쪽에서는 지나치게 유연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유연성과 안정성을 이루기 위해 오래전부터 노력해 온 유럽연합, 그리고 회원국들의 경험을 통해 다양한 성공과 한계의 교훈을 살펴봄으로써 한국의 현실을 돌아보고 있다. 유럽연합은 영미형 자유 시장경제 모델의 탈규제 유연화 전략에 대한 정책 대안으로, 유연 안정성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유연 안정성 모델은 노동력 활용 유연성에 대한 자본의 요구와, 소득 및 고용 안정성에 대한 노동의 요구를 동시에 구현함으로써, 노동시장의 효율적인 작동뿐만 아니라 생산성의 향상과 경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 간의 균형을 이루고자 추진한 유럽연합의 실험을 연구하고 있다.

 

■ 서울과 교토의 1만년: 교토를 통해 본 한일 관계사, 정재정 지음, 을유문화사, 504쪽, 18,000원
교토를 중심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일 관계사와 일본의 역사를 살펴본 책이다. 천 년 넘게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는 곳곳에 유적과 유물이 있는,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다. 선진 문물을 일본에 전파한 도래인(이주민)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고,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대대적인 개조를 단행했던 곳이며, 윤동주와 정지용 등 우리 유학생들의 애환이 어린 곳이다. 또한 일제강점기에 노동자로 동원된 뒤 일본에 잔류한 재일동포 집단 거주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한일관계사의 권위자인 정재정 교수가 교토의 곳곳을 다니며 이러한 역사의 현장을 더듬은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본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고 그곳 학자들과 교류하며 한일 관계사를 연구한 저자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사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 준다.   

 

■ 스티븐 와인버그의 세상을 설명하는 과학, 스티븐 와인버그 지음, 이강환 옮김, 시공사, 496쪽, 22,000원
이 책이 논란이 된 것은 기존의 과학사 책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관점 때문이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서 “현대의 역사학자들이 가장 위험하게 여기고 피하는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하고는, 과거 자연철학자들의 이론이나 연구 방식을 현재의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선언한다. 실제로 위대한 학자들을 서슴없이 비판하고, 왜 그들의 이론이 틀렸는지를 조목조목 짚어내는 모습까지 보인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는 다소 부주의하고 바보 같은 구석이 있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컬트에 가까웠고, 데카르트는 과대평가됐으며 플라톤의 업적도 과장됐다. 그러나 저자가 선대 학자들의 업적을 폄훼하려는 목적으로 이런 관점을 취한 것은 아니다. 과학사적 맥락에서 과거 자연철학자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현대 과학자의 시각으로 보더라도 그들이 했던 연구가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는지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 철학으로서의 철학사: 존재에 관한 인간 사유의 역사, 훌리안 마리아스 지음, 강유원·박수민 옮김, 유유, 802쪽, 47,000원
철학사가이자 교육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훌리안 마리아스의 이 책은 1941년에 처음 출간됐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유럽에서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제1차 세계대전 이래 유럽에서 등장한 최고의 기본 철학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에스파냐어본은 30쇄 이상을 거듭하며 읽혔으며, 마리아스의 감수 아래 1967년에 처음 번역된 영어본은 영미권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철학사 수업을 위한 텍스트로서, 일반인에게는 다소 어렵지만 제대로 된 입문서로서 현재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 이 책이 이렇게 많은 독자들에게 읽힐 수 있는 이유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서구 철학사를 온전하고 충실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정통 철학의 문제의식과 개념들을 근간으로 철학 이론들을 서술함으로써, 철학사의 주요 테제들을 연결하는 끈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 한국현대생활문화사(전4권), 김종엽·김성보 외 지음, 창비, 1,228쪽, 66,000원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4권의 책으로 펴내는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시리즈. 오늘날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한국현대사를 바라볼 새로운 렌즈를 제시한다. 정치적 격변과 세계사적 혼란 속에서도 꿋꿋하게 삶을 이어온 우리들의 부모님, 삼촌·이모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적어도 1950년대부터 1980대까지의 당대를 직접 겪은 이들의 역사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 생활문화의 주요한 변화상도 2~3개의 장으로 비중 있게 다루어 남과 북을 함께 살펴볼 수 있게 했다. ‘한국현대 생활문화사’는 현대사를 단지 지난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시대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당대사’로서 주목한다. 당대의 여러 생활문화사적 변화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오늘날까지 우리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과거의 흔적을 실감나게 재현해냈다.

 

■ 홍훈 교수의 행동경제학강의, 홍훈 지음, 서해문집, 415쪽, 19,500원
행동경제학은 주류경제학이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인간을 전제하는 것에 비해, 실질적인 인간의 행동만을 주요 대상으로 삼는다. 인간이 지닌 합리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사회적, 인지적, 감정적 이유와 편향으로 일어나는 심리학적 현상 등으로 인해 다양한 결과들이 일어나며 그것들은 간혹 비합리적이기도 하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인간의 행위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이 많아지면서 행동경제학에 대한 수요는 여러 군데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 책은 경제학의 관점을 시종 견지하면서, 행동경제학을 본격적으로 소개했다. 특히 산만하게 등장하는 행동경제학의 여러 개념과 주장들 사이에 가능한 한 체계성을 부여하고 연결고리를 찾으려고 노력했으며, 나아가 다른 학파들과의 비교를 통해 행동경제학이 생소하거나 고립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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