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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적 비관을 넘어서 시대의 화두를 읽다
디스토피아적 비관을 넘어서 시대의 화두를 읽다
  •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 승인 2016.09.06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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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56.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김재호·이경준 공저, 제이펍, 2016)

 

디지털 생명체가 진화하며, 인간을대체한다. 동거는 인간과 로봇의
공생을, 모방은 로봇 공학의 난제를 생체공학으로 해결한다.

인공지능이 어느새 유령처럼 시대의 화두가 됐다. 이제 인공지능을 빼고 과학기술을 논할 수 없으며, R&D는 지능형 로봇으로 무게 중심이 넘어가고 있다. 물론,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이 점화선 역할을 했다. 인공지능은 그 기술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자들의 오래된 염원이기도 하다.
정부에선 기업과 연동해 수천 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호들갑이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투자가 진행되고 있었고, 단기적 처방만으로 절대 따라갈 수 없는 분야가 인공지능이다. 한국은 1978년 현대자동차 공장에 용접로봇이 도입되면서 로봇산업이 발전해왔다. 2009년 제1차 지능형 로봇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해외에선 ‘지보’나 ‘페퍼’ 등 소셜로봇이 우리의 일상에 슬며시 파고들었다. 특히 최근 로봇시장은 무인화가 대세다. 자율적 판단이 가능해지면서부터다. 또한 박스터(BAXTER)와 같이 협업가능한 로봇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교육용 로봇과 클라우드 로봇, 웨어러블 로봇 등도 인기를 끈다. 보스턴컨설팅의 ‘로봇 혁명’ 보고서(2015년 9월)에 따르면 한국은 고령화에 따라 로봇도입에 따른 노동비용 절감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일할 사람이 없으니 로봇이라도 나서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로봇도입의 패턴은 매우 적극적이다.

공저자 중 한 명인 필자는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제이펍, 2016.8)를 통해 과연 인공지능이란 무엇인지, 로봇과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인공지능이 변화시키고 있는 우리의 삶의 모습은 어떠한 것인지 고민했다. 특히 강한 인공지능이 나타나 인류의 삶을 위협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비관과, 인간의 일자리를 송두리째 뺏어갈 것이라는 우려들을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공저자의 경험을 살려 과학커뮤니케이션과 로봇산업, 소프트웨어산업의 관점에서 서술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유혹한다”는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선 인류의 꿈이 무엇인지 고찰해봐야 한다. 인류의 숙원은 두 가지다. 레오나르드 다빈치는 『코덱스 아틀란티쿠스』에서 수백점의 기계·로봇의 스케치와 설계도를 그렸다. 또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탈로스 청동거인을 통해 알 수 있듯 인간의 기계적 본능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그러한 꿈은 첫째,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계산가능성과, 둘째, 일을 알아서 처리해줄 자동화로 집약된다. 그 결과가 바로 인공지능 로봇(지능형 대리인)이다. 인간의 인공지능화는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특히 기계는 인간으로, 인간은 기계로 수렴될 전망이다.

인류의 오래된 꿈과 인공지능
과연 인공지능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인공지능을 직접 만나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인공지능을 소프트웨어 로봇으로 규정한다. 소프트웨어 로봇은 로봇 형태의 가상체이다. 지능형 로봇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구현되며, 인공지능의 대표적인 플랫폼이 로봇이다. 소프트웨어는 인공지능의 또 다른 이름이며, 로봇의 소프트웨어화, 소프트웨어의 로봇화가 가속화하는 시대다. 앞으로 로봇이 바로 소프트웨어이고, 소프트웨어가 로봇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모두의 관심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호기심(창의성)을 준다는 점에 달려 있다. 인공지능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떠한 자율적 판단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인공지능은 인류를 유혹하는 새로운 창조물이다. 인공지능의 자율적 판단은 예를 들면 이러한 질문을 가능하다. “섹스로봇이 머신 러닝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MS에서 만든 인공지능 챗봇 테이(Tay)는 욕설, 인종, 성차별 등 온갖 안 좋은 것들을 배우고 내뱉었다. 모든 자율적 판단은 스스로의 호기심 때문인지 대부분 나쁜 짓(?)으로부터 시작한다. 인터넷을 보라. 지금도 가장 많은 트래픽을 올리는 사이트는 포르노 관련 웹주소이다. 반면, 정 반대로 인공지능이 좋은 판단을 하리라는 작은 기대도 가질 수 있다. 한편, 차가운 금속성이 가진 매혹적인 측면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인공지능이 어떤 판단을 내리든 인류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은 기정사실이다. 특히 미래의 일자리들에 가장 큰 변화가 발생한다. 이미 여러 보고서 등에서 텔레마케터나 금융맨들의 직업이 위협받고 있다고 하니, 새삼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스스로 알고리즘을 짜고 컴퓨터가 가진 시각과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다보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베타테스터의 역할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인공지능을 탄생시킨 개발자들이 일자리의 위협을 느낀다고 하니 기가 막힌 일이다. 로봇을 만들어낸 로봇공학자들의 일자리도 더 유능한 인공지능에 의해서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

인공지능, 과연 어떤 자율적 판단할까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에선 진화부터 습득까지 8가지 테마로 접근했다. 우선 진화다. 디지털 생명체가 진화하며, 인간을 대체한다. 동거는 인간과 로봇의 공생을, 모방은 로봇 공학의 난제를 생체공학으로 해결하는 지점을 짚어낸다. 극복은 로봇의 활용성에 초점을 맞추었고, 위협은 그러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목격은 상상과 실현의 관점에서 인공지능의 미래를, 유혹은 로맨틱, 에로틱 로봇과 일자리 위협, 로봇과 소프트웨어가 만나는 단계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습득은 꿈을 꾸는 동안 스스로 학습하며 경험의 도서관을 짓는 로봇을 소개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을 고민하다보니, 과연 인간성이란 무엇인지,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다. 필자는 출판 기념 강연회를 지난달 26일 교보문고 배움홀에서 진행했다. 이날 ‘인간은 인간답게, 인공지능도 인간답게’라는 표현을 썼다. 인간답다는 것은 열등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한다. 그 열등감이란 부끄러움과 질투심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완벽한 인공지능에 열등감을 가진다. 인류가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간이 편견과 흠집을 갖고 있는 로봇에 더욱 끌린다는 사실은 이러한 점을 뒷받침 한다. 반면, 인공지능 로봇은 인류의 육체성과 감성을 질투할 것이다.

강연회에 나온 질문 중 ‘인공지능이 벌이는 사회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가 있었다. 그동안 과학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앞으론 인공지능 격차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소프트웨어와 로봇에 대한 교육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인공지능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자와 이해하지 못하는 자가 또 다른 이름의 사회적 격차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강연회 말미에 인공지능 다음은 무엇일지 같이 고민해봤다. 필자가 제시한 건 ‘불멸’이다. 스스로 판단하는 인공지능의 창조 뒤에 인류가 극복해야 할 것은 죽음을 늦추는 일이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지난 육체의 한계성을 벗어나는 일이다.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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