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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노조, 대학재정지원사업 ‘혁신적 대전환’ 요구
교수노조, 대학재정지원사업 ‘혁신적 대전환’ 요구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6.09.05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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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학 수석부위원장 “취업중심 대학개혁, 전문대-일반대 정체성 혼란 자초했다”

“정부의 대학정책과 재정지원방식의 혁신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방식은 대학의 수를 줄이고 정원을 줄이는 구조조정, 인력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단기 특수목적 재정지원사업과 연계시킨 대학평가가 대학서열을 가중시키면서 대학과 고등교육을 부실화 시킨 ‘고비용 부실화 정책’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일부에선 우리 대학을 ‘영혼을 잃은 대학’ ‘취업기관으로 전락한 대학’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홍성학 교수노조 수석부위원장)

사회변화는 거대한 태풍을 몰고 오는데 대학은 좌표를 잃고 헤매고 있다. 대학 안팎에선 정부의 취업중심 대학구조조정정책에 대한 책임론과 더불어 대학과 교수들의 무기력함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이 같은 비판은 전국교수노동조합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지난 2일 국회의원관에서 개최한 토론회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이대로 괜찮은가’에서 쏟아졌다.

이날 홍성학 교수노조 수석부위원장(충북보건과학대)은 주제발표 ‘박근혜정부 대학 재정지원사업의 실태와 과제’를 통해 정체성 없는 대학평가와 재정지원사업, 대학 입학정원 감축의 문제점 등을 요목조목 비판했다. 홍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정부부터 시행되고 있는 대학평가와 연계한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취업률 중심의 대학정책이 일반대학(4년제)과 전문대학 간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지방대를 고사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수석부위원장은 “이명박정부에서 대학평가 지표에 취업률과 재학생충원율 비중을 높게 두어 일반대학들은 전문대학의 영역을 침범하고 정체성을 상실하게 됐다”며 “교육의 질 평가와 관련된 전임교원 확보율, 학사관리, 교육비 환원율 지표 등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던 탓에 두 유형의 대학 모두 정체성을 상실하게 됐고, 단지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 서열화만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취업률과 재학생충원률은 2013학년도 기준, 대학평가 배점 비중이 각각 20%, 30%로 당락을 결정짓는 지표로 활용됐다. 이후 취업률 등 평가지표는 일부 하향 조정됐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등급제(A~E)’로 바뀌면서 다시 수도권·대학서열 집중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는 게 대학교육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정성평가 비중을 크게 높이고, 특성화에 기반해 개별 지원토록 재정지원사업 배분방식을 바꾸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 교육목표가 혼재된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없다면 대규모 대학 몰아주기식 개혁이 될 공산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서도 홍 수석부위원장은 “평가지표에 따른 재정지원사업의 경우 그 동안 전문대학 등 고등직업교육기관의 교육목표이자 기능이었던 ‘산학협력’ ‘취업교육지원’ ‘평생교육 활성화’를 일반대학에도 동일하게 적용해 정체성을 혼란시켰다”며 “(이명박정부 당시) 일반대학에서는 교과부는 대학을 이공계 취직을 위한 취업준비학원으로 만드는 것이 대학발전인 줄 믿고 있었다. 특성화를 말하지만 기존의 연구·교육중심대학의 특성화 구조조차 해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회맞춤형 교육’이라는 정책기조 역시 산업수요에 맞는 전문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가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정부와 제도는 조금씩 바뀌었지만, 대학교육의 중심을 ‘전문가 양성’에 두고 있는 탓에 대학유형 간 교육목표와 커리큘럼이 유사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대학평가로 대학에 등급이 매겨지고, 등급에 따라 정원 감축과 재정지원 규모가 달라지면 대학은 교육의 질적 개선보다 지표 개선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장시기 동국대 교수(영어영문학부)는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선지원 후평가’로 시행하는 등 ‘교육제도학개혁’으로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국가 고등교육정책은 국가 관료주의나 경제산업 중심의 지식과 교육사업 중심으로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공성과 교육·학문의 자율성을 토대로 한 ‘선지원 후평가’의 교육과 학문정책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지원 후평가’에 관해서는 “각 대학들의 학문적 성과와 교수충원률 등 지식생산에 관한 것뿐 아니라 학내 민주화를 통한 교수, 학생, 교직원들의 소통 활성화와 지역사회 공공성 역할에 토대를 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교수와 함께 토론자로 나선 오동석 아주대 교수(민주주의법학연구회장)도 1973년의 한 판결문을 인용하면서 “대학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은 학문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 국가의 입맛에 맞게 돈으로 대학을 길들여서는 안 된다. 국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며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할 근거를 제시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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