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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적 행위자로 전락한 규범 … 제3윤리의 가능성 구상 가능하다"
수동적 행위자로 전락한 규범 … 제3윤리의 가능성 구상 가능하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8.22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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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안과 밖 시즌3 윤리_ 24강. 황경식 서울대 명예교수의 ‘예절, 도덕, 법: 법치사회와 예치국가’

우리는 의무의 윤리와 덕의 윤리 간에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두 가지 유형의 윤리가 상호 보완하는 가운데 우리의 도덕적 상상력과 창의성을 수용하면서도 규칙에 기반한 의무윤리가 갖는 현실성도 차용할 수 있는 바, 제3윤리의 가능성을 구상할 기회를 선용해야 할 것이다. 보다 명시적이고 최소주의적인 의무의 윤리를 기반으로 그것이 갖는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덕의 윤리를 부분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의무윤리와 덕의 윤리가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도덕 공동체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아야 할 것이다. 두 윤리간의 상호 보완은 또한 윤리학의 과제인 정당화의 과제와 동기화의 과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앞서 제시했던 덕치와 법치의 사잇길로서 사람다운 삶을 가능하게 할 禮治의 길을 모색해 보는 일도 고심해 볼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지난 13일(토) 문화의 안과 밖 시즌3 ‘윤리와 인간의 삶’ 4섹션 ‘사회와 윤리’ 일곱 번째 강연자로 나선 황경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예절, 도덕, 법 : 법치사회와 예치국가’를 주제로 강연을 소화했다.

황경식 명예교수는 “오늘날 규범은 사회구조가 복잡화, 다원화 됨에 따라 도덕적 미결정성으로 인해 보다 명시적이고 최소화된 형태로 발전하게 되고 그 결과가 바로 규칙의 윤리, 의무의 윤리로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 명예교수에 따르면, 의무윤리가 윤리학에 큰 진전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긴 하나 지나치게 의무라는 개념에 집착함으로써 과거 우리가 기대했던 주요한 가치나 도덕 경험의 다양성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윤리설이 지나치게 의무적 행위에만 집착하다 보면 도덕적 행위나 도덕 경험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과도하게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전통적인 덕의 윤리에 있어서 군자는 통상적인 상황에서 정해진 규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일보다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새로운 규칙을 구상하고 형성하는 보다 창의적인 측면에서 그 역량을 발휘했다”면서 “오늘날 규범은 도덕적 상상력이나 창의성 차원의 예술가적 모형을 배제하고 준법적인 법률가적 모형에 경도돼 의무라는 형식에 기계적으로 따르는 수동적 행위자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황 명예교수는 “도덕이나 윤리는 결국 실천이나 실행을 목표로 한다”면서 “아리스토텔레스도 반복적인 도덕 교육을 통해 자제심과 의지를 강화하여 실행의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고 공자도 『논어』 서두에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며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내면화, 자기화된 실행 역량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황 명예교수는 ‘제3 윤리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의무의 윤리와 덕의 윤리 간에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면서 “오히려 두 가지 유형의 윤리가 상호 보완하는 가운데 도덕적 상상력과 창의성을 수용하면서도 규칙에 기반한 의무윤리가 갖는 현실성도 차용할 수 있는 바, 제3윤리의 가능성을 구상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 그는 “의무윤리와 덕윤리의 상호보완은 윤리학의 과제인 정당화의 과제와 동기화의 과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덕치와 법치의 사잇길로서 사람다운 삶을 가능하게 할 예치의 길을 모색해 보는 일도 고심해 볼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윤리와 인간의 삶’ 4섹션 ‘사회와 윤리’는 박은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법과 윤리’(8월 20일), 사회학자 정수복의 ‘조직, 윤리, 규범’(8월 27일), 장하성 고려대 교수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9월 3일) 강연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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