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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은 그 자체로 훌륭한 텍스트”
“예술작품은 그 자체로 훌륭한 텍스트”
  • 김경미 계명대 교수·서양미술사
  • 승인 2016.08.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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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교양교육이다 ④ 인문예술융합교육과 자기계발

한국교양교육학회·전국대학교양교육협의회·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 함께하는 기획연재 ‘다시 교양교육이다’의 네 번째 주제는 ‘인문예술융합교육과 자기계발’이다. 김경미 계명대 교수가 「인문예술융합 교과목을 통한 자기계발 가능성에 대한 모색」을 통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융합교육’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강의실 안에서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양교육에 대한 논의만큼이나 융합교육에 대한 논의도 이제 진부해져가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인재양성이라는 기치 아래 대학에서 융복합, 혹은 융합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제기된 지 벌써 몇 년이 흘렀다. 대학마다 융복합 교과목을 개발해 운영하고 융복합 교육에 관한 연구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최근에 와서는 과학기술 분야와의 결합을 강조하는 시대적 요청을 반영해 ‘융복합’ 보다 ‘융합’이라는 용어가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융합교육의 목표는 융합지식의 전수가 아니라, 융합적 사고 능력의 배양에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융합 교육의 필요성은 ‘비판적 사고능력, 창의적 사고능력, 사회적 의사소통능력’을 길러주고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사회가 필요로 하는 ‘글로벌 창의형 인재 혹은 지식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다고 보고한다. 융합교육은 “학생 주도로 새로운 접근 시각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므로 융합교육의 주체는 교수가 아니라 학생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부가 공과대학 교육체계를 이론교육 중심에서 실무교육 중심으로 바꾸려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실무 능력 배양은 이제 공과대학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전공학과의 당면과제가 되고 말았다. 융합교육도 이런 시대적 요구를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가? 융합교육의 고유한 의미와 유형, 그리고 방법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할 필요는 없는가? 여기에 더해 바로 얼마 전 인문계열과 예체능계열의 정원을 이공계열로 조정하도록 유도하는 프라임사업이 시작됨으로써 기술혁신 시대가 몰고 온 융합교육의 본질과 방향성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됐다.

대학에서의 인성교육 역시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역량을 계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때 진정한 성과를 이야기할 수 있다. 이른바 인성교육이 지향하는 다양한 덕목들은 인문학이 가지는 공공성의 가치와 그것을 담은 예술작품의 사례로 논의되고 성찰될 수 있다. 인문예술융합교육은 무엇보다 높은 기술력으로 산업사회의 성장을 이룬 우리 사회가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성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인문예술융합교육에 주목할 점은 주요 정책이 바뀔 때 마다, 대학 밖의 환경이 달라질 때마다 대학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대학교육의 본질을 견고하게 유지하며 무엇보다 학생들 스스로의 역량을 창조적으로 계발하게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오늘날 새로운 시대적 요청으로 등장한 인성교육의 주요 덕목들은 그것을 직접적으로 다루거나 혹은 그와 관련된 작품들을 다루며 토론하며 성찰해볼 수 있다. 이것은 인성교육과 관련해 각 대학들이 주로 체험이나 실습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비교과 프로그램들과 달리 강의실에서 이루어지는 학술적인 대안이다. 바람직한 인성교육의 효과는 체험과 실습, 그리고 내면적 성찰을 이끌어낼 수 있는 독서나 그에 준하는 텍스트의 경험이 적절하게 보완돼 이루어질 때 극대화될 것이다. 

다양한 예술작품은 그 자체로 매우 훌륭한 텍스트다. 예를 들어 제리코(Theodore Gericault)의 「메두사의 뗏목」과 게오르그 카이저(Georg Kaiser)의 같은 제목의 드라마 「메두사의 뗏목」으로 재난과 사회적 책임의식, 그리고 민주적 합의가 가지는 폭력성에 대해 재고하며 본질적인 인간다움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현대미술과 인간’ 수업이 끝날 무렵 포스트휴먼 시대의 미술로 신체변형 미술을 다루면서 기계와의 공존이 불가피한 포스트휴먼 시대의 인간의 정체성과 ‘인간다움’의 의미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각종 세균들이 예술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바이오 아트를 목도하며 바이오 미디어의 사용이 윤리적인지, 생물체라는 바이오 미디어의 등장이 예술의 확장인지, 예술의 종말인지에 대해서 물었다. 인성교육의 본질이 ‘인간다움’을 지향하는 것이라면 혼성적 존재가 예고된 포스트 휴먼시대의 예술작품들을 놓고 인간다움을 교수와 학생이 함께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학술적인 인성교육의 사례가 아니겠는가.    

이처럼 인문예술융합교육은 수업 과정에서 학생들 스스로가 발전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수업에서 얻을 수 있는 자기계발과 관련된 내용들 중에는 인성교육의 궁극적 목표들, 즉 자기정체성 찾기, 사회적 책임의식 함양, 감수성과 공감능력, 다문화 감수성 등 ‘나-사회-세계’와 같이 단계적으로 확장되는 개념들이 포함된다. 계명대학의 동산도서관 입구의 ‘BONUS INTRA MELIOR EXI(좋은 사람으로 들어와 더 좋은 사람으로 나가자)’가 바로 인성교육의 궁극적 목표이자 인문예술융합교육의 성과가 아닐까 한다.

한편 인문예술융합교육이 지향하는 융합적 사고의 창출과 문제해결 능력 함양을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많이 남아 있다. 인문예술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해 현실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김경미 계명대 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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