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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도까도 매운내는 끝이 없어라
까도까도 매운내는 끝이 없어라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 생물학
  • 승인 2016.08.2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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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61. 양파
▲ 양파.                                                                                      사진출처=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양파(洋-, common onion/bulb onion)는 일반생물학실험에서 반드시 만나야한다. 양파조직은 다른 식물에 비해 세포가 퍽이나 커서 저배율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식물세포구조와 현미경(microscope)사용법을 배울 때 꼭 쓰인다. 야들야들한 얇은 양파 속껍질을 벗겨 아세토카민(acetocarmine)으로 염색해 자세히 살핀다. 또 양파를 물에 담아 뿌리가 내리면 뿌리 끝의 生長點(growing point)에서 여러 단계의 체세포분열을 관찰한다. 한데, 보여야 할 세포는 보이질 않고 눈썹만 어른거리던 때를 기억하는 이도 있을 터다.

동물세포는 이쑤시개나 면봉으로 자기의 입천장세포(口腔上皮)를 문질러 받침유리에 비비고 메틸렌블루(methylene blue)로 염색해 관찰하는데 이들 염색액은 죄다 핵(염색체)을 물들이기 위해 쓴다. 필자도 대학일반생물실험시간에 평생에 처음 나의 세포를 보고는 아연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실은 우리가 칫솔질을 하거나 입가심(gargling)할 때도 수많은 산세포가 떨어져 나간다. 그래서 범인의 침에도 산세포가 묻어있기에 가져다 DNA검사에 쓴다.

섹스피어가 말했다는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이니라(Frailty, thy name is woman)”란 문장을 멋모르고 고등학교 때 달달 외웠다. 섹스피어 양반아, 뭘 몰라도 한참 모르시는군요. 요새 여자들은 고래심줄보다 검질기고 감사납다는 것을! 그리고 여자는 변덕이 심하다 하여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Woman is as fickle as a reed)”고 했지. 요즈음에 ‘양파 같은 여자’란 말이 유행이다. 양파는 비늘조각으로 켜켜이 에워싸인 탓에 벗기고 또 벗겨도 새것이 나온다. 때문에 자꾸 다른 모습을 보여서 속심을 알 수 없거나 끊임없이 뭔가를 무척 요구하는 버거운 여인을 일컫는다.

양파(Allium cepa)는 외떡잎식물, 나리과(百合科)의 두해살이식물이다. 양파를 북한어론 ‘둥글파’라 하고, 일본어로 ‘다마네기(たまねぎ)’인데 아직도 일본말을 하는 노인들이 더러 있다. 확실치 않으나 양파원산지는 서아시아나 지중해연안일 것으로 추측하나 아직 원산지를 가늠하는 야생종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가 식용하는 양파는 뿌리가 아닌 비늘줄기(鱗莖, bulb)로 줄기가 살이 찌고 뚱뚱해져 둥근 덩어리꼴을 한다. 구릿빛이 도는 노란색겉껍질은 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하고, 바삭바삭 잘 부스러진다. 키는 15~45cm로 진녹색인 잎은 속이 빈 원기둥모양이고, 꽃이 필 무렵이면 시나브로 말라 버린다.

꽃은 9월에 흰색으로 피고, 꽃줄기(花莖) 끝에 여러 개의 꽃이 공처럼 둥그렇게 달리며, 하나의 꽃에는 수술은 6개, 암술은 1개다. 면이 고르지 못 양파씨앗은 새까만 것이 지름이 2~3mm로 천생 대파 씨를 닮았다. 수확은 장마직전에 하고, 2~3일을 밭에서 자연 건조시키며, 바람이 잘 통하는 얼금얼금한 양파망에 담아둔다.

양파에서는 자극적인 냄새와 매운맛이 난다. 양파를 한껏 조심해서 벗기거나 썰어도 어느새 눈이 매워지면서 눈물이 나니 이는 황을 포함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눈의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는 딴 식물이 그렇듯이 양파가 자기를 공격하는 곤충을 물리치려고 풍기는 냄새다.

양파세포가 다치는 순간 알리이나아제(alliinase) 효소를 분비해 아미노산인 술폭시드(amino acid sulfoxide)를 파괴하면서 술펜산(sulfenic acid)을 내고, 잇따라 술펜산이 다른 효소촉매로 결국 ‘syn-propanethial-S-oxide’라는 휘발성물질로 변한다. 해서 바로 이 휘발성가스가 공기를 타고 단박에 눈에 닿아 반응하니 이것을 씻어내려고 주체 못하고 눈물이 흐른다.

흐르는 물이나 물속에다 양파를 담그고 칼질하거나 까면 이 자극성 가스가 물에 녹아버려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그리고 양파를 익히면 매운맛이나 냄새가 사라진다. 또한 사람에 따라 양파손질 뒤에 금세 알레르기반응(allergic reactions)을 일으켜 피부염·가려움증(搔?症)·비염·천식·발한에 눈까지 흐릿하게 몽롱해지기도 한다.

양파에는 대략 △물 89% △당 4% △단백질 1% △식이섬유 2% △지방 0.1%와 각종 비타민과 칼슘·인산 등의 무기질과 식물화학물질(phytochemical)들이 들었다. 본래 양파에는 포도당을 비롯한 다양한 당이 3~4% 정도 들어있어서 양파 끓인 국물이 향긋하면서 달착지근하다.

양파는 식용 말고도 몸에 양파 즙을 발라 나방이를 쫓고, 벌레에 물리는 것을 예방함은 물론이고 양파 밭에는 좀처럼 곤충이나 두더지가 얼씬거리지도 못한다고 한다. 또 머리에 바르면 머리카락이 잘 자라고, 얼굴에 문지르면 주름이 금세 없어진다고 한다. 또 양파로 유리나 구리그릇을 닦으면 윤이 나고, 쇠의 녹슮을 막는데 딱 좋다한다.

성인병을 예방한다는 양파는 날로 먹기도 하지만 양파수프나 카레라이스의 재료로 쓰일뿐더러 육류나 생선냄새를 없애는 데 넣는다. 또 국물을 내거나 샐러드나 여러 요리에 양념으로 곁들이고, 피클·양파즙·양파링튀김 따위의 감도 된다. 우리나라는 양파 소비가 많아 세계 10대 양파 생산국가 중에서 7번째라 한다. 가만히 볼라치면 우리 집에도 정녕 양파 없이는 요리가 안 되는 판이라 겉껍질마저도 깡그리 멸치국물 우려내는 데 넣더구나!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 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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