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9:10 (목)
843호 새로나온 책
843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08.16 1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사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물질과 신대륙의 발견, 기술의 발전 등 끊임없는 변화가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왔다.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저자 알레산드로 지로도는 인류의 역사를 바꾼 경제사적 사건 60가지를 선별해 흥미롭게 소개한다. 지금은 망각돼가는, 세계 경제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 사건들로 인해서 문명과 제국의 운명이 뒤바뀌고 역사는 혼돈에 빠지기도 했다. 세계의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또한 현재 우리가 쓰는 물건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사소한 사건과 물건이 일으키는 문명의 파노라마 세계로 저자는 독자를 초대한다. 또한 그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뛰어난 관찰을 재기 넘치는 문장을 통해서 보여준다.
『철이 금보다 비쌌을 때: 충격과 망각의 경제사 이야기』, 알레산드로 지로도 지음, 송기형 옮김, 까치, 342쪽, 18,000원

 

능호집(상·하), 이인상 지음, 박희병 옮김, 돌베개, 상권 594쪽, 하권 548쪽, 각권 40,000원
능호관 이인상은 18세기 초기와 중기에 활동한 문인화가로, 일찍부터 미술사 연구자들에게 주목받아 왔다. 이인상은 뛰어난 화가이면서 동시에 시인이자 산문가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걸출한 문인화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문인이면서 화가’였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에서 18세기의 저명한 화가들인 정선, 심사정, 김홍도와 구별된다. 이인상의 그림에는 여타 화가들과 달리 文氣가 가득하고, 그림의 題畵 또한 높은 운치를 보여준다. 이인상에게 문학과 예술은 ‘둘이면서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둘’인 그런 관계를 이룬다. 상권은 시 작품을 번역한 글을, 하권은 산문 작품을 번역한 글을 수록했다. 아울러 하권에는 1970년대 임창순 선생이 번역한 이인상 간찰을 부록으로 수록했다. 임창순 선생의 번역은 옛날 어투로 되어 있는데, 이런 어투를 접하는 것도 신선한 경험이라 판단해 그 어투를 바꾸지 않고 실었다. 또한 하권에는 별도의 소논문인 「능호관 이인상: 그 인간과 문학」을 수록하여 능호관 이인상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 상위 1%의 독주를 멈추게 하는 법, 로버트 라이시 지음, 안기순 옮김, 김영사, 328쪽, 14,800원
캘리포니아대(버클리)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이른바 ‘경제 내셔널리즘’이 발생하는 근본원인은 직업 안정성이 축소되고 불평등이 확대되는 동시에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줄어들기 때문이며, 그 중심에는 경제와 정부를 장악하는 비중을 점점 더 확대하고 있는 대기업, 거대 은행, 부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와 소득을 독점한 상위 1%와 이러한 현상들이 서로 어떤 관계가 있고 무엇을 예고하는지 비교 분석하고, 자본주의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선택 사항들을 자세하게 살폈다. 1부에서는 시장을 지배하고 시행하는 규칙인 재산, 독점, 계약, 파산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2부에서는 이러한 사회 현상이 부와 소득의 분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분석한다. 3부에서는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해 공정한 새로운 경제 규칙을 만드는 방법과 대기업과 거대 은행, 부자들의 집중된 힘에 맞설 평형추 역할을 할 대항적 세력을 형성하는 법을 제안한다.      

 

■ 비판적 생명철학, 최종덕 지음, 당대, 275쪽, 17,000원
30년이 넘는 시간을 ‘과학과 철학의 만남’에 대한 연구에 매진해 온 저자의 고민이 당도한, ‘생명철학’ 혹은 ‘생명에 대한 철학’에 대한 그간의 생각과 경험을 마름질해 앉힌 결과물이다. 저자가 보기에 과학적 비판이 제한되는 사회는 생명이 죽어가는 사회다. 생명이 죽어가는 사회를 어쩌지 못하고 바라보는 철학의 눈에서 슬픔을 발견한 아도르노는 일찍이 ‘슬픈 학문(traurige Wissenshaft)’이라는 말로 철학의 운명을 표현했다. 바로 지금 우리사회는 자본과 권력의 통제에 의해 과학의 비판이 차단당하고, 철학적 반성이 다만 슬퍼질 뿐인 그러한 상황에 놓여 있다. 저자는 철학이 과학의 개입을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 둘의 길항 관계가 만들어 내는 비판적 사유가 ‘생명철학’이 자리하는 곳이라고 본다. 그의 ‘생명철학’은 자본과 권력이 파괴와 분리, 기만을 통해 노리는 ‘순치된 신체’ ‘순치된 사회’를 거부하고 이에 저항하는 것을 태생적으로 내재하고 있다.

 

■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우리가 외면한 또 하나의 문화사, 저 에커치 지음, 조한욱 옮김, 교유서가, 652쪽, 28,000원
이 책은 인간 역사의 절반을 차지함에도 역사가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했던 산업혁명 이전의 밤에 대해 버지니아공대의 역사학 교수인 저자가 일기나 여행기 등 개인의 기록부터 잡지, 그리고 철학, 인류학 관련 학술연구물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20년 넘게 집필한 역작이다. 밤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과 그것에 대한 방비책, 밤에 사람들을 사로잡는 망상이나 악몽, 밤에 하던 사교행위와 놀이, 불면증 등 밤의 역사와 관련한 흥미로운 서술과 풍부한 도판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은 출간 직후 동서양의 저명한 학자와 언론들로부터 큰 찬사를 받았고, 영국이나 일본 등지에서는 옛 사람들의 잠의 패턴을 분석해 현대인의 숙면 건강과 잠의 미래를 연구하는 데에도 귀중한 자료로 쓰이고 있다. 2008년 『밤의 문화사』(돌베개)로 번역된 책을 일부 수정해 재출간한 것이다. 

 

■ 젊은 과학의 전선: 테크노사이언스와 행위자-연결망의 구축, 브뤼노 라투르 지음, 황희숙 옮김, 아카넷, 532쪽, 31,000원
라투르가 1987년 저술한 책으로 과학과 기술,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련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으며, 이제 과학기술학은 물론 사회과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라투르는 ‘행위자-연결망 이론’ 틀을 본격적으로 정립하고 있는데, 오늘날 이 이론이 과학기술학을 넘어서 사회학, 인류학, 경영학, 심리학 등에도 그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관련 학자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된다. 이 책은 있는 그대로의 과학지식 생산과정을 분석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이것은 과학자들이 어떻게 보다 더 강력한 레토릭을 구사하며, 더욱 더 강고한 요새를 점령하려 애쓰고, 어떻게 이질적인 행위자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크게 확장시키는가에 대한 추적 보고서다. 라투르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아직 굳지 않은, 살아 있는 과학, 즉 젊은 테크노사이언스의 전선에서 벌어지는 현장의 이야기다.

 

■ 태양을 멈춘 사람들: 혁신과 잡종의 과학사, 남영 지음, 궁리, 388쪽, 25,000원
‘혁신과 잡종의 과학사’ 시리즈 첫 책. 지동설 혁명에 대해 집중적으로 쓴 책이다. 역사에서 지동설 혁명을 뺀다면 아마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지동설 혁명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기에, 학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 방법론을 따르고자 했고, 결국 과학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됐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동설 혁명은 과학이 어떻게 시작됐고, 무엇이 과학이며, 과학을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 다양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지동설 혁명의 입문자용 책과 고급 연구서들 사이의 중간 연결고리가 될 만한 내용을 담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