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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생명력 뽐내더니 별명도 많구나
거센 생명력 뽐내더니 별명도 많구나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6.08.16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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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60. 망초·개망초

 

▲ 망초. 사진출처= 블로그 '마왕이의 하루'(http://psy0206.tistory.com/

한낱 하찮은 잡초이름에 한 나라의 흥망성쇠의 역사가 묻어있다면? 國權을 일본에 넘겨준 경술국치(1910년 8월 29일)를 전후해, 전에 없었던 이상야릇한 잡풀이 전국에 퍼지자, ‘나라가 망할 때 돋아난 풀’이라 해 막말로 ‘망국초(亡國草)’, 또는 ‘망초(亡草)’라 불렀다한다. 또 망초와 비스름하나 쪼매하고, 못난 꼬락서니를 마뜩찮게 여겨 ‘개(犬)망초’라 이름 붙여 나라 잃은 서러움과 노여움을 애먼 푸새에다 퍼부었던 것.


망초(Erigeron canadensis/Conyza canadensis)는 국화과의 두해살이식물로 일명 ‘큰망초’ ‘망풀’ ‘잔꽃풀’이라 부르고, 북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원산의 歸化植物이다. 전국의 묵정밭·밭가 주변·길가에 나고, 아시아·유럽·호주 등 온 세상에 널리 自生한다.
그런 외래식물(exotic plant/introduced species)이 붙박이고유종(native species)을 위협할 정도가 되면 이를 침입종(invasive species)이라하고, 그런 점에서 망초도 토종식물을 거덜 내는 공격적인 축에 든다고 하겠다. 망초(Canadian horseweed)가 얼마나 검질기고 드센지 강력한 除草劑(herbicide)인 글리포세이트(glyphosate)에도 저항력(resistance)을 나타낸 첫 잡초로 사람을 딱 질리게 하는 만만찮은 들풀이다.


우리나라 농촌·도시를 가리지 않고 노는 땅(休耕地)에 나는 대표적인 풀이 망초-개망초 群集(community)다. 여름까지는 개망초(Erigeron annuus)가 날치다가 뒤따라 망초가 득세한다. 꽃도 개망초가 먼저 피고, 종모양인 망초 꽃은 개망초보다 작다. 그래서 ‘잔꽃풀’이라 부른다.
망초는 주로 농촌지역에 난다면 개망초는 도시와 농촌 구별없이 분포한다. 망초, 개망초는 모두 개화기에 들어온 아메리카 신귀화식물로 미국에서 철도건설용 침목을 수입해 올 때 함께 묻어왔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한다. 그런데 개화기이전에 이미 귀화한 종을 古歸化植物, 그 이후에 귀화한 종은 新歸化植物로 나눈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망초와 흡사한 2m이상 크는 큰망초(Conyza sumatrensis)와 보다 작은 실망초(Conyza bonariensis)가 이미 한반도전역으로 줄곧 퍼져나가는 중이라 하는데 이 둘은 남미원산이라 한다.
망초는 2년생 식물(biennial plant)로 한겨울 땅바닥(地面)에 납작 붙은 잎이 마치 장미꽃을 닮았다해 로제트형(rosette type)이라 한다. 뿌리에서 난 잎(根生葉)은 월동한 것인데 방석모양으로 퍼져 자라다가 꽃이 필 무렵이면 어느새 감쪽같이 사라지고, 새 줄기에서 난 잎(莖生葉)이 기세 좋게 자라난다. 줄기 아래에 붙는 잎은 크고 넓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점차 작아지고 가늘어진다. 줄기는 곧추서고, 높이 50~150cm로 식물전체에 직각으로 반듯하게 솟은 開出毛(erect hair)들이 보송보송 나있다.


꽃은 頭狀花로 지름이 1cm남짓인데 바깥 가장자리에는 하얀 불임성인 혀 닮은 舌狀花(ray florets)가 뺑 둘러나고, 가운데에는 암수술 모두를 갖는(兩性花) 자잘하고 노란 中心花(대롱꽃,disc florets)가 미어터지게 난다. 덧붙이면 같은 국화과식물인 코스모스(살살이풀) 꽃에서도 8개의 설상화(혀꽃)가 둘레를 에워싸는데 이는 씨를 맺지 못한다. 하지만 나비벌레(蜂蝶)를 불러들인다.
망초열매는 10~11월에 무르익고, 씨앗은 갓털(冠毛)에 실려 멀리멀리 퍼진다. 망초를 보통 ‘Canadian fleabane’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벼룩(flea)에 독(bane)’이 되는 식물이란 뜻으로 실제로 망초가 벼룩을 몰아내는 데(驅除) 효과가 있다한다. 망초를 약으로 쓰고, 초봄에는 잎을 뜯어 데쳐서 나물로 무쳐먹는다.

이어서 개망초의 특성을 조금 보자. 개망초는 망초처럼 북아메리카원산이고, 하얀 설상화가 쭉 둘러나고, 가운데 노랗게 볼록 솟아난 중심화들의 모습이 달걀튀김(부침) 비슷하다해 ‘계란꽃’이라하고, 또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왜풀’이라 하며, 일명 ‘망국초’ ‘개망풀’이라고도 한다. 어린잎은 식용하고, 한방에서 감기·학질·위염·장염·설사 등에 쓴다한다.


개망초(annual fleabane)는 가장 낯익은 야생초로 키 30~50cm 정도인 신귀화식물종이다. 망초는 훤칠하게 곧추선 굵은 줄기와 넓적한 잎을 죽죽 뻗는 실한 풀인 반면에 개망초는 키도 작고, 줄기도 무척 강마르며, 자잘한 잎을 가진 좀팽이로 꽃송이가 크다는 것 빼고는 여러 면에서 망초에 채 대수(적수)가 되지 못 한다. 하지만 이렇듯 천지로 눈부시게 하얀 소금밭처럼 무리지어 핀 아름다운 꽃밭은 가히 장관이다!


개망초는 망초보다 한 보름 넘게 길길이 자라 일찍 꽃피우면서 초여름까지 판을 치다가 망초가 뒤이어 기세를 올리기 시작한다. 망초가 띄엄띄엄 나는 반면에 개망초는 무지무지하게 빽빽히 나고, 꼴에 전국 방방곡곡에서 숱하게 자라 풀숲을 이룬다. 한마디로 북새통을 이룬다.
오늘도 해 질 무렵의 산책길가에서 한창 무더기로 핀 개망초 꽃 대궐을 만난다. 저놈의 ‘나라 망친 꽃’이란 고까운 생각이 왈칵 들다가도 되레 넌 귀화한 귀한 우리꽃식물이다 란 생각이 번쩍 든다. 고향이 따로 있나, 낯선 땅이랄 지라도 정붙여 뿌리내리고 새끼 치면 그곳이 고향이란 생각 말이다. ‘살아가면 고향’이라 하지 않았던가. 어머니자연(mother nature)께서 이 땅에 살라고 품어줬는데 우리가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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