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10-29 17:29 (목)
유교문화는 동아시아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유교문화는 동아시아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8.03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9회 아산서평모임 지상중계
▲ 난달 20일 진행된 제9회 아산서평모임.유학 심리학을 새롭게 조명한 조긍호 서강대 명예교수의 책을 대상으로 했다.사진=아산정책연구원

‘통합적이고 보편적인 사회관계론’이 동아시아를 제외한 다른 비서구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 동아시아나 서구사회에도
적실성 있는 이론체계가 될 수 있는지에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달 20일(수) 진행된 제9회 아산서평모임이 선정한 주제도서는 조긍호 서강대 명예교수(심리학)의 2012년 작 『사회관계론의 동·서 비교: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탐색2』(서강대출판부, 1114쪽, 49,000원)이었다. 출간 시점이 2012년이라 관련 학계에서 책의 내용과 의미에 대한 공유가 꽤나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 대한 토론자로는 김형철 연세대 교수(철학)와 강정인 서강대 교수(정치학)가 나섰다.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탐색’이란 부제가 붙었지만, 논의를 철학과 정치학 등 인문·사회과학 영역으로 확장하려한 것은 의미 있게 보인다. 이날 아산서평모임은 저자인 조긍호 교수가 기본 발제를 하고, 토론자로 나선 김형철, 강정인 교수 순으로 책에 대한 전체적인 평을 덧붙이고, 함께 참여한 연구자들이 의견을 제시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조긍호 교수와 강정인 교수의 발표 내용 가운데 주요 부분을 발췌했다.
정리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조긍호 교수: 「유학심리학의 체계 구축을 위한 하나의 시도」
일반적으로 유학사상이 동아시아인에게 끼친 영향을 분석하고 있는 많은 선행연구들에서는 동아시아인들의 부정적 측면(예: 자아 말살, 가부장적인 가족중심주의, 계층의식, 인간관계 중시, 관존민비, 권위 존중, 체면 중시, 과거지향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연구들이 안고 있는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유학의 어떤 측면이 어떤 심리적 과정을 거쳐 현재의 행동을 낳게 됐는지에 관한 분석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연구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데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실이 원인으로 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유교문화가 동아시아인에게 끼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일관되는 기본틀 없이, 논자 나름대로 유학 경전의 이 구절 저 구절을 이런 저런 행동 특징과 순전히 자의적으로 연결 지어 해석하려 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현대 동아시아인의 행동과 심성의 특징에 관한 실증적 자료를 수집함이 없이, 대부분 근거도 희박한 일상적인 편견에 기대어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셋째는 인간 심성과 행동에 관한 유학적 이론체계에 대한 철저한 탐색이 없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에서 탈피하고 유교문화가 동아시아인에게 끼친 영향을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현대 동아시아인의 인지·정서·동기 등 제반 행동과 심성 특징에 관한 실제적인 실증적 자료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유학사상에서 인지·정서·동기 같은 인간의 심성에 관한 이론체계들을 도출한 다음, 이 두 자료(현대 동아시아인의 실제적인 행동 특징에 관한 실증적 자료와인간 심성의 인지·정서·동기적 측면에 관한 유학의 이론체계) 사이에 논리적 정합성이 있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해 봐야 한다. 그리하여 필자는 현대 문화비교심리학에서 실증적으로 밝혀낸 연구 결과들을 개관해, 인지·정서·동기의 측면에서 현대 동아시아인이 드러내는 심성과 행동의 특징을 있는 그대로 찾아낸 다음, 『논어』, 『맹자』, 『순자』 같은 선진유학의 경전과 퇴계와 율곡 등 조선조 성리학자들의 저술에서 인지·정서·동기 같은 인간의 심성과 행동에 관한 이론체계를 도출하고, 이어서 이 두 자료 사이에 논리적인 정합성이 있는지를 살펴봤다(조긍호, 2003, 2007, 2012).


이는 동아시아인의 구체적인 어떤 개별 행동이 유교문화의 구체적으로 어떤 개별적인 측면의 영향으로 인한 것인지를 다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연결지어 보려는 이전의 연구 경향과는 달리, 유학의 경전에서 인간 심성의 구성 요소(예: 인지·정서·동기)를 이해하는 이론체계를 찾아내 이것과 현대 동아시아인의 행동 특성을 결부시킴으로써, 동아시아인의 행동 특성을 이해하는 개념틀을 구성해 봄은 물론, 동아시아인에게 끼친 유교문화의 영향을 이론적으로 분석해 보려는 시도다. 물론 이러한 연구들에서는 집단주의―개인주의 문화차의 비교 연구에서 얻어진 집단주의 문화인의 행동 특징을 잠정적으로 동아시아인의 행동 특성으로 간주하는 제한점을 가지고 있어서, 앞으로 구체적인 동아시아인의 행동 특징에 대한 실증적 연구들을 통해 그 타당성이 입증돼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렇게 동아시아인의 심성과 행동의 현실적 특징을 문화비교심리학의 연구 결과들을 통해 찾아내고(1단계), 유학의 경전에서 인간의 심성과 행동에 관한 이론체계를 도출해낸(2단계) 다음, 이 두 자료 사이의 논리적 정합성을 정밀하게 고찰해보는(3단계) 다층 분석이 필자의 이 분야 작업의 기본 방법론이다.

강정인 교수: 「동·서 비교 사회관계론의 기여와 한계」
먼저 가지 않은 길을 상상하고 이를 통해 이미 간 길을 성찰하기에서 평자는 동서 사회관계론의 비교를 통한 저자의 새로운 심리학의 가능성 탐색작업이 양자의 공통적인 한계, 곧 인본주의·인간중심주의 그리고 세속주의와 합리주의의 틀에 갇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로 인해 저자가 제안하는 사회관계론이 생태학적 사유―21세기 생태계의 위기가 인류에게 부과하고 있는―가 사회관계의 쇄신(또는 재조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또 세속주의와 합리주의에 매몰된 사회관계론이 인간존재의 영적·초월적 차원에 대한 탐색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궁극적으로 평자의 이러한 비판은 바람직한 사회관계론이 단순히 인간 본위의 사회관계론으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며, 유학사상 본연의 체계로 돌아가 인간존재에 내재하는 영적이고 초월적인 요소, 인간존재에 내재하는 물질적·생태학적 요소, 인간에 고유한 요소, 곧 天·地·人을 한데 아우르는 체계를 구상하고 구성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비판은 저자가 제안하는 사회관계론이 ‘통합적이고 보편적인 사회관계론’의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마지막 논점을 추가적으로 강화하는 면이 있다.


둘째, 비교의 비대칭성, ‘평등’의 문제에서 평자는 서구 사회관계론의 문제점으로 저자가 제시하고 치밀하게 비판한 항목들― ① 개체적 독립성 중시와 사회적 존재 특성의 무시 ② 쾌락적 이기성 중시와 도덕적 관심의 무시 ③ 보편적 일관성 중시와 상황가변성의 무시―이 논의의 구도에 있어서 비대칭적이고 편향된 이항대립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에 서구중심주의의 한 요소인 오리엔탈리즘을 역으로 재생산하고 있으며, 아울러 유학적 사회관계론의 문제점에 관해서는 침묵을 지키거나 오히려 예상 가능한(친숙한) 비판을 반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서 저자가 유학사상이 인간관계를 평등한 관계로 상정한다는 자신의 해석을 정당화하기 위해 제시한 두 가지 논변―곧 인간 상호간의 ‘쌍무적인 역할수행’ 그리고 세습적인 신분이 아니라 ‘도덕적인 수양의 결과’와 ‘智·愚와 能·不能’에 따라 귀천을 가르는 사회적 지위(또는 사회등급)와 사회직분이 배분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점을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유학심리학의 모호한 위상, (보완적으로 종합된) 새로운 심리학의 불확실한 역할에서 평자는 사회관계론의 관점에서 유학심리학이 서구의 현대심리학에 대한 대체재인지 아니면 보완재인지를 검토하면서 전체적으로 보완재의 위상을 갖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명시적으로 제시된 저자의 논의에만 따른다면 양자를 보완적으로 종합하더라도, 왜 서구심리학이 ‘主’, 유학심리학이 ‘補’가 되고 그 반대가 아닌지는 평자에게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했다. 또한 평자는 양자를 보완적으로 종합한 결과 출현한 ‘통합적이고 보편적인 사회관계론’이 동아시아를 제외한 다른 비서구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동아시아나 서구사회에도 적실성 있는 이론체계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