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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2호 새로나온 책
842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08.0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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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사상사에 대해 줄곧 관심을 가져오면서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삼국시대에 처음 불교가 어떻게 전래돼 수용됐는지다. 신라 사회의 불교는 왕실에서 받아들였다. 왕실 중심으로 수용된 불교는 하등 귀족들이 반대할 대상이 될 수가 없었다. …… 기존 연구들은 불교 전래 문제를 다루면서 삼국사회가 그것을 어떻게 수용했으며, 어느 계층이 포용해 간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불교 수용을 신라 사회 내부구조 속에서 파악하려는 작업은 퍽 중요하지만, 이에 곁들여 새로 들어오는 불교가 어떤 성격을 가진 것인지, 다시 말해 인도에서 성립될 당시의 원시불교가 어떤 사상경향을 가졌는가를 규명해야 한다.”
-김두진 국민대 명예교수, 『삼국시대 불교신앙사 연구』(일조각, 2016.6) 중에서

 

■ 공자의 생활난: 김수영과 『논어』, 김상환 지음, 북코리아(선학사), 400쪽, 20,000원
이 책은 김수영론인 동시에 공자론이다. 공자의 생각으로 돌아가 김수영의 시학을 다시 파헤치고 김수영의 상상력으로 돌아가 공자의 사상을 되살려보자는 것이 이 책을 처음 구상할 때 설정된 방법이자 목표였다. 이런 의도는 종종 동서의 사유 패러다임을 비교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사실 우리는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동서의 사상과 전통이 합류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시대를 맞아 동서의 문화를 포괄하는 제3의 교양 세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통합적 교양의 세계가 열릴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미래 사상사의 주도권은 이런 추세를 확산하고 선도적으로 끌고나갈 역량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어려운 시절을 살아냈던 김수영의 시학은 이런 시대의 예언처럼 다가온다. 우리는 거기서 제3의 교양을 개척하는 실험정신뿐만 아니라 방법론적 지혜까지 찾을 수 있다. 김수영이 생각한 제3의 교양세계는 무엇이었을까?

■ 글로컬 시대 아시아여성학과 여성운동의 쟁점, 장필화 외 지음,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기획, 한울엠플러스, 360쪽, 32,000원
아시아여성학은 서구 여성학의 서구 중심적 보편주의를 탈피하고, 아시아 여성들의 구체적이고 특수한 체험을 이론화하고자 하는 각국의 노력을 아시아라는 좀 더 넓은 기반 위에서 펼치고자 하는 학문이다. 아시아여성학은 아시아 지역 여성의 정체성에 기초해 아시아 여성의 삶을 구체적으로 해석하면서 변화와 대안을 모색하는 이론적이며 실천적인 작업을 의미한다.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에서 이화 글로벌 임파워먼트 프로그램(EGEP) 참가자들을 위한 아시아여성학 교재로 기획됐다. 한국, 중국,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출신의 학자와 활동가 12명이 참여해 아시아여성학 연구 성과와 각 지역의 쟁점을 분석하고 있다. 아시아 각 지역의 특수성으로 서구 여성주의 이론 적용에 어려움을 느끼던 아시아의 여성학자들과 여성활동가들을 위해 지역적 맥락에 부합하는 여성주의 이론을 정립하고 보급하려는 이화 아시아여성학센터의 의지로 탄생했다.      

■ 도쿄생각,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류순미 올김, 글항아리, 372쪽, 16,000원
이 책은 일본의 대문호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에세이 가운데 「도쿄 생각(東京を思ふ)」과 「유년 시절(幼少時代)」을 한 권으로 묶어 국내 초역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음예예찬』으로 이른바 ‘그늘의 미학’을 제시해 산문 미학의 정수를 보여준 그는 이 두 편의 글에서도 그의 독특한 경험과 통찰을 깊고도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담아내고 있다. 두 에세이 모두 도쿄를 되돌아보며 비평하는 일종의 회상록이지만, 두 글이 쓰인 데 시간 격차가 있는 만큼 한 편은 근대화의 첨병으로서, 다른 한 편은 ‘무례한 근대화’가 이뤄지기 전 에도의 잔향이 짙게 남아 있는 공간을 탐색해 들어간다. 도쿄나 도쿄 사람들에 대한 다니자키의 비판은 마치 오스트리아의 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가 자신의 조국을 향해 드러냈던 증오만큼이나 신랄하다(물론 그 이면과 속내는 다르지만). 유년기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대한 애착이 담긴 두 편의 글은 마치 작가 자신과 동일시된 듯 더없는 열기를 뿜어낸다.

■ 라캉 또는 알튀세르: 이데올로기적 반역과 반폭력의 정치를 위하여, 최원 지음, 난장, 464쪽, 24,000원
1980년대 말~90년대 초 국내 지성계를 풍미한 프랑스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의 독특한 이데올로기론은 그 유명세만큼이나 숱한 오해에 시달려오기도 했다.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와 ‘호명’ 개념을 핵심으로 한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론은 주체가 지배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부정한다라는 식의 오해가 단적인 예다. 이 책은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론에 대한 이런 오해를 바로잡으면서 왜 지금 다시 그의 이데올로기론을 숙고해봐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역작이다. 그동안의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저자는,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론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되는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자크 라캉과 알튀세르 자신의 논쟁에 주목한다. 특히 둘 사이의 차이점만큼이나 공통점에 주목함으로써, 저자는 알튀세르-라캉 논쟁을 언급해온 기존의 연구자들과는 달리, 어느 한쪽을 섣불리 기각하기보다는 그들 각자가 우리에게 제공해주는 풍요로운 사유의 요소들을 발굴해낸다.

■ 제국의 구조: 중심.주변.아주변,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도서출판b, 365쪽, 22,000원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 14권. 가라타니 고진은 『세계사의 구조』 이후 그것을 보충하는 형태의 책을 세 권 펴냈다. 이 책은 『세계사의 구조』를 완성시키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끊임없이 이동하는 사상가인 가라타니 고진이 『세계사의 구조』를 넘어서 새롭게 전개하는 사상의 시발로서 볼 필요가 있다. 『세계사의 구조』에서 그저 이념으로서 제시된 ‘세계공화국’은 이 책 『제국의 구조』에서는 실제 오랫동안 존재했던 ‘제국의 고차원적인 회복’으로 보다 실제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근대와 그것의 지배형태인 제국주의의 극복은 아시아적 가치, 제국적 가치의 회복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세계사적 시야’로 제국과 제국주의를 구분하고 제국적 가치를 재평가함으로써 신자유주의 하에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 헨리 키신저의 세계질서, 헨리 키신저 지음, 이현주 옮김, 민음사, 460쪽, 25,000원
현대 최고의 외교가 헨리 키신저가 ‘세계 질서 구축’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수세기 전부터 현재까지 세계 역사의 결정적 사건을 분석하는 가운데 국제 질서의 탄생을 이끈 역사적 사실과 사상을 검토하며 현시대의 세계 질서를 위한 필수요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키신저는 우리 시대가 지속적으로 세계 질서 개념을 추구하고 있지만, 국제 체제에 대한 국가들 간의 합의 가능한 정의 혹은 무엇이 추구할 만한 가치인지에 대한 공통의 이해가 부재한 문제 상황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그 해결책을 ‘힘의 균형’과 ‘정당성’ 위에 세워진 질서에서 찾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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