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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이해 얽힌 ‘글로벌 이슈’ 해법, 무크에 있었네?
국가 간 이해 얽힌 ‘글로벌 이슈’ 해법, 무크에 있었네?
  • 김형률 숙명여대 교수·역사문화학과
  • 승인 2016.07.25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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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교양교육이다 ② 온라인 공개강의(MOOC) Ⅱ

지난호에 이어 김형률 숙명여대 교수의 「해외 무크(MOOC) 활용방법과 Digital Humanities」 두 번째 이야기(최종)를 소개한다. 지난호에서 해외 대학의 사례를 분석했다면, 이번에는 한국 대학이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점검하면서 한국형 무크(K-MOOC)가 나아갈 방향을 살펴본다.  

▲ 한국도 교육부 산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해 2015년 K-MOOC(www.kmooc.kr)를 출범시켰다. 김진우 연세대 교수(경영학과)의 온라인 공개강의 ‘경험디자인’ 화면 캡처.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한 EU 국가들과 중동 그리고 인도, 중국, 호주, 일본도 정부의 지원하에 이미 무크(MOOC, 온라인 공개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누구나 최고 수준의 고등지식을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무크의 ‘교육의 민주화’를 시작하는 데 일단은 공적 지원이 필요했던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교육의 민주화’는 인터넷 문명이 도래한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식전달과 습득의 보편이 될 것이다. 즉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최고 수준의 지식정보를 무료로 이용하게 될 것이다.

K-MOOC(한국형 무크)도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수강신청 10만 건, 방문 100만 건 돌파라는 성과를 보였다. 무크의 확산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이제는 초중고교육과 직업교육으로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므로 세계 각국의 무크가 진화하는 과정을 관찰해 K-MOOC도 기술적인 면에서나 내용적인 면에서 진화를 지속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그간 해외 주요 무크 플랫폼의 진화 경향을 바탕으로 KMOOC의 미래에 관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전공입문과 교양과정에 관한 무크를 우선적으로 제작해 나간다.

고등학생들이 대학진학에 앞서 전공에 관한 입문수업을 무크를 통해 접할 수 있다면 전공선택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도 평생교육적 관점에서 관심전공 영역의 길잡이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해외 무크는 전공입문과 교양과정 무크를 통해 고등학생들이 대학입학 전에 무크 제공대학의 정규학점을 미리 취득하는 길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 학생들 간의 온-오프라인을 통한 ‘소셜 러닝’(Social Learning)에 역점을 둔다.

무크는 혼자 하는 것보다 온오프라인을 통한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함께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Coursera가 오프라인 미팅 도구인 meetup을 제공하듯이 K-MOOC 플랫폼에서도 누구든 오프라인 스터디 그룹을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방법도 무크의 확산과 학습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다양한 SNS(Facebook Group 등)와 화상회의도구(구글 행아웃 등)를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함께 무크를 학습할 수 있다. 뉴욕 공립도서관은 무크 학습자를 위한 오프라인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공립도서관도 특히 평생교육이나 기술교육에 관한 무크 스터디그룹에 장소를 제공하는 방법도 있겠다.

● 평생교육과 직업교육 무크를 확대시켜 나간다. 

2012년 상반기에 출현한 해외의 무크는 기존 대학의 수업형태를 기반으로 제작됐으나 같은해 하반기부터 ‘대학수업의 파괴’라고까지 할 정도로 수업 시간과 전공영역에서 화려한 변신을 하고 있다. 수업 시간은 34주짜리도 생겨났지만 대부분 10주 이내로 짧아지고 있다. 전공영역 역시 컴퓨터과학과 경영학을 중심으로 취업에 필요한 기술을 여러 개의 수업으로 묶어 제공하는 평생교육에 입각한 직업교육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직업교육에서는 컴퓨터 기술에 관한 전문적인 무크로 특화한 유다시티(Udacity) 플랫폼이 대표적이며 유다시티 무크 수료증은 구글(Google)과 페이스북(Facebook) 등 유수한 IT 회사의 취업과 재교육에서 확실한 인정을 받고 있다.

● 환경 문제나 테러, 핵, 에볼라 전염병과 같이 인류가 공동으로 직면하고 있는 이슈 혹은 한반도 통일문제와 한중일 간 과거사 문제와 같은 지역적 공동 관심에 관한 무크 제작을 통해 국제적이고 지역적인 학술적 집단토론과 관련정보 공유가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집단지성의 장을 만들어 나간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웨슬리안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How to Change the World)’ △네덜란드 라이덴대 ‘테러리즘과 반테러리즘(Terrorism and Counterterrorism: Comparing Theory and Practice)’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와 위트레흐트대가 공동으로 제작한 ‘에볼라'(Ebola: Essential Knowledge for Health Professionals)’를 들 수 있겠다. 

이러한 종류의 무크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학생들을 통해 생생한 지역정보를 함께 공유하고 토론함으써 전통적인 대학수업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전 세계에 걸친 학술적 집단지성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통일 문제와 과거사 문제는 한중일 모두가 연관된 이슈로, K-MOOC에서 3국 간 학술적 집단지성의 장을 무크를 통해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겠다. 나아가 아시아 공동이슈에 관한 무크를 한중일 대학들이 공동으로 제작할 수 도 있겠고, 한중일 학생들 또한 무크를 통한 학술적 교류와 이해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전공별로 영어로 표현된 공개된 학술자료들을 선별 수집해 개별적인 웹사이트를 제작하고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상의 최고 수준의 교육자료를 지속적으로 담아내는 공개교육자료(Open Educational Resources/OER)포탈을 구축해 나간다.

무크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은 첫째 인터넷이라는 지식정보 전달도구의 출현이고 둘째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지식정보가 이미 인터넷상에 축적돼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적 장애물은 첫째, 이러한 최고 수준의 지식정보는 대부분 영어로 표현돼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이미 인터넷상에 산재해 있고 또한 나날이 증식하는 지식정보를 지속적으로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해외 무크에서도 이러한 참고자료를 찾아내서 제공하는 부분 즉 자료 큐레이팅(curating)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돼 가고 있다. 이러한 일을 하는 전문직을 ‘지식정보 큐레이터’라고 하며 미래의 가장 유망한 직업군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이러한 인터넷상의 자료들을 찾아내서 다양한 형태로 재가공해 이해와 습득에 가장 효과적인 지식정보 자료를 만들어 내는 영역을 ‘디지털 휴마니티즈(Digital Humanities)’라고 한다. ‘디지털 휴마니티즈’는 아마도 수년내 영미권 대학들에서 독립된 학부전공으로 확립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영어로 표현된 지식정보 큐레이팅은 개인이 하기에 한계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국가적 차원의 지식정보 역량강화 나아가 창조적 지식 생산의 토대를 구축한다는 안목에서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영역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직후 유럽으로 유학생들을 파견해 모든 전공에 관한 서적을 입수해 국가적 차원에서 번역사업을 실행했다고 한다. 한국은 인터넷 속도와 접근성이 최고 수준이다. 이제는 배 타고 비행기 타고 유럽이나 미국으로 갈 필요가 없다. 영어가 능숙하고 전공에 밝은 지식정보 큐레이터를 양성해 대한민국이 디지털 휴마니티즈의 전 세계적인 허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학생들이 해외 명문대학들의 무크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제작해 K-MOOC 플랫폼에서 함께 제공하는 방법도 한국 학생들이 학술적 전공영어를 용이하게 익힐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 김형률 숙명여대 교수·역사문화학과

김형률 숙명여대 교수·역사문화학과 
Wien대에서 서양근세사 전공으로 박사를 했다. 2014년 온오프라인 혼합수업 형태로, 국내 첫 MOOC캠퍼스(펭귄스텝)를 숙명여대에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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