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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향적인 개인화에 바탕한 ‘열린 공동체주의’ 연대 필요하다”
“가족지향적인 개인화에 바탕한 ‘열린 공동체주의’ 연대 필요하다”
  • 교수신문
  • 승인 2016.07.1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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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안과 밖 시즌3 윤리_ 18강. 권용혁 울산대 교수의 ‘한국의 가족과 가족주의’

 

한국 사회에서 ‘가족주의’는 전통시대부터 강력한 담론이었다. 근대화 이후에도 정보화사회인 오늘날에도 그것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도대체 한국의 가족, 한국의 가족주의는 어떤 모습일까. 문화의 안과 밖 시즌3 ‘윤리와 인간의 삶’ 4섹션 ‘사회와 윤리’는 바로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했다. 지난 2일 18강으로 준비된 권용혁 울산대 교수(철학과)의 「한국의 가족과 가족주의」가 그것이다.
이날 강연에서 권 교수는 “현재 한국의 가족은 ‘일차적, 기초적 물질중심 가족주의’에서 ‘이차적, 비물질적 수평적 네트워크형 가치중심의 가족주의’로 이동중이며 개인화와 가족지향성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두 가지가 혼합되면 구성원들의 감성적 친밀성도 중시되고 자유와 권리도 기본적으로 보장되는 논법을 구상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면서, 친밀성과 연대성에 연계한 ‘열린 공동체주의’를 제안했다. 그에 의하면, 이 ‘열린 공동체주의’는 “관계적 자유주의를 기초로 한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를 출발점으로 삼고, 수평적 네트워크형 공동성을 재구성한 보편적 공동체주의를 가장 큰 틀로 설정한다.”

권 교수가 말하는 ‘열린 공동체주의’를 타당하게 하는 철학적 토대는 ‘개체중심성’이 아니라 ‘관계중심성’이다. 그는 이 ‘관계중심성’에 기초한 ‘관계적 자유주의’를 이념적 좌표로 삼을 경우, “서구 근대의 주관주의를 극복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균형 있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용혁 교수는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철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울산대 동아시아센터 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한중일 사회에서의 소수자가족』(공저), 『한중일 사회에서의 다문화가족』(공저), 『한국 가족, 철학으로 바라보다』, 『가족과 민주주의』, 『한중일 3국 가족의 의사소통 구조 비교』(공저), 『철학과 현실』, 『이성과 사회』가 있다.
다음은 이날 강연 주요 내용을 발췌했다.
자료제공 = 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한국의 가족과 가족주의의 변화상
개인은 가족 속에서 일차적으로 사회화된다. 특히 20세기 후반 가족과 가족주의가 강화된 한국사회에서 살아 온 세대들은 대부분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가족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길러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0, 60년대 유년기를 보낸 세대는 부계혈연중심의 유가적 가족주의의 가치관이 주도적인 분위기 속에서 배우면서 자란 세대라고 볼 수 있다. 부모로부터 개인보다 집이 우선이며 가족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 올바를 길임을 수없이 들으면서 큰 세대다.
1970년대 이후 20년간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전됨으로써, 직계가족 형태는 감소하고 도시형 핵가족이 증가한다. 이로 인해 도시형 핵가족이 부부 중심으로 생활한다. 이 핵가족은 부부중심의 삶을 살지만, 떨어져 사는 직계가족과도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했다. 1990년대에 이르면 산업화가 정착되고 민주화가 본격화된다. 이 과정에서 가족 문제도 빠르게 변화한다. 예를 들면 1990년 개정된 가족법은 남녀평등과 여성의 법적 지위를 강화했다. 특히 여성의 가사 노동 가치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친족을 남녀 8촌으로 인척을 4촌까지로 동등하게 명시화했다.

2005년에 이르면, 헌법재판소의 호주제 위헌 판결로 호주제도가 폐지됨으로써 남계와 여계의 차등 대우가 법적으로는 거의 완전히 해소된다. 다문화가족의 증가는 가족 관계의 경계를 확장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폐쇄적인 국민국가의 한계를 벗어나 민주주의의 경계를 확장할 것을 요구한다. 이처럼 민주화, 세계화, 지식정보화로 인해 한국의 가족과 가족주의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국 가족은 그 근대의 복합적 사태에 덧붙여 다문화적인 것과 수평적인 네트워크형 구조를 또 다시 그 안에 버물려 재구성해가고 있는 중이다.

근대화 이후 한국 가족주의의 특징은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60년대까지의 가부장적 직계가족 중심에서 80년대까지의 직계가족과 핵가족이 섞여 있는 가부장적 가족주의로 그리고 90년대 이후 한국 도시형 핵가족 중심의 가족주의로 그리고 이제는 핵가족과 일인가구의 혼합 형태로 점차 한국 가족 및 가족주의의 내용이 변화하고 있다. 이렇듯 도시형 핵가족을 중심으로 해석 틀을 변경한다는 것은 기존의 복합적 형태의 가족과 가족주의 내에서의 가치 및 이념의 우선순위를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변화상을 중심으로 해석해본다면, 이제는 도시형 핵가족을 기준 삼아 기존의 가족주의 형태 및 내용을 재편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물질적 생존과 영속을 위한 생활의 준거점으로서 가족주의를 합리화했던 독특한 한국적 해석방식은 설득력을 상실하고 있다. 핵가족이 지향하는 가치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과 가족 공동체의 관계도 재설정할 필요가 있는데, 기존의 폐쇄적이며 배타적이었던 위계적 가족 공동체를 구성원들이 더 이상 선호하지 않는다. 이제는 구성원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적 가족 공동체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본과 노동, 그리고 정보와 문화의 탈국가화로 다문화가족, 이주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가족이 한국사회에서 자리 잡음으로써, 가족 및 가족주의의 내용이 풍요로워지고 있다.

가족을 대상으로 철학하기
이러한 한국 가족과 가족주의의 변화상을 바탕으로 새롭게 재구조화될 필요가 있는 철학적 논점을 제기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복합적 사태를 통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즉 한국 가족의 역사적, 현재적 모습을 정확하게 포착하기 위해서는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개인과 공동체, 개인주의와 집합주의 등으로 구분된 이분법적 도식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복합적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히려 이러한 사태를 올곧게 파악할 수 있는 복합적 사태에 대한 복합적 성찰능력이 요구된다.
현재 한국의 가족에서는 개인화와 가족지향성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 둘이 호혜적으로 혼합되면 구성원들의 감성적 친밀성도 중시되고 자유와 권리도 기본적으로 보장되는 교호적 논법을 구상할 수 있다. 즉, 후자만 강조되는 개인주의적 개인화가 아닌, 수평적이며 개방적인 공동체를 그 구성원 각자가 함께 지향하는 공동체적 개인화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따뜻한 민주주의가 작동된 최근의 사례를 외환위기와 금모으기운동, 광우병과 촛불시위,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과 시민들의 협력, 세월호의 전국민적 관심 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국민적 결집 현상은 역사적으로는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결집했던 사례들과 연계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감의 폭발적 공유현상들’은 국민국가적 차원에서 ‘열린공동체주의적 연대성’이 작동된 사례들로 간주될 수 있다. 그것은 이성적인 개인주의자들의 차가운 자유주의적 연대를 뛰어넘어 공감의 공유와 공동체적 감성의 활성화를 바탕으로 한 열린공동체주의적 연대가 구현된 모습으로 보인다. 이처럼 가족 친밀성과 자유주의적 연대성이 선순환적으로 연계된 열린공동체주의적 연대성이 작동될 수 있는 논리적 공간을 구상하는 것은 중요하다.

발표자는 이러한 친밀성과 연대성의 열린 공동체주의적 조합을 타당하게 하는 철학적 토대를 ‘개체중심성’(혹은 개체존재론)이 아닌 ‘관계중심성’(혹은 관계존재론)에서 찾고자 한다. 다만 발표자는 인간과 사회 혹은 개인과 공동체에 한정해서 구상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존재론’의 현실적 타당성은 열린 수평적인 네트워크형 소통의 현실적 작동과 사회적 확산 현상만으로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발표자가 이 글에서 제안하고 있는 ‘열린 공동체주의’는 가족이라는 특정 공동체의 실체성과 논리적으로 무한히 펼쳐질 수 있는 열린 네트워크형 소통구조에서 확보할 수 있는 이념적 보편성을 함께 고려하는 보편적 공동체주의를 그 틀로 삼는다. 그것은 자유주의와 실체적 공동체주의 그리고 의사소통공동체 이론을 재구조화한 것이다.

이 ‘열린 공동체주의’는 관계적 자유주의를 기초로 한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를 출발점으로 삼고, 실체적 공동체주의의 내용을 열린 수평적 네트워크형 공동성에 의거해 성찰적으로 재구성한 보편적 공동체주의의를 가장 큰 틀로 설정한다. 그 철학적 바탕이 바로 관계중심성(관계존재론)이다.
이 논점이 타당하다면, 한국 가족에 있어서도 개체적 자유주의를 이념적 지향점으로 삼을 필요가 없는 것이, 그것은 개체중심성의 나홀로주의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관계중심성(관계존재론)’에 기초한 ‘관계적 자유주의’를 이념적 좌표로 삼을 경우 서구 근대의 주관주의를 극복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균형 있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개인화의 규범적 좌표를 ‘가족지향적인 개인화’로 설정하는 것도 이 관계중심성에 의해 철학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가족을 포함한 실체적 공동체에 바탕을 둔 공동체주의는 지난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시도해 온 성찰적 재해석과 재구성의 맥락을 이탈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확장된 실체적 사태를 대상으로 할 경우 ‘실체적 보편성’을 담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재해석은 모든 것을 가장 넓은 차원으로 확장해 보편성을 추구하려는 ‘열린 공동체주의’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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