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7:10 (목)
389호 새로나온 책
389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07.14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적 상상력과 과학적 상상력은 분명 다르다. 과학적 상상력은 기존의 지식으로 아무리 해도 이해되지 않는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하다. 이렇게 얻은 답은 기존 지식이 얼마나 편협했는지를 보여줄 뿐, 상상력의 승리가 아니다. 새롭게 얻은 답은 재빨리 기존의 지식 속으로 편입된다. (……) 과학과 예술은 서로 상상력을 주제로 이야기 나눌 수 있다. 과학적 상상에서 예술이 영감을 얻을 수 있고, 수학과 언어가 할 수 없는 상상을 예술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과학과 예술은 분명 서로 호감을 느끼는 사이인 것이다. 서로 호감을 가진 남녀라면 커피나 마시며 함께 수다를 나누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 껴안고 키스까지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융합보다 소통이 중요하다고 믿는 이유다.”
-김상욱 부산대 교수, 『김상욱의 과학공부』(동아시아, 2016.6) 중에서

 

■  모두에게 실질적 자유를: 기본 소득에 대한 철학적 옹호, 필리페 판 파레이스 지음, 조현진 옮김, 후마니타스, 560쪽, 25,000원
판 파레이스는 정의로운 사회란 ‘모든 이들에게 실질적인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라고 말한다. 여기서 ‘실질적인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란, 누군가가 하고 싶어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권리를 가질 뿐만 아니라, 그것을 하기 위한 수단을 가지고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정의로운 사회가 제도적으로 함축하는 바는 바로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의 도입’이다.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이란 실질적인 자유의 공정하게 분배, 다시 말해, 사람들이 자신이 영위하고 싶은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의 공정한 분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적 조치로, 모든 사회 각 구성원에게 현금으로 주어지는 무조건적 소득을 말한다. 저자는 특히 무조건적 기본소득이 타인의 노동의 결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전하는 것이 아니며, 자연환경, 기술 진보, 자본축적으로 인해, 그리고 각 개인들의 삶의 상황으로 인해, 우리에게 불평등하게 부여된 편익의 일부를 좀 더 공정하게 공유하는 것이라 지적한다. 

 

■  바이탈 퀘스천: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이닉 레인 지음, 김정은 옮김, 까치, 416쪽, 23,000원
에너지와 진화를 통해서 복잡한 생명체의 기원을 파헤치는 놀라운 책. 영국 왕립학회 과학도서상을 수상한 저명한 생화학자 닉 레인은 진화의 역사에는 우리가 미처 인식도 하지 못하는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생명이 왜 이런 모습인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저자는 생명의 기원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를 에너지에서 찾는다. 생명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심해의 염기성 열수 분출구라는 특이한 조건에서 탄생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세포는 드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생명의 다양성을 폭발시켰다. 세포내 공생이라는 단 한 번의 우연한 사건을 통해서 미토콘드리아를 획득한 진핵생물은 크기의 제약에서 벗어나 크고, 복잡하고 경이로운 생명체들을 진화시켰다. 자연선택과 유전자를 중심으로 전개된 20세기의 생물학에서 벗어나 21세기의 첨단 생물학의 현재와 성과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에도의 독서회: 會讀의 사상사, 마에다 쓰토무 지음, 조인희·김복순 옮김, 소명출판, 452쪽, 28,000원
일본이 근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사상적·지성적 토대가 된 ‘회독 문화’를 다룬 책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회독 문화’가 서구로부터 수입된 것이 아니라 일본이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일본 근세로부터 근대로 이어지는 사상적 발전의 흐름을 에도 시대 이래 지속된 일본인들의 독서량 증가를 통해 짚어내고 있다. 이것은 19세기말 일본이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보다 왜 더 빨리 서구적인 근대화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라고도 볼 수 있다. 민주, 평등주의의 가능성이 이미 에도 시기에 藩校와 私塾에서 발생했다고 보고 있으며, 서구로부터 일방적으로 유입된 것이 아니라 유학의 학습 방법 중 素讀과 講釋을 파괴하면서 등장한 회독으로부터 열렸다고 본다. 일본 근대화의 내재적 동인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대화와 관련한 일본의 독자성을 강조한 접근임을 알 수 있다.

 

■  여덟 번의 위기: 현대 중국의 경험과 도전, 1949~2009, 원톄쥔 지음, 김진공 옮김, 돌베개, 428쪽, 19,500원
현대 중국의 경제 위기를 다룬다. 현재 10퍼센트를 넘나들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한 자릿수에 멈춰 섰고,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추동력도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아홉 번째 위기가 ‘여덟 번의 위기’와 다른 점은, 중국의 경제가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와 긴밀하게 연동된 국면에서 중국의 위기가 곧 글로벌 위기이자, 중국과 교역량이 가장 많은 한국에는 거대한 쓰나미 같은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1949~2009년의 중국이 겪은 위기를 다루고 있지만, 글로벌 산업화와 금융화의 체제 속에서 중국발 경제 위기가 세계의 위기이고 한국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덟 번의 위기’는 현재의 위기와 앞으로 도래할 위기에 대한 경고로 읽혀야 할 것이다. 현재의 위기 국면을 분석하고 타개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징비록: 판본비교, 류성룡 지음, 신태영·정영호·조규남·김태주·박진형 교감역주, 논형, 408쪽, 22,000원
존에 알려진 『징비록』의 국내 판본은 두 종류로 옥연서원에서 간행한 16권본과 간행자 미상의 두 권으로 이뤄진 일명 이권본이 그것이다. 여기에 일본에서 간행된 『조선징비록』과 이를 바탕으로 중국에서 간행된 『징비록』이 있었지만, 중국의 것은 오탈자가 많다고만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역자들이 판본을 다시 조사해 본 결과, 대동문화연구원에서 간행한 『징비록』은 옥연서원본과 일부 다른 점이 나타났으며, 또 국회도서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다른 판본의 『징비록』도 발견했다. 이에 역자들은 『징비록』 번역 최초로 국내 4종과 조선총독부 1종, 일본 간행 1종 등 도합 6종을 대조했다. 이 외에도 일명 『초본징비록』이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초고이므로 글의 편차와 글자의 출입이 매우 많아 필요할 때만 참조했다. 이를 통해 ‘판본비교’를 통한 ‘정본’ 『징비록』을 내놨다.

 

■  한국 열국사 연구(개정판), 윤내현 지음, 만권당, 872쪽, 48,000원
열국시대는 고조선의 멸망 후부터 사국시대(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개막까지, 시기적으로는 서기전 1세기부터 5세기까지 600여 년 동안을 가리킨다. 2천년 이상 군림하던 고조선의 붕괴로 무주공산이 된 만주와 한반도 땅에서 수많은 거수국들이 역사의 주인을 자처하며 치열하게 자웅을 겨뤘던 역동적인 시기인 것이다. 그 시기에 건립되고 스러져간 수많은 나라 가운데 오늘날까지 이름이 전하는 나라는 동부여, 읍루, 고구려, 동옥저, 동예, 최씨낙랑국, 대방국, 한(삼한), 신라, 백제, 가야 등 몇 십 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들이 이 땅에 존재했음은 사료가 증명하며, 다만 우리가 소홀히 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 책은 그 잊혔던 시대, 잊혔던 사건을 묵향 가득한 사료를 통해 21세기로 소환한다. 저자는 각국의 극적인 흥망성쇠를 역사학자답게 설득력 있는 문헌을 제시하며 차분한 논조로 설파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