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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문화의 精髓를 빚은 비밀
왕실과 민간의 한글자료 한눈에 본다
동아시아 문화의 精髓를 빚은 비밀
왕실과 민간의 한글자료 한눈에 본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7.12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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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반포 570돌 기념 특별전 ‘한글, 소통과 배려의 문자’
▲ 정조가 1793년(정조17년) 12월 42세일때 큰외숙모 여흥민씨에게 보낸 한글편지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이배용, 이하 ‘한중연’) 장서각은 지난 1일부터 한글 반포 570돌 기념 특별전 “한글, 소통과 배려의 문자’ 전을 선보이고 있다. 12월 3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한중연 장서각에서 소장하고 있는 왕실의 한글자료와 민간 한글자료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자리다.  한중연 측은 “한글 창제 속에 담긴 애민의 정신과 한글 사용을 계기로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소통했던 면면을 살펴 옛사람들의 생활을 더욱 가까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라고 밝혔다.


한글이 동아시아문화의 한 정수라는 일본 언어학자의 지적도 있었지만, 한글을 좀 더 살갑게, 그리고 가까이서 두루 살필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한중연이 마련한 ‘한글, 소통과 배려의 문자’전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 하나, 한글로 기록된 다양한 고문헌의 심미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는 것도 매력적이다. 오늘날의 단조로운 한글서체와 격이 전혀 다른 판각, 육필 한글서체의 다양한 양식을 한꺼번에 實見할 수 있는 기회란 그리 흔치 않다.

▲ 학봉 김성일이 안내 안동권씨에게 보낸 편지

한중연 장서각 측이 “이번에 전시된 한글자료는 서체의 아름다움도 매우 뛰어나 서체 미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서체는 손으로 쓴 필사체와 금속활자, 목활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히 필사체는 정자, 반흘림, 흘림체 등 다양한 서체의 변화도 보여준다. 현대 한글서예의 원류도 이러한 필사체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한 필사체는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한글 서체로도 개발이 가능할 정도로 매우 단정하고 유려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 이 분야 전문가들에게도 흥미로운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 것도 관람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 관동별곡: 송강의 가사. 목판본을 베껴 필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 전시 구성은 어떻게 했을까. 모두 4장으로 구성된 전시는 세종의 리더십에서 民과의 소통, 여성의 삶, 문예 등을 일람할 수 있게 배치했다.
1장에서는 ‘세종의 리더십과 한글 창제’를 주제로 방문객을 맞는다. 세종은 백성들이 문자를 쉽게 익혀 편히 쓰도록 하는 데 한글 창제의 목적을 뒀다. 지식을 나누고 약자를 배려하며, 이를 통해 사회 통합을 추구하고자 한 리더십이 그 배경이다. 『훈민정은 해례본』, 『동국정운』,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훈몽자회』 등을 만날 수 있다.


‘애민, 소통과 삶의 길을 열다’를 주제로 표상한 2장은 특히 ‘애민’의 의미를 읽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글은 백성들의 풍속교화를 위한 나라의 시책과 전문지식을 백성들에게 전하는 기능도 했다. 『삼강행실도』, 『오륜행실도』, 『구급간이방언해』, 『자휼전칙』, 『정조윤음』, 『무예도보통지언해』, 『을병연행록』 등 다양한 자료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실생활에서도 사용됐던 세금납부 자문, 추수기, 수표 등도 선보인다.

▲ 을병연행록: 홍대용이 1765년부터 1766년(영조 41~42)까지 청나라에 다녀오면서 견문한 내용을 기록한 한글 연행록이다. 사진제공=한국학중앙연구원

3장은 여성의 주체적인 삶과 생활을 기록한 ‘여성, 일상과 규범을 기록하다’를 주제로 구성됐다. 한글로 인하여 여성들은 글을 읽는 수동적인 독자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뜻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한글편지를 비롯한 문자생활의 영역은 여성들이 주도해 점차 확장시켜나갔다. 왕실과 사대부 가문에서는 여성 교육을 위한 교훈서를 한글로 번역했고, 유교적 규범과 의례에 대한 지식을 익히게 했다. 18세기 초반 『한산이씨 고행록』,  18세기말 김기화의 처 풍양조씨가 쓴 『풍양조씨 자기록』 등 수준높은 여성 글쓰기 자료와 함께, 『음식디미방』, 『주식시의』 등 음식과 술 빚는 방법을 기록한 책들은 18세기 생활세계를 보여준다.


 ‘문예, 자연과 삶을 노래하다’를 주제로 펼쳐진 4장은 국문 시가와 소설을 한껏 엿볼 수 있게 구성했다. 양반들의 시가와 소설은 한글을 통해 새로운 국문학으로 거듭났다. 조선 중기에는 한글소설이 등장해 여성들의 문학적 소양과 한글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소설을 필사한 궁체는 궁중의 여성들이 개발했고, 다양한 계층으로 파급돼 현재 한글서예의 원류이자 인쇄본 서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모든 계층에서 사용된 한글편지는 안부와 정감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歌集인  『악장가사』, 퇴계 이황의 『도산십이곡』, 율곡 이이의 『고산구곡도』, 송강 정철의 『송강가사』, 윤선도의 시문집 『고산유고』 등 굵직한 문예의 정수가 기다리고 있다. 청나라 조설근의 장편소설을 번역한 『홍루몽』 등 문학사의 명장면과 조우할 수 있다. 특히 한글번역본 『홍루몽』은 세계 최초의 완역본이자 장서각 유일본으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 다양한 편지글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학봉 김성일이 아내 안동권씨에게 보낸 편지」, 「어머니 신천강씨가 딸 순천김씨에게 보낸 한글편지」 등은 서체를 의식하면서 감상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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