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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덩어리지만 간 건강엔 '치명적'
비타민 덩어리지만 간 건강엔 '치명적'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6.07.11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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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58. 머위
▲ 머위          사진출처=위키백과

우리 집사람이 머위山菜를 좋아해 하릴없이 자드락밭 구석응달쪽 菜田에다 머위 여러 포기를 일부러 캐다 자못 배게 심어서 머위밭을 일궜다. 덕분에 씁쓰레한 맛을 풍기는 머위요리를 원없이 즐기고 있다. 봄철 여린 머윗잎은 한소끔 데쳐 쌈을 싸먹으니 머윗잎쌈이요, 다 자란 훤칠한 머윗잎자루(머윗대)를 잘라와 잘게 썬 것과 꽃대에 매달린 꽃봉오리를 고추·기름·마늘·파·간장·깨소금 따위로 양념해 짭조름하게 자글자글 볶아먹으니 머위나물이며, 또 생고무같이 검질긴 껍질을 벗긴 잎자루를 적당한 크기로 동강내 설탕을 탄 장물에 바특 조려 질겅질겅 씹어 먹으니 머위장아찌다.

그런데 그 맛이 씁쓰름하기에 데쳐서 물에 우려내지만 보통은 그냥 먹으니 좀 쌉쌀한 맛에다 머위 특유의 향이 있어 입맛을 돋운다. 일본 사람들도 즐기는 음식 중의 하나로 잎자루토막을 일본된장(miso)에 볶거나 튀김(tempura)을 해서 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머윗잎을 매달고 있는 길쭉한 대궁은 식물체를 떠받치는 줄기(莖, stem)가 아니고 잎자루(葉柄, leafstalk)다. 그렇다. 흔히 ‘고구마줄기’를 먹는다고 하는데 그 또한 줄기가 아니고 잎자루인 것. 굵은 고구마줄기는 땅바닥을 길게 뱀처럼 벌벌 기고, 그 줄기의 마디들에서 나온 긴 잎자루를 따서 나물로 무쳐먹는 것이다. 줄기이냐 잎자루냐가 뭐가 문제가 되나 하겠지만…. 식물은 자기 몸의 자리를 바로 불러줬으면 한다.

또 옛날엔 고구마 잎(잎몸, 葉身, lamina)은 미끈미끈해 버리고 잎자루만 먹었는데 요샌 잎사귀도 건강에 좋다고 다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전에 꽃에는 독이 있다해 진달래꽃 등 몇을 제하고는 기피했는데 근래엔 먹지 않는 꽃이 없다. 먹새 좋은 요즘 사람들 참….

머위(Petasites japonicus)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야생머위는 우리나라 전역의 산기슭이나 논틀밭틀길 아래에, 비탈지면서 조금은 그늘지고 습한 지역에 넓은 群落을 이뤄 한껏  너울너울 늠실댄다. 또 뒤꼍(後庭)이나 울타리 언저리에?심고, 필자처럼 밭작물로 기르기도 한다. 습기 차고 건땅에서는 잎자루가 길게 뻗고, 잎도 지름이 30cm이상 자란다.

머위(giant butterbur)를 우리 고향지방에서는 머구·머우로 부른다. 원산지로 여기는 한국?일본?중국에 자생하지만 유럽이나 스위스(알프스), 캐나다에도 분포하는데 이는 그 옛날 일본이민자들이 가지고 가서 심은 탓이란다. 푸나무도 사람따라 간다.

잎은 콩팥(腎臟,kidney)꼴로 둥그스름한 것이 잎 한쪽이 움퍽 패였고, 땅속줄기(地下莖) 끝자락에서 자라나오며, 큰 것은 지름이 자그마치 30cm가까이 된다. 가장자리에는 톱니(鋸齒)들이 나고, 잎자루는 무려 60cm까지 멀쑥하게 자란다. 그리고 땅속줄기로 번지는데 한 번 자리를 잡았다하면 우산 같은 잎이 빽빽하게 나 그림자를 지워버려 딴 식물을 깡그리 질식시켜버리기에 잡초들이 얼씬도 못한다. 이렇게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니 “밭을 망치러거든 머위를 심어라”는 말이 헛말이 아니다.

머위는 암꽃과 수꽃이 딴 포기에서 피는 암수딴그루(雌雄異株)로 이른 봄(2월말~3월초) 잎이 피기 전 땅속에서 불쑥 꽃자루(花梗)를 우뚝 뻗어 꽃을 피운다. 수꽃은 옅은 노란색이며 암꽃은 흰색에 가깝고, 암꽃이 달리는 꽃대는 꽃이 핀 다음 30cm만큼 연신 더 자라지만 수꽃화경은 그리 더 크지 않는다.
 
내가 조매 잘 안하든 짓을 한다. 오늘은 간단하게 정리된 머위영양소를 죄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머위 100g은 14Cal의 열을 내며, 탄수화물 3.6g, 지방 0.004g, 단백질 0.39g, 비타민 B1, B2, B3, B5, B6, B9, C와 칼슘·나트륨·철·마그네슘·망간·인·칼륨·아연 같은 무기염류가 듬뿍 들었다고 한다. 말해서 비타민 약을 따로 사먹을 필요가 없게 생겼다.

사실 내로라할 정도가 못 되는 한갓 하찮은 머위 하나에(머위에게는 미안한 말씀) 이렇게 꽤 고른 영양소가 들었다는 것을 알자고 일일이 적어봤다. 무슨 말인고 하니 모든 음식물에는 나름대로 특수한 영양소를 가진 것이니 밥상에 놓인 밥반찬을 하나도 빼지 말고 알차게 챙겨먹어야 한다는 것. 음식이 곧 보약(食藥同源/食藥一體)인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여태  글들에 나온 식물들이 하나같이 생약제로 쓰이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한의학에서는 머위를 2천년 넘게 약초(medical herbs)로 써왔다고 한다. 뿌리줄기(根莖)는 기침을 멎게 하고, 해독작용이 뛰어난 식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어혈?편도선염?독사물림(毒蛇咬傷)?타박상들에도 효험이 있다한다. 그런데 머위에도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pyrrolizidine alkaloid)란 유독성물질이 들었다고 한다. 하여, 이것은 머위식물이 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2차대사산물로 동물의 간에 해롭고, 간암을 유발한다고 한다. 過猶不及이다. 머위도 長服하면 안 좋다.

알다시피 독도 잘만 쓰면 약이 된다! 마치 독을 없애기 위해 다른 독을 쓰는 것을 以毒攻毒/以毒制毒라 한다지. 동물실험의 결과 머위는 소염과 지방저하에 관여하고, 항산화물질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더더군다나 귀가 솔깃한 것은 머위가 정자 형성을 적이나 촉진시킨다는 것. 따라서 남성불임(male infertility)에 아주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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