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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려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려면
  • 김정규 한국방송통신대 출판문화원·시인
  • 승인 2016.07.0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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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김정규 한국방송통신대 출판문화원·시인

지난 5월에 ‘디지털융합팀’이라는 거창한 명칭을 걸고 팀을 만들어서 그에 필요한 직원을 채용하기로 했다. 이 팀에 분장된 업무는 디지털 학습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프로모션해서 판매하는 것이다. 하여 이런 내용으로 채용공고를 냈는데 새로운 직종이어서 그런지 지원자들의 백그라운드가 다양했다. 학력은 국문학·행정학·경영학·미디어·컴퓨터공학·시각디자인 등이었고, 경력은 IT기업, 출판·잡지, 신문·방송사, 광고·홍보회사 등이었다. 그러나 스펙으로만 그럴 듯해 보였을 뿐 실제 면접을 해보니 바로 현장에 투입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직원을 분야별로 여럿 뽑을 형편이 안 되는 회사여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작가였던 C. P. 스노는 1959년 ‘두 문화와 과학혁명’이라는 주제로 행한 ‘리드 강연’에서 교육의 분극화에 대한 광신적 신뢰, 과학자(과학적 문화)와 비과학자(전통적?인문적 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몰이해와 적대감 등을 강력하게 비판했다(『두 문화』, 사이언스북스). 전후에 영국보다 한발 앞서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소련의 과학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두 문화 간의 간극을 메우고 분과학문 체계인 대학교육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후 이 주제에 관해 오랫동안 수많은 토론과 논쟁이 있었다.

미국의 사회생물학자 E. 윌슨은 1998년 출간한(국내 번역 2005년) 『통섭: 지식의 대통합』에서 ‘consilience’라는 개념을 사용해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범학문적 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개념은 실제로는 대등한 통합이 아니라 인문학이 자연과학에 종속되는 환원주의를 신봉하는 흐름 속에서의 통합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남인 서울대 교수는 『통섭을 넘어서』(서울대출판문화원, 2015)에서 윌슨식의 통섭교육을 비판한다. 대학의 이념을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용주의적 대학 이념이라는 일면에만 집착했다는 것이다. 베를린대학이 창설되면서 현실화된 고전적 대학이념에 따르면 대학은 자유, 자율, 비판정신을 토대로 진리 자체를 탐구함을 목표로 한다. ‘진리’는 실용성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서 탐구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21세기에 들어 고전적인 대학의 이념이 황폐화됨에 따라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을 기반으로 나타난 것이 실용주의적 대학의 이념이다. 이에 따르면 대학의 목표는 진리 자체를 발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위한 유용성을 창출하는 데 있다. 따라서 진리는 모든 것의 최종적인 척도로 간주되는 ‘유용성’에 의해 대체된다.

최근 인공지능(AI) 돌풍이 불면서 인간의 미래를 염려하는 담론들이 활발하다. 노동시장을 다 내줄 것이라고도 하고, AI는 욕망이 없기 때문에 인간을 지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 무엇이냐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기억력, 계산력 등 인지능력과 관계된 영역들은 AI가 우선적으로 대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 교육의 목표는 인지능력에서 끈기, 집념, 동기, 회복탄력성, 열정 등과 관계된 비인지능력(GRIT)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창의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심리학자와 교육학자들은 수많은 시도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김주환 연세대 교수는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긍정적 정서를 유발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회복탄력성』, 위즈덤하우스, 2011).

긍정적 정서의 유발은 문제해결력이나 판단력을 관장하는 전두엽의 기능을 활성화시킨다고 한다. 반면 스트레스나 짜증, 분노, 공포 등의 부정적 정서는 편도체를 활성화시키고 이는 전두엽의 기능을 현저하게 약화시킨다. 이는 스스로 감정조절을 잘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긍정적 감정을 스스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아이센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긍정적 정서는 대인관계력뿐만 아니라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호기심과 적극성도 향상시킨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사원 채용은 결국 창의적 멀티플레이어 가능성이 큰 사람을 뽑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회사로서는 구글처럼 ‘펀(fun) 경영’까지는 못하더라도 그가 긍정적 정서를 가지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10, 20년 후에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어떤 ‘새로운 가치’를 가진 일들을 척척 해내는 전문가로서 우뚝 서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김정규 한국방송통신대 출판문화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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